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물의 일으켰는데 교사가 “주말에 비상근무”?

정부, 책임전가식 행정 논란... “행정력 낭비 전형”

박근혜 정부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이후에 연일 학교 등의 현장 공무원에게 근무기강을 강조하고 주말 비상근무를 강요하면서 ‘책임전가식’ 행정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1일 각 시도교육청에 ‘공무원 비상근무 강화 및 근무기강 확립 재강조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국별로 1명씩 필수인원을 평일 24시까지, 주말 9시부터 18시까지 비상 근무하라고 했다. 교육부 관할인 국립학교의 경우 역시 학교당 1명 이상을 주말에 9시부터 18시까지 일하라고 했다.

시도교육청 소속 기관과 공립학교 등에 대해서는 자체 비상근무 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토록 하라고 요청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공무원 근무기강 확립 관련 공문만 6차례

교육부의 조치는 같은 날 나온 안전행정부(안행부)의 공문 후속 조치였다. 안행부는 21일 같은 제목의 공문을 각급 기관에 보내 사고대책과 관련이 아닌 기관의 경우에 1명씩 평일 자정까지,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비상근무 하도록 했다.

안행부는 “공직기강 확립과 비상근무 철저에 만전을 기하라는 국무총리의 지시에도 일부 공무원이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사례가 발생한데 따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행부와 교육부가 공무원 근무기강과 관련해 내려 보낸 공문만 지난 16일 이후 6차례에 이른다.

교육부의 지침에 준해 경기교육청과 인천교육청은 지난 22일 평일 24시간 비상연락 체계 유지(유선)하고 주말에 학교별 1명 이상 9시부터 18시까지 일하도록 소속 초‧중‧고에 지침을 내렸다. 교육부가 정한 국립학교 비상근무 강화 계획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지침을 받은 학교측은 주말 비상근무조를 편성하는 데 신경을 써야 했다. 많은 교사들은 “황당하고 화가 난다”며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경기 한 중학교 교사는 “차라리 학교별로 희생자 추모 계기수업이나 실종자 가족 돕기 편지쓰기 등으로 실종자 가족들이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교에 도움을 줘야 한다”며 “이런 이벤트성, 보여주기식 대책은 근본 문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사고 대처에 잘못한 정부가 애꿎은 교사와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지라는 의미로 느껴진다. 이건 말이 안 되는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교사들의 비판을 받은 경기와 인천교육청은 24시간 비상연락망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지침을 고쳐 재시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육부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학교마다 다 상황이 다르니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라며 “시도교육청이 판단해 기존처럼 비상연락망을 유지하는 선에서 진행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고위공무원이 사회적 물의 야기했는데... 현장 공무원에 언행 금지

또 공문에 함께 내려온 ‘공무원 근무기강 확립 재강조-공무원의 품위손상 등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는 언행 금지’ 문구도 교사와 공무원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뒤, 실종자 가족들 곁에서 의전의자에 앉아 라면 먹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 기념사진 찍자고 한 송영철 안행부 감사관, 선동꾼 발언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이 모두 고위직인 탓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23일 내놓은 성명서에서 “고위공직자의 몰상식한 행동 등으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자 현장의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하며 “행정력 낭비와 전시행정의 전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노조는 “세월호 참사가 더욱 큰 재난으로 이어진 이유가 중앙부처의 초동대처 미흡과 정부의 재난대책 시스템 부재, 컨트롤 타워 부실이었다”고 분석하며 “안행부는 즉시 탁상행정을 중단하고 구조작업에 만전을 기하라”고 촉구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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