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FTA 독소조항 ‘역진방지’ 검토도 없이 규제완화 추진

김제남 의원, “완화된 규제 중 관련 조항 적용 여부도 파악 못해”

최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대적인 규제완화 드라이브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 FTA 독소조항으로 유명한 역진방지 조항과의 관계 검토 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규제완화를 추진하며 FTA 역진방지 조항과 관련한 어떠한 연구용역도 실시하지 않았다. 또 국무조정실 내 혹은 부처 간에도 어떠한 확인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고 있으며, 그동안 추진된 규제완화가 FTA 역진방지에 적용되는지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은 미국과 EU를 포함해 50여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으며, 이중 다수의 FTA는 한번 규제를 완화하면 다시는 규제를 강화하지 못하는 역진방지(후퇴불가) 조항을 담고 있다.

규제완화 부작용 있어도 ISD와 역진 방지 조항 때문에 되돌릴 수 없어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역진방지 조항을 검토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FTA의 독소조항들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고, 독소조항에 저촉되면 국가가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FTA가 강력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도입하고 있어, 규제 완화 후 부작용이 커서 다시 규제를 강화하거나 강한 행정적 처분을 내리려고 해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제소돼 막대한 변상금을 물어야 한다.

이런 맹점 때문에 한-미, 한-EU FTA 체결 당시 투자자-국가제소제(ISD)와 더불어 역진방지 조항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재협상 요구를 거세게 받아온 바 있다.

김제남 의원이 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완화된 규제 중에 FTA의 역진금지 조항이 적용되는 지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않고 있었고, 김 의원이 자료요청을 하자 그제서야 관련 부처에 적용여부 파악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외국간행물 수입추천제 폐지 한 건이 역진방지 조항 적용을 받는다고 보고했지만, 이미 정부 내에서도 철도 민영화와 관련해 민간 운영 규제를 완화할 경우 역진방지 조항의 대상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김제남 의원은 “규제완화는 결코 TV 끝장토론과 같은 정치 이벤트로 졸속적이고 급하게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 치밀하고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며 “FTA 시대에 규제완화는 속도와 양이 아니라 정교함과 질을 담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과속 규제완화’로 교육, 의료 등 공공성이 훼손되고 미래세대에게 치명적 후과를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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