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ISD 정부 연구용역 결과, 장밋빛 찬양 일색 파문

“비준당시 몸싸움 했는데 ISD 옹호론자들로 T/F 구성”...ISD 논란 재점화

2011년 한미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몸싸움과 격론을 거듭했던 ISD(투자자-국가 소송제) 관련 조항에 관한 정부 용역결과가 장밋빛 낙관론 일색으로 국회에 보고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연구용역에 참가한 교수들이 ISD 옹호론자들로만 구성됐다는 지적까지 나와 국회 차원의 논란이 재점화됐다.

한미FTA의 ISD에 관한 연구용역은 2011년 국회 비준 동의 처리 당시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ISD 폐기, 유보, 수정을 포함한 ‘한미FTA 재협상 촉구결의안’ 채택에 따른 것이다.

10일 오전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한미FTA ISD T/F 및 연구용역결과 발표’ 종합의견을 전달하면서 “(일반적인) ISD 제도는 반세기동안 여러 국가들이 인정해 온 보편적 규정으로 지속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전제부터 했다. 이런 전제는 “한미 FTA상 ISD의 전면 폐기나 삭제, 핵심조항에 대한 개정 필요성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또 “한미FTA의 ISD 제도는 투자자 보호 및 국가 규제 권한 간 균형을 이룬 발전된 형태”라며 “그간 ISD와 관련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우리의 법.제도와 조화를 이룬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단정지었다.

주요 쟁점별 검토 내용도 역시 ISD 조항은 다 좋다는 일색이었다. 보고서는 ISD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간접수용에 관해선 “우리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며, 헌법상 재산권 보장 이념에 부합한다”고 했다. 또 “ISD는 국제 분쟁해결의 일환으로 사법제도를 저해하지 않고, 공공정책 자율성 관련해서도 협정문상 적용배제, 예외, 유보 등을 통해 공공정책의 자율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ISD의 주요 중재판정례 분석을 통한 정책적 시사점 역시 우리나라엔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법적 안정성이 높고 남미 같은 자의적 정책운용은 드물어 ISD 제기 가능성이 낮고, 해외 진출기업은 광업과 전기가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ISD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지속적 투자유치를 위한 기본장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 규제 조치를 합리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용 시 ISD 제기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한미 FTA ISD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비판은 ISD제도, 중재판정 결과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 바가 크며, 조약문어의 차이, 정부 조치의 부당성 간과, 국제 투자법 및 국제법에 대한 부적절한 해석으로 인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해 ISD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시민단체와 야당 의원, 전문가들 의견을 전면 부정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당장 여당 의원으로부터도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산업부의 12페이지 짜리 결과 요약보고서에 낙관적 결론만 도출된 배경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야당 의원들은 T/F 논의 자료와 용역보고서 결과 도출 과정에 대한 자료를 전면 공개하라고 했지만,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부 협상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며 전면공개가 아닌 시기와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현제 새누리당 의원은 “너무 낙관적인 결과다. 정부의 의지와 뜻이 있어서 이렇게 보고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민간 용역결과다.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다”고 했다.

추미애 새정치연합 의원은 “간접수용이 문제되는 건, 재산권을 국가가 침해했을 때 헌법의 보호대상이 뭐냐다. ISD가 얘기하는 투자자의 기대이익, 실현되지 않은 장래이익까지 보호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헌법의 적용을 받는 내국인과 투자자로서의 외국인을 역차별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법무부에서도 지적한 적이 있다. 그걸 우리더러 믿으라고 내놓은 결과냐”고 비난했다.

김동철 의원, “T/F 공동위원장 신희택 교수는 가장 적극적인 ISD 찬성론자”

같은 당 김동철 의원은 “참여 전문가들 모두 ISD 찬성론자와 옹호론자들만 동원해 용역을 줬다. T/F 공동위원장 신희택 교수는 가장 적극적인 ISD 찬성론자다. 이재민 교수는 협상 당시부터 ISD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분이다. 국회를 무시하고 우롱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윤 장관은 “저희가 용역을 하면서 ISD 문제제기하는 분들을 포함시키려고 여러분 요청했지만 그분들의 참여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김동철 의원은 “그러면 용역을 안 하는 게 맞지. 찬성론자들만 가지고 왜 용역을 해서 예산을 낭비하느냐”고 비판했다.

윤 장관이 “ISD는 찬성과 반대를 구분할 문제가 아니라, 필요하냐 안하냐의 문제”라고 반박하자, 김 의원은 “신희택 교수는 2011년 11월 2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ISD를 반대하는 것은 옆문 81개를 열어놓고 정문 막는 길이라고 조선일보에 대서특필한 분이다. 정말 국회 무시, 국민 우롱이다”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의원은 “한미FTA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민주화 등 경제적 약자를 위한 정부조치를 할 수가 없다. 두고두고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ISD 제소가 무서운 게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제약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이미 국회에서 ISD의 재협상을 결의했는데도 장관은 ISD가 꼭 필요하다는 답을 이미 가지고 있다”며 “국회 결의안은 ISD와 관련해 여러 쟁점이 남아있다는 것이었고, 오늘 여기에 대한 답과 자료는 불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ISD 재협상을 촉구한 국회 결의안을 상기하는 의원들에게 “국회 결의안의 취지를 최대한 반영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ISD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제 소신이다. 전체적으로 우리에게 이익이다. 그 측면에서 보완점을 찾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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