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주도하는 현대일가, 악명높은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 현대차그룹 등 산재빈번...산재은폐에 보험료 감면도 심각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에서 잇따른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기업의 안전 불감증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소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등에서도 잇따른 산재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현대일가가 한국의 산재사망을 주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70년대 ‘산재사망’으로 악명 높았던 현대중공업
40여년 지난 지금도...한 달 반 사이에 7명 하청노동자 사망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한 달 사이에 4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족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4명이 바다에 빠지고 1명이 사망했다. 이달 21일에는 LPG선 화재폭발 사고로 4명이 부상당하고 2명이 사망했다. 지난 26일에는 하청노동자 한 명이 목에 에어호스가 감긴 채 추락사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조선소까지 합치면 산재사망 사고 빈도는 더욱 높다.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지난달 3월 7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하청노동자가 각각 1명씩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미포조선에서도 이달 7일 안전지대 미설치로 하청노동자 1명이 추락사했다. 3월 초부터 이달 26일까지, 한 달 반 사이에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조선사업장에서 총 7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의 산재사망 사고는 이미 40여 년 전부터 악명 높기로 유명했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최초 가동됐던 지난 1972년부터 1975년까지 3년간, 이 곳 에서만 2천 건 이상의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3년간 현대중공업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무려 83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은 산업재해를 은폐하며 막대한 산재보험 감면 혜택을 받아 챙기고 있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지난해 3월, 주변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대중공업에서 약 106건의 산재은폐 의혹 사례를 적발했다.

실제로 2012년 9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황 모 씨가 탈의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구급차가 아닌 작업 트럭으로 환자를 이송해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119를 부를 경우 산업재해로 접수되기 때문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트럭으로 환자를 이송한 것이라며 ‘산재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대와 현대중공업이 2012년 감면받은 산재보험료는 무려 858억 원에 달한다. 868억 원을 감면받은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3위는 241억 원을 감면받은 LG이며, 4위는 344억 원을 감면받은 SK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20대 대기업에서만 연간 3,460억 원을 감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보험 요율특례제도는 산재사고 시 보험처리를 하면 다음 해 보험료가 올라가고, 보험처리를 하지 않으면 할인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기업들이 산재를 은폐해 막대한 보험료를 감면하기 용이한 구조다. 노조가 현대중공업의 산재은폐 의혹을 적발한 해, 현대중공업의 산재보험료는 2008년 615억 원에서 절반 이상인 305억 원으로 줄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도 다수의 산재사망
석면, 벤젠 등 발암물질 노출...직업성 암에 시달리기도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에서도 다수의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현대제철에서는 지난해 한 해 동안만 12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사망했다. 가스누출로만 6명이 사망했고, 일부는 추락사하는 등 매번 사고 원인은 되풀이됐다. 무엇보다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사용금지 된 1급 발암물질 석면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철강업종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4월, 금속노조가 발표한 철강산업 발암물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제철에서는 발암물질인 석면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주물작업에서 쇳물을 부을 때 벤젠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급 발암물질인 규리규산도 노출기준이 초과 돼 노동자에게 과다 노출되고 있었다.

또 다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사업장 강판제조 과정에서 6가크롬과 니켈 노출이 확인됐으며, 강판 도장코팅작업의 경우에도 도장실 내 국소배기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농도의 포름알데히드 노출과, 후두암과 식도암 의심물질인 절삭유 압연유도 가공기계에서 광범위하게 비산되고 있었다. 총 152개의 발암물질 제품 중 발암물질 함유 사실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56%에 달했다.

완성차 공장인 현대, 기아차에서도 다수의 노동자들이 직업성 암과 백혈병 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현대, 기아차 노동자 18명이 직업성 암 집단산재 신청에 나섰다. 산재를 신청한 9명의 현대차 노동자들은 백혈병과 폐암, 갑상선암, 담관암, 직장암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아차 노동자 8명 역시 혈액암과 위암, 백혈병, 희귀병 등을 앓고 있다.

노조 측은 피해 노동자들이 완성차 공장에서 20~30년간 일을 하며 교대제와 야간근무에 따른 만성피로, 열악한 작업환경, 각종 발암 독성물질로 인해 직업성 암을 얻게 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총 6차에 걸쳐 147명에 대해 직업성 암 집단산재 신청을 했으며, 현재까지 23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한편 산재통계가 작성된 이래, 한국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8만 6천 여 명에 달한다. 2001년~2011년까지 11년간에만 무려 2만 7,370여 명이 산재로 사망했으며, 매년 2,488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1970년 초기산업화 시기부터 매우 높았으며, 76년의 산업재해율은 일본의 15배에 달했다. 현재까지도 한국의 산재사망 만인률은 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산재은폐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질 산재통계는 정부 통계의 12~30배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