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현장 누비는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지속적 연대로 진정성과 현장성 인정받아...300일 행보 을(乙)살리기 대회



“우리가 새벽 5시에 인천공항에 간다고 하니까 인천공항공사에서 ‘의원 한 두 명이나 오겠지’ 하면서 처음엔 만나는 장소도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원이 10명이나 오니까 그 허둥대는 모습이란... 속 된 말로 좀 웃기더군요. 그렇게 갔습니다. 그곳에서 ‘우리 의원들에게도 이렇게 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얼마나 하겠는가...’ 그런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생과 고통에 의해 세계 서비스 1위라는 명예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영재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노조 수석부지부장님 지금 어떻게 지내십니까?”(우원식 새정치연합 의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슈퍼 갑 공항공사를 상대로 싸우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1년 동안 싸우는데 지도부에서 정말 힘이 다 빠져가고 있을 때 을지로위원회 의원님들 10여분이 오셔서 저희한테 힘을 주셨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공항공사 사장 및 관계자들을 저희 앞에서 질타할 때 저희들이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2천여 조합원들에게 그 동영상을 보여줬을 때 조합원들이 박수를 치면서 우리도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그때 저희들도 힘을 받았고 20일 동안 파업을 진행해 어느 정도 성과도 남았습니다. 을을 위한 정치를 하신다고 하는데 저희 공항지부 을을 위해 조금만 더 힘 써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이영재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노조 수석부지부장)

“을지로위원회 모토는 한 번 잡은 일은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갑니다!”(우원식 의원)


지난 해 5월 10일 구 민주당 3차 최고위원회 의결로 구성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 위원회가 300일이 넘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저녁 6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을(乙)과 함께 새정치! - 300일간의 희망행진-”이란 모토로 진행된 ‘새정치연합 을(乙)살리기대회’는 이 같은 역할을 잘 드러내줬다.

대회 현장엔 삼성전자서비스, 화물연대, 덤프 레미콘, 학교비정규직, 국회 청소노동자, 우체국 택배노동자 등 500여명이 넘는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함께했고, 을지로위원회가 찾았던 다양한 현장에 대한 현수막이 벽을 빽빽이 채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은수미, 장하나, 한정애 의원 등 노동현장에 각별한 애정으로 찾았다녔던 의원들이 소개될 때 환호로 답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과거 민주노동당으로 대변되던 진보정당의 유력 정치인과 2012년을 전후해 끈질기게 투쟁현장을 찾아다녔던 정동영 전 의원에게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다만 정 전 의원은 개인적 행동이었다면 을지로 위원회는 새정치연합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차이가 크다.

대회는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도 참가해 17명의 각 현장 대표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면서 끝 마쳤다.


타운홀 미팅에서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은 “제가 노조를 만들기 전에 삼전자서비스의 엔지니어였다”며 “기업인들 중에 썩 좋아하는 분들이 별로 없는데, 그중에 제 페이스북에 올릴 정도로 좋아 했던 기업인이 한 분 계셨다. 그 분이 바로 앞에 계시는 안철수 대표님”이라고 말해 환호를 받기도 했다.

위영일 지회장은 이어 “직원들을 존중하는 그 자세를 보고 ‘아 좋으신 분이다’라는 생각을 예전에 한 적이 있다. 제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컴퓨터 수리를 많이 했는데 V3를 열심히 깔아 안내해드리고 홍보역할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을지로위원회에서 많이 수고해 주셔서 노조를 인정받는 것처럼 됐지만 여전히 탄압받고 있다. 우리는 굴하지 않고 열심히 싸우겠다. 그 중심에 을지로 위원회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과천 경마장 마필 관리사 노동자들을 만나러 갈 때도 새벽 5시 반에 의원 10명이 찾아가 마사회에서 깜짝 놀랐다”라며 “비정규직 상태라고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상태를 볼 수 없어서 갔는데... 저희들이 가니까 저희들 손을 잡고 정말... 왜 을들은 이렇게 많이 우는지요. 이제 울지 마세요. 펑펑 우는 남자의 모습을 봤다”고 마필관리사 노조를 찾던 날을 회상하기도 했다.

박홍철 마필관리사 노조위원장은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잠자고 있던 마사회의 힘을 이끌어냈다”며 “우리 노동자들은 끝까지 을지로위원회와 같이 갈 것을 약속드리며 갑의횡포에 의해 힘의 논리로 밀리는 우리 을들을 위해 눈물을 닦아내는 을지로 위원회 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태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장은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을지로위원님들이 지난 연말에 예산을 통과 시키고, 꼼수를 쓰려는 정부에게 제대로 일침을 놔 주셔서 고맙다”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했다.

민경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도 “저희 3만 노동자가 농성을 하든 천막투쟁을 하든 을지로위원회가 진돗개 정신으로 놓지 않고 물어달라”고 당부했다.

김영숙 국회청소노조 위원장은 “을지로위원회 위원님들과 조합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직접고용을 꼭 만들어 내겠다”며 “민주연합화이팅!! 을지로 위원회 위원님들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1회성 방문 넘어 현장성과 진정성 확보...당 현장 활동 기반 마련

을지로위원회는 국회의원 45명, 시민단체 자문위원 4명, 사무국 4명으로 출발한 이후 83건의 현장방문, 100건의 법률상담, 간담회/ 토론회 112건, 사례발표 45건, 기자회견 74건, 협상 타결/정리 25건의 성과를 냈다. 또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가맹사업법, 이자제한법, 건설기계관리법 등 일부개정법률안 7건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런 활동결과는 을(乙)로 명명되는 자영업자.비정규직들과의 지속적인 연대로 당이 현장성과 진정성을 확보하고, 향후 새정치연합의 민생현장 활동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사업방식도 양대노총이나 노동조합 상급단체 조직들과 함께 문제가 있는 사업장을 1회성으로 방문하는 방식을 넘어, 정치권이 직접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현장의 요구를 국정감사, 입법, 예산 등의 의정활동에 반영해 그 결과를 다시 현장과 공유하는 연계시스템을 잘 활용한 것이다.

을지로위원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노동시장 내부에서 가장 약자로 통하는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갑의 횡포에 수탈당하는 을로 쉽게 풀이해 대중적 공감대와 사회적 공분을 모아낸 데 있다. 을지로위원회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관심 있는 의원 한 두 명이 아니라 의원 10여명이 함께 현장을 찾아 사용자들을 대대적으로 압박한 것도 주요 요인이 됐다. 노동계 등에선 새정치연합이 이전 진보정당의 역할을 대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대회 현장에서 만난 민주노총 소속 한 단위노조 간부는 “새정치연합이 남양유업 사태이후 이슈를 잘 잡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성과는 많지 않지만 비정규직과 만나는 계획을 잘 세운 것 같다. 잘하는 것 같다”면서도 “문제는 10년 전에 자기들이 다 만든 법 때문에 비정규직이 이렇게 됐는데 씁쓸한 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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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족자

    참세상 기사맞나.. 참

  • 선거운동

    참세상은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청소년, 성소수자 등 민중의 삶과 투쟁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민중의 시각으로 깊이있게 보도하는 민중의 미디어입니다. <참세상 소개> 중에서...

  • 야권연대

    이 정도로 민주당의 행적을 전후좌우 완벽하게 찬양하는 기사는 다른 신문에서는 본 적이 없다. 감동!

  • 멍청해

    을지로 위원회인지 뭔지 같이 맞장구 치다 뒤통수 맞아 봐야 또 정신차리려나? 노무현때 맞은거 기억 안나나? 머리속에 지우개가 있던가, 공부를 안하던가 둘중 하나겠지.
    뒤통수 맞는 날 이 기사 속, 새정치연합에 고맙다고 찬양한 사람들이 스스로 느끼는게 있겠지.

    기사 의도야 비정규직들이 고맙다고 하니 고마워한다고 쓴거네, 욕할라면 고맙다고 한 비정규직들보고 정신차리라 하던가. 근데 고맙다고 한 사람들 실명에 직책까지 자세히 써줘서 누가 누군지 더 잘알수있어 고맙네 ㅋ

  • 양아치들

    을지로 위원회의 취지는 좋으나 그 결과를 이루기 위해 각 단체들에게 행하는 을지로 위원회의 행동은? 혹시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핍박하는 방식으로 위원회가 고용주를 핍박하고 있지는 않은가? 권위적인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