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근로시간단축 논의, 법 개악 논란만 낳고 끝

신계륜, “노정간 불신과 적대감이 중요 걸림돌”

지난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노동시간단축 등 노동계 현안 합의를 시도했던 노사정소위원회 활동이 종료됐다.

  23일 환노위 회의에 참석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 정현옥 차관

신계륜 환경노동위 위원장은 24일 환노위 전체회의 노동시간단축 소위 논의결과 보고를 통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지만 8시간 특별근로시간을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간 이견이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노사정소위는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선 두 가지 안을 논의했다. 하나는 특별근로시간 8시간을 포함한 60시간(40시간+12시간+8시간)의 근로시간을 도입하되, 중소기업 등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안이 있었다. 또 다른 안은 실질적인 근로시간단축을 위해 52시간(40시간+12시간)을 곧바로 도입하되, 산업현장 연착륙을 위해 한시적 면벌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안이 제시됐지만 두 안 모두 의견이 좁혀지지는 않았다.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시행령이 아닌 법에 직접 정의하고 통상임금의 개념요소로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소정근로 대가성을 명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제외부분을 “근로의 양 또는 질과 관계없거나 근로자의 개인적 사정에 따라 달리 지급하기로 정한 금품”으로 하고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인 제외 사항을 정하기로 하는 안이 논의 됐다.

노사.노정 관계 개선 문제를 두고는 △손해배상과 가압류 남용 방지하는 방안 마련 권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노정관계개선특별위원회’ 설치 운영 권고 △정리해고 절차적 요건(해고회피노력의무, 성실협의의무 등) 강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 마련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통상임금, 노사.노정관계 개선 의제는 노동시간단축 논의가 합의되면 패키지로 주고받기로 해 논의만 하고 말았다.

노동계, 노동부 잘못된 행정해석 맹비난

이날 신계륜 위원장은 법안 개정에 합의하지 못한 중요 요인으로 노동계와 정부 사이 불신과 적대를 꼽았다. 신계륜 위원장은 “노동계와 정부 간에 조성된 매우 큰 불신과 적대감이 이(근로시간단축) 논의를 진전시키는데 중요한 걸림돌이 됐다”며 “실무지원단의 중재안이 제안됐을 때 그 정당성을 떠나, 논의를 전진시키지 못하게 하는 중요 요인이 됐다. 노사 간 대화와 이해도 중요하지만 노정 간 신뢰 회복이 중요한 문제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노정간 적대감이 강조된 이유는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꼬이게 하는데 고용노동부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노사정소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은 23일 관련 이슈페이퍼를 내고 “고용노동부의 탈법적 행정해석은 반드시 짚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했다”고 비난했다.

노동부가 한 주를 5일로 만든 ‘주말.휴일 노동은 연장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으로 주40시간 노동제가 ‘주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 휴일연장근로 16시간= 주68시간제’가 됐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가 4월 21일 정부안이라는 명목으로 두개 안을 들고 나왔으나 모두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주68시간을 주50시간제로 전환하자는 안”이라며 “이는 연간 노동시간을 1,900시간 이하로 줄여나가겠다는 2013년 자체 방침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노사정소위 논의 자체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라는 탈법을 수년 이상 단계적으로 허용해 면죄부를 주는 논의라고 규정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논의에 낸 안이 근로기준법을 더 개악하는 안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한국노총도 같았다. 한국노총도 23일 성명서를 통해 “협상 기간 동안 근로기준법 개악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정부여당과 사용자단체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정부여당과 사용자단체가 주52시간을 초과하는 8시간 특별연장근로의 영구적 허용을 요구한 것은 전근대적인 근로기준법 개악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노총은 5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노동시간단축의 기준이 마련되면, 향후 입법 및 현장교섭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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