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았지만 지옥...세월호 생존학생들, ‘살아줘서 고마워’

[인터뷰] 장동원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대책위 대표 “정부, 언론 큰 책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일. 174명의 생존자를 끝으로 진도 앞바다의 시간은 멈췄다. 세월호에 탑승했던 325명의 단원고 학생들 중 75명만이 살아남았다. 구조되지 못한 아이들은 주검으로 돌아오거나, 아직도 차가운 바닷물에 가라앉아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간과의 사투를 벌였다. 일 분 일 초가 지날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다. 하지만 구조는 더뎠고, 정부의 대응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언론은 현장을 왜곡했다. 온갖 유언비어와 정치인들의 경솔한 행동은 가족들의 마음을 할퀴었다. 지옥 같은 시간은 벌써 9일째 끝나지 않고 있다.

그런 실종자 가족을 지켜보는 생존자들 역시 지옥 같은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생존 학생들은 아직도 참사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죄스러움에 눈물을 떨구고 있다.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분노가 더해갈 수록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안함은 더 커진다. 가만히만 있을 수 없어 그들도 정부와 언론을 상대로 한 대응에 나섰다.

그들은 지난 22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언론과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라며 정부의 신속한 구조작업과 언론의 진실 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 대책위도 꾸렸다. 생존 학생의 치유와 제대로 된 학교 정상화, 나아가서는 진상규명 요구까지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단원고 희생 학생들과 교사들의 합동장례식이 치러졌던 23일, 생존 학생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안산고려대병원에서 장동원 생존자 학부모 대책위 대표를 만났다. 병원 곳곳에는 아직도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는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언론의 무리한 취재경쟁에 불편함을 드러내며, 정부의 무능함과 비겁함에 분노했다. <편집자주>


오전 9시 25분, “아빠, 바다에 컨테이너가 떠다니고 배가 기울어졌어”
지옥 같은 악몽의 시작...생존 학생은 정신적 고통, 실종 가족은 아비규환


4월 16일 오전, 언론은 ‘세월호 탑승 학생들 전원 구출’이라는 대형 오보를 냈다. 갈팡질팡하다 임시방편적으로 내 놓은 정부 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한 탓이었다. 하지만 짧은 안도의 한숨 뒤에 수습하지 못할 대참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장동원 대표의 뇌리 속에도 당시의 허망했던 상황이 떠나질 않는다.

  장동원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대책위 대표

“그날 새벽 여섯시 쯤 딸아이와 영상 통화를 했어요. 출근한 뒤 9시 25분경에 딸아이한테 다시 전화가 오더라고요. 바다에 컨테이너가 떠다니고 배가 기울어졌대요. 저는 별 것 아닌 줄 알았어요. 설마 그렇게 큰 배가 쉽게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아이에게 방송에서 뭐라고 하더냐고 물었더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대요. 그래서 저도 아이한테 안내방송에 따르라고 했죠.

그런데 아이한테 40분경에 또 전화가 왔어요. 배가 기울어지고 물이 들어온대요. 그제서야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얼른 비상구와 구명조끼를 확인하고 갑판 위로 올라가라고 했어요. 그리고 나서 연락이 끊겼어요. 아내가 언론에서 전원 구출됐다는 보도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믿을 수가 없었어요. 딸아이는 배에 물이 차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짧은 시간에 3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구출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작업복 입은 채로 뛰쳐나갔어요. 바로 진도로 내려갔죠.”


진도로 내려간 장동원 대표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딸의 이름이 구조자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은 까닭이었다.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무너지는 가슴을 잡고 딸아이를 찾았다. 그 때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선이 아이를 구조했고, 구해준 아저씨의 전화를 빌려 전화를 한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이를 기다렸다.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보고나서야 설움이 북받쳤다. 하지만 제대로 한 번 안아보지도 못했다. “안아볼 틈도 안주고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댔어요. 딸아이가 싫다는데도 계속 찍더라고요. 아이도 저리 가시라고 하고, 저도 심리적으로 좋지 않으니 찍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도 들어주질 않아요.”

시간이 지나고 안산에서 학부모들이 진도로 내려왔다. 그 때도 취재경쟁이 벌어졌다. 화가 난 부모들은 취재진에게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구조된 학생들을 실은 버스가 들어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관제센터에서도 앞으로 버스가 계속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한 대도 돌아오지 못했다. 장 대표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뒤로 하고, 딸아이와 구조된 아이들을 차에 싣고 고대안산병원으로 향했다.

“제가 의사가 아니니까 지금 딸아이가 정신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해요. 하지만 제가 아는 딸은 감정표현을 잘 하는 아이였거든요. 근데 감정표현을 안 해요. 한참을 그렇게 담담하다가도 갑자기 막 울어요. 감정기복이 심한 상태예요. 언제든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저희 집도 맞벌이를 하거든요. 지금 만약에 퇴원해서 학교로 내보내라고 하면 못 보내요.

아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아이들 밖으로 내보냈다가는 큰일 나겠다고 해요. 마트에 가면 둘만 모여도 단원고 이야기를 해요. 동네 곳곳마다 플랜카드가 붙어 있고, 텔레비전을 틀면 사람들 오열하는 소리가 들려요. 온 동네 분위기가 그래요. 술집에 손님도 없대요. 어른들조차 이런데, 직접 피해를 겪은 아이들이 어떻게 견디겠어요.”


단원고등학교는 반월 공단과 밀접해 있다. 그러다보니 공단 지역 노동자들의 자녀들도 많다. 공단중심의 생활권이지만 생활수준의 격차는 꽤 크다. 신도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연립주택 밀집지역에 사는 아이들도 많다.

“반월공단에 근무하는 노동자들도 많고, 변호사나 시의원 자영업자도 있어요. 생활수준 격차가 없지는 않아요. 생존학생 학부모들 중에도 힘든 분들이 많아요.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 맞벌이를 하거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형편이라 아이를 혼자 놔둘 수밖에 없거든요. 먹고사는 게 힘드니까 이런 일이 생겨도 아이를 보호하기에 물리적으로 힘들어요. 그래서 부모들의 생활 패턴이 대부분 끊겨 버렸어요.”

“아이들은 배 안에, 실종 가족들은 섬 안에, 생존자는 병원에 갇혔다”

사고 발생 이후, 생존 학생 학부모와 실종자 가족들 모두 정부의 초동 대응 미흡과 부실한 재난관리시스템을 비난했다. 도와달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정부는 우왕좌왕하기만 했고, 언론은 피해자들보다 정부에서 나오는 부실 정보에 열을 올렸다.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속에는 정부와 언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들어찼다.

“대한민국에서 사고 한 두 번 났습니까? 매번 큰 사고가 날 때마다 초동 대응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초동 대응을 잘 했으면 이만큼 사상자가 나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정부에서는 매일 경제대국이다, 아이티 강국이다 이런 말하잖아요. 그렇게 잘난 나라에서 해저로봇은 왜 뒤늦게 투입시키고, 왜 사람은 한 명도 구조를 못한답니까.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한 번에 실종된 사례는 세계 처음일 겁니다. 누가 보더라도 어이없는 일이죠.”


장동원 대표는 실종자 가족들과 주고받은 몇 개의 핸드폰 메시지를 꺼내보였다. 한 실종 학생 아버지의 간곡한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문자였다. 정부가 구조는 안하고 조사만 한다. 미치겠다,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실종된 아이는 딸아이와 친했던 친구였다. 집에도 자주 놀러왔었다. 부모들 간의 교류도 있었다. 손을 다쳐서 수학여행을 망설이다 결국 세월호를 탔던 아이였다. “아저씨가 병문안 못가서 미안해” 그 학생은 장동원 대표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주검으로 돌아왔다.

“시신을 수습한 유족들이 그래요. 시신이 너무 깨끗하다고. 시신을 찾은 유족이 고대안산병원으로 올라와 만난 적이 있어요. 하나같이 시신이 너무 깨끗하다고 해요. 초동 구조만 제대로 됐으면 살아 있었을 것이라고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깊을 수밖에 없죠. 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했겠어요. 그런데 그걸 경찰이 막았어요. 실종자 가족들까지 섬 안에 가둬놓은 거예요.

생존자들은 병원에 갇혀 있고, 아이들은 배에 갇혀 있고, 가족들은 섬 안에 갇혔어요.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요. 가족들이 행진을 했던 것은 정부에 대한 애원이자 하소연이었어요. 그리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언론에 한 줄 이라도 피해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어요. 거기서부터 서울까지가 얼마인데, 오죽 답답했으면 걸어서 간다고 했겠어요. 정부 관료 중 어느 한 명이라도 피해자 요구를 귀담아 들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겠죠.”


“사회 구조적 문제로 터진 대형사고, 이제 언론을 믿지 않는다”

사고 발생 이후, 언론은 세월호 선장에 대한 비난에 집중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됐고, 자극적인 기사와 방송이 난무했다. 세월호를 제일 먼저 빠져나온 선장과 승무원들은 ‘악마’가 됐다. 하지만 생존 학생 학부모들이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 선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들이 지목한 책임의 주체는 정부였고, 반성해야 할 곳은 언론이었다.

“선장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물어야죠. 명확히 책임을 져야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원인을 선장에게 돌린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어요. 선장의 행동 뿐 아니라, 모든 구조적인 문제가 얽히고 드러나면서 터진 대형사고에요. 선장도 1년짜리 비정규직 이었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하는데 정부가 그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겠습니까. 구조적 문제 위에서 사건이 터진 거예요. 정부가 책임을 져야죠. 진상규명에 있어서도 꼬리 자르기 식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언론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온갖 오보가 넘쳐났고, 선정적인 문구와 자극적인 기사가 방송과 포털을 도배했다. 취재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2차 가해가 이뤄졌다. 일부 언론사에서 생존 학생들에게 ‘돈을 줄 테니 인터뷰를 하자’며 접근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생존학생 부모들의 분노도 커져만 갔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고대안산병원에서 실종자 가족과 생존자 가족 간에 다툼이 일었다는 기사까지 보도했다. 생존학생과 부모가 걸어가는데, 병원에 실려 온 실종자 부모가 이들을 보고 욕을 하며 다툼이 일었다는 내용이었다.

“어이가 없죠. 당시 실종자 가족이 쓰러져서 고대안산병원에 실려 왔어요. 그리고 생존 학생의 친구들이 병문안을 와서 정문 근처에서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아무래도 혈기왕성한 때라 떠들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했겠죠. 그걸 보고 실종자 가족이 한 마디 한 거예요.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는 모든 게 다 화가 나겠죠. 그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런데 그 내용까지 언론에서 이슈화를 시키는 거예요.

이제 언론을 믿지 않아요. 있지도 않은 사실을 보도하고, 오보를 남발했잖아요. 그렇게 취재경쟁을 하면서도 유가족의 요구나 목소리는 다 차단됐어요. 한 명의 구조자도 나오지 않는 바다만 연신 비춰대면서 계속 열심히 구조를 하고 있다고 보도를 해요. 언론이 피해자의 요구와 아픔을 보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하지만 이것들을 외면하고 거짓을 포장해 내보내는 구조예요. 학부모들도 이제 언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해요.”


‘살아줘서 고마워’ 이 한 마디에도 죄인이 되는 생존 학생들
“생존자 치유 프로그램, 진상규명, 정부 사과, 책임자 처벌 필요해”


최초 구조된 75명의 학생들을 마지막으로, 더는 살아 돌아온 아이가 없었다. 생존 학생 학부모들의 마음도 타들어갔다. 그들은 “살아남은 아이마저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했다. 너무나도 슬픈 일이었다. 그래서 생존 학생 학부모들도 무엇인가를 해야 했고, 목소리를 내야 했다.


“실종자 부모 한 분이 제 딸아이를 붙들고 ‘00가 너랑 만 같이 있었어도 살았을 텐데’하며 우셨어요. 제 딸아이도 ‘아저씨 미안해요’라고 하고요.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애도 친구를 잊어서는 안 되고, 더더욱 열심히 살아야죠. 친구의 짐까지 지고 가야 되는 게 맞아요.

남아있는 아이들에 대한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지금 교육청이나 학교가 학교 정상화를 시키겠다고 하는데 신뢰가 가지 않아요. 피해 아이들의 심리적인 안정과 정상적인 복귀를 돕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교육청은 그저 빨리만 하려고 해요. 하지만 얼렁뚱땅 하다가는 문제가 커질 수 있어요. 충분한 프로그램을 통해 진단받고 치료받는 과정과 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래야 부모들도 마음 놓고 학교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죠.”


22일 대국민 호소를 발표한 10여 명의 생존학생 학부모들은 대책위를 구성했다. 이후 관계기관 등과의 면담을 통해 이후 학교 정상화 방안이나 사고 대책 등을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도 강하다. 장동원 대표는 “상황이 안정되면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이라며 “실종자 가족들 역시 진상규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너무 처참한 비극이 일어났어요. 이 모든 것이 예견된 사고라는 점에서 비극은 더욱 크죠. 갑자기 벌어진 문제가 아니에요. 원인은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였어요. 이 비극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아픔만 가지고 살 순 없잖아요. 잘못된 사회 때문에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생존한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먼저 반성을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죠.

그런 면에서 현 정부의 책임이 커요. 상식적으로 구조작업만 보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것투성이에요. 정부는 우선 실종자를 빨리 구출하고, 유가족의 입장을 명확히 받아 안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꼬리자르기가 아닌 철저한 진상규명과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도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사건이 제대로 정리돼요. 이런 절차가 없을 시 현 정부도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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