‘노조파괴’ 사업주들, 연봉 및 주식배당 잔치...얼마나 받나

만도, 한진, 유성, 상신 등 ‘귀족노조’ 비난하며 노조파괴, 뒤로는 억대 연봉

최근 발표된 대기업 총수의 연봉 수준은 한국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뚜렷이 드러냈다. 그룹 총수 중 연봉 1위를 기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00억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었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도 130~140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백억 대에 달하는 대기업 그룹 총수의 연봉 수준도 한국사회의 박탈감을 부추기지만, 무엇보다 ‘노조파괴 사업장’으로 알려진 기업에서 매년 연봉 및 주식배당 잔치가 벌어지는 것도 노동자들의 박탈감을 부추기고 있다.

그동안 노조파괴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이 고액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불법파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회사의 경쟁력 저하를 토로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최근 공시된 기업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사업주의 우려는 기만적이다. 만도와 한진중공업, 유성기업, 상신브레이크 등 일명 ‘노조파괴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예외 없이 억대 연봉과 주식배당금을 챙겨가며 연일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노조파괴 후 ‘대표이사’ 사임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배임혐의’ 불구하고 지난해 만도에서 연봉, 주식배당 40억 가량 챙겨


만도 등기이사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51개 그룹 등기임원중 ‘연봉 TOP30위’ 안에 진입했다. 정몽원 회장은 지난해 한라그룹 계열사인 (주)만도로부터 연봉 23억 8,800만 원을 받았다. 한라그룹에서는 연봉 9억 7,588만 원을 지급해, 지난해만 총 33억 6천여 만 원의 연봉을 챙겼다. 이로써 정 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치고, 그룹 등기임원 연봉 TOP30위 중 23위를 차지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출처: 한라그룹 홈페이지]

정 회장의 고액 연봉은 ‘의아한’ 점이 너무 많다. 그는 지난 2012년 만도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대외적으로 만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단지 ‘등기이사’인 그는 전문경영인인 신사현, 성일모 대표이사보다 약 3~4배 정도 연봉이 높았다. 특히 정몽원 회장과 신사현 대표이사 등 만도 경영진들은, 지난해 부실 자회사인 한라건설에 3,385억의 ‘현금퍼주기’에 나서 노조와 시민단체로부터 배임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만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도 경영진이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지난달 4일에는 만도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한라건설 유상증자로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며 신사현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도 있다.

기업 가치 훼손 책임론에도 정몽원 회장은 수십억 원대의 연봉과 주식배당금까지 챙겼다. 지난달 31일 만도가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몽원 회장이 현금으로 받은 주식 배당금은 16억 6,470여 만 원에 달한다. (주)만도에서만 지난해 40억에 달하는 연봉 및 주식배당금을 챙겨간 셈이다.

이와 관련해 만도 관계자는 “직원, 이사, 등기이사, 대표이사 등 다 하는 일이 있다. 회장님은 등기이사로서 (연봉) 23억 8.800만 원을 받은 것”이라며 “이 중 작년에 대한아이스하키 협회에 20억 원을 사재 출현했다”고 밝혔다.

앞서 만도는 2012년 7월, 휴가를 앞두고 돌연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현장에 용역을 투입했다. 직장폐쇄 기간에는 금속노조 만도지부 조합원들을 상대로 기존노조 탈퇴 밀 기업노조 가입을 종용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직장폐쇄 철회 직후에는 곧바로 금속노조 만도지부에 단협해지를 통보하고 기업노조와 교섭에 들어갔다. 직장폐쇄-용역투입-복수노조 설립-기존노조 탈퇴 종용-단협해지 등 이른바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적용된 사례다.

또한 사측은 교섭대표노조인 금속노조 만도지부와의 교섭을 해태하고, 기업노조 조합원에게만 특별격려금 75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정몽원 회장은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마무리됐던 2012년 10월, 만도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경영상 어려움 ‘정리해고’ 한진중공업
총수는 지주회사 통해 40억 이상 연봉, 주식배당 잔치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를 야기했던 한진중공업 총수도 수억 원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3년 넘게 현장 복귀를 하지 못한 채 ‘휴업자’ 신분으로 살고 있는 노동자들과는 상이한 행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2010년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농성과 다섯 차례의 ‘희망버스’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고자 현장복귀 합의가 이뤄졌지만, 3년 넘게 휴업자 신분으로 복직을 하지 못한 조합원도 다수 존재한다. 2011년에는 최강서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달 26일에는 희망퇴직자가 자살하는 등 총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31일 공시된 한진중공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도 한진중공업의 주당순이익은 마이너스 2,000억 원을 기록했다.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주식 현금배당 수익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등기이사로 등록된 조남호 회장 등 4명의 평균 연봉은 1억 7천 만 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조남호 회장의 주식 배당금과 억대 연봉은 ‘한진중공업’이 아닌 또 다른 루트를 통해 확보됐다. 조 회장은 지난해, 한진중공업의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를 통해 7억 5,72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매달 6,310만 원의 월급을 받은 셈이다. 또한 그는 한진중공업홀딩스 보통주 13,730,081주를 소유하며, 작년에만 34억 3,252만 원의 현금 배당금을 챙겨갔다.

유성, 상신 등 ‘귀족노조’ 비난하며 노조파괴 한 사업주들, 뒤로는 억대 연봉

대표적 노조탄압 사업장인 유성기업과 상신브레이크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성기업의 유시영 회장과 그의 부친 유홍우 명예회장 등 4명의 등기이사들은 작년 한 해 총 5억 7,800여 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라 5억 원 미만의 연봉을 받는 임원의 보수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이들 4명의 연간 평균 연봉은 약 1억 4,450만 원으로 나타났다.

[출처: 미디어충청]

또한 유시영 회장의 경우 약 520만 주 이상의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지난해 약 6억 7,849만 원의 현금 배당을 챙겼다. 유홍우, 유시영 부자가 작년 유성기업으로부터 받은 연봉과 주식배당금은 10억 원을 훨씬 웃돈다.

유성기업은 지난 2011년, 노조 파업 당시 노동자들의 연봉을 ‘7천만 원’이라고 거론하며 ‘귀족노조’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명박 대통령도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을 “연봉 7천만 원 받는 근로자들의 불법파업”이라고 언급하며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입사 7년차 기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실제 연봉은 상여금을 합해 고작 2천 5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31일 유성기업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도, 회사는 지난해 노동자 1인 평균 급여액을 6천 394만원으로 추산했다.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연봉 7천만 원 논란 당시처럼, 회사는 지급되지 않는 보조비 등을 책정해 과다하게 연봉을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성기업은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과 기업노조 조합원과 임금 차별을 두고 있어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홍종인 지회장은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 중에는 월 100만 원도 못 받는 사람도 있다. 회사는 기업노조에게만 보조금과 격려금을 지급하는 등 금속노조 조합원과 차별을 둔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성기업 노동자 약 600명 중 338명가량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소속 조합원이다.

상신브레이크의 정도철 회장과 정성한 부사장도 부자(父子)사이다. 정 씨 부자를 포함한 세 명의 등기이사가 지난해 받은 연봉은 8억 6천만 원 가량이다. 1인당 평균 2억 8천 만 원의 연봉을 받은 셈이다. 정 씨 부자는 지난해 연봉과 함께 주식배당금도 두둑이 챙겨갔다. 정도철 회장은 지난해 2억 3,926만원을, 정성한 부사장은 3억 7085만원의 현금 배당금을 챙겼다. 상신브레이크 역시 직장폐쇄 이후 단체교섭 결렬, 선별 복귀, 조합원 징계 등을 통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가동된 사업장이다.

한편 10년 넘게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지난해 140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67억 7,000만 원)과 신종균 사장(62억 1,000만 원), 윤부근 사장은 (50억 9,000여 만 원)도 연봉 순위 10위권 안에 모두 들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탄압과 위장도급, 위장폐업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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