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소중한 생명... 꼭 돌아와라”

[현장] 빈 책상엔 주인 잃은 담요만...

  경기 단원고 2학년 8반 교실의 빈 책상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윤근혁 [출처: 교육희망]

17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고 본관 3층에 있는 2학년 8반 교실. 텅 빈 교실 안 책상 위에는 교과서와 담요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담요 덮고 공부하던 학생들은 어디로...

담요를 덮고 추위를 참아가며 자율학습에 참여해 온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은 이 학교에 없었다. 제주 수학여행을 인솔한 이 학교 2학년부 교사 11명을 비롯한 14명의 교원도 없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살고 있는 학교 주변 3-4층 크기의 오래된 빌라촌에도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현재 구조가 확인된 학생은 75명, 교원은 3명이다. 2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학생을 지도하던 7명의 교사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가운데엔 전교조 조합원인 이 아무개 교사(역사)도 포함돼 있다.

2학년 교실 복도 들머리엔 2학년부 교무실이 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대신 밝게 웃는 2학년 담임교사들의 소개사진만 걸려 있었다.

사진 밑에는 ‘재수생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부모가 붙인 것으로 보이는 편지글이 있었다.

“너희들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얼마나 소중한 생명인지... 심장이 터질 듯 아프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꼭 돌아와라.”

이 글귀를 지켜보던 이 학교 1학년 한 남학생은 “학교 동아리에서 같이 생활하던 누나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서 “걱정이 돼서 학교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은 휴교인데도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 어쩔 줄 몰라 했다. 일부 여학생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학교는 이번 수학여행 3박4일 가운데 1/3을 배에서 보내는 일정으로 계획을 짰다. 왕복 28시간이 걸리는 배를 타고 제주를 오가야 했기 때문이다. 어떤 고교 학생들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이나 영국으로 수학여행을 가지만, 이 학교는 배를 타고 제주로 가는 일정을 잡은 것이다.

  경기 단원고가 만든 <학교운영계획> 책자. ©윤근혁 [출처: 교육희망]

이 학교가 만든 <학교운영계획> 책자에는 다음과 같이 학생들의 형편을 적어놓고 있었다.

“공단 중심의 생활권이면서도 생활수준의 격차가 심함. 청소년 문화공간이 절대 부족.”

이 학교 주변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단원고는 공단 밀집지역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무사히 돌아오길...” 교육단체들 행사 줄줄이 취소

한편, 교육단체들은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성명서를 내는 한편 이날 예정된 행사를 모두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하루 전인 16일 오전 자율형사립고 폐지 등을 내걸고 밤샘농성에 들어간 전교조는 이날 오후 11시 49분 긴급성명을 내고 “오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지도부 철야농성에 돌입했지만 사고 소식을 접하고 농성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우리 제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현장교사들과 온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교조 인천·충북·대전·경남·광주·울산지부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날 서울에서 벌이려던 친환경무상급식 캠페인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 예정이던 충남 아산학생 전학허용 촉구 기자회견도 연기했다. 한국교총도 오는 20일로 예정했던 '전국 선생님 노래자랑'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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