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남, “한-호주FTA, ISD 독소조항 한-미FTA 판박이”

10년 동안 요구한 한-미FTA 재협상 명분 사라지게 만들어

8일 박근혜 대통령과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정상회담 후 한-호주 FTA에 공식 서명했지만 한미FTA 대표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판박이로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호주FTA 상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는 한미FTA ISD와 일란성 쌍둥이 수준의 동일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호주FTA의 ISD는 한-미FTA ISD 규정의 자구와 구조를 소폭 수정한 것으로 내용 상 차이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한미FTA의 ISD 조항은 2011년 시민사회와 전체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며 협정 폐기와 재협상을 요구했던 가장 논란이 컸던 독소조항이다. 당시 야권의 반발이 워낙 강해 국회와 이명박 정부는 12월 한미FTA의 투자자-국가 소송의 폐기, 유보, 수정을 위한 재협상 추진을 합의하고 결의안을 통과 시킨바 있다.

이렇게 ISD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는데도 한-호주FTA의 ISD가 기존 한-미FTA를 팍박이로 옮겨 놓은 것은, 정부 스스로 한미FTA 재협상의 명분을 버린 셈이 됐다. 또 한-미FTA ISD 개정의 폭이 대폭 축소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론스타 ISD 악용 사례 막을 투명성 규칙도 배제

또한 이번 한-호주FTA ISD 조항은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 투명성 규칙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부속서한을 교환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김제남 의원에 따르면 부속서한은 협정 발효 1년 후에 이 규칙의 적용여부를 재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 투명성규칙은 ISD 소송에 관련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밀실에서 진행되는 등 투명성 관련 국제적인 비판이 일자, 유엔 총회가 제정해 올 4월 1일부터 발효했다. 투명성 규칙은 투자자-국가 분쟁이 개시되면 당사국은 중재 개시통지문 및 소송과 관련된 각종 중재서류를 공개하여야 하고, 제3자의 의견제출권, 공개 청문 등을 강화된 형태로 보장해야 한다.

투명성 규칙이 중요한 이유는 먹튀 논란을 일으킨 론스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한국을 상대로 ISD 소송을 제기해 중재절차가 진행 중이었지만, 중재 개시 통지문 및 소송 진행 상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투명성 규칙 배제는 론스타 소송의 근거가 되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의 개정 등을 통한 투명성 규칙 적용 확대 명분도 줄어들게 한 셈이 됐다.

김제남 의원은 “ISD 투명성규칙이 배제되고, 한-미FTA의 ISD를 판박이로 재현함에 따라 한미FTA 재협상 명분이 사라지고 ISD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며 “국회는 한-미FTA 재협상을 결의한 전례를 이어, 한-호주FTA 비준 절차를 거부하고 재협상 논의를 시작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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