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한국해양구조협회-언딘, 독점 체제 양산 고리

퇴직 후 협회에 재취업하는 해경...금양호 먹튀 논란 알고도 언딘과 공조

세월호 민간 구조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언딘(UNDINE MARINE INDUSTRIES)과 해경과의 여러 유착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한국해양구조협회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실종자 수색을 주도한 해경과 언딘이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한 상황에서 언딘에 속하지 않은 민간잠수사들을 구조에서 조직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이렇게 해경과 언딘의 관계 중간 고리로 한국해양구조협회가 지목되고 있다. 김윤상 언딘 대표이사가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총재직을 맡고 있는데다 김용환 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최상환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도 함께 부총재를 맡고 있어 해경-해양구조협회-언딘으로 이어지는 언딘 독점체제가 형성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상한 관계는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양구조협회가 해경 퇴직자들의 셀프재취업 출구였다는 지적으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2013년 10월 24일 김춘진 새정치연합(구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해경 출신으로 한국해양구조협회에 재취업을 한 인원이 6명”이라며 “퇴직당시 계급이 높을수록 높은 직급으로 재취업했다”고 공개했다.

김 의원은 “해경 출신 상임 부총재 김 씨는 3급 경무관 출신으로 연봉이 약 6천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4급 총경 출신 부지부장과 5-6급 경정, 경감 출신 일부 지부 사무국장들은 1천800만~2천4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3년 김춘진 새정치연합 의원이 낸 국정감사 보도자료 일부

김 의원에 따르면 4명의 사무국장이 모두 그해(2013년) 해경에서 퇴직한 후 같은 해에 모두 협회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고액 연금 수령자인 해경 퇴직 간부가 협회 신설에 따라 매일 출근하지 않고도 매달 150만~200만원씩 챙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꼬집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이 밝힌 ‘상임 부총재’ 김 모씨는, 언딘 대표이사와 함께 해양구조협회 부총재직을 맡고 있는 김용환 전 남해지방해경청장으로, 현재도 상근 부총재직을 맡고 있다. 국감에서 재취업 논란까지 일었지만, 해경이나 해양구조협회 모두 후속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자리를 계속 보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구조협회와 해경의 공생관계 논란은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애초 한국해양구조협회는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 11월 수난구조법이 전부 재개정되면서 설립근거가 생겼다.

새누리당이 주축이 돼 대표발의한 수난구조법은 민관구조 체제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특수법인인 해양구조협회를 설립하자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법이 통과되자 해경은 협회 설립을 추진했다. 문제는 민관 구조체계를 만들자는 협회 주요 임원을 해경 출신 외에 업자들의 대표나 간부들이 대부분 맡았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법률에 의거해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 이익단체처럼 구성되고, 여기에 해경 퇴직 간부들의 일자리까지 마련돼 이상한 형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기존의 다양한 구조단체들이 존재하는데도 법에 따른 체계적인 구조 신설법인 신설 과정에 기존 구조단체들을 승계하거나 흡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국감에서 김춘진 의원도 98년 만들어진 해경 산하 한국해양특수구조단과 구조협회의 중복업무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김 의원은 “특수구조단이 수상인명구조요원 교육, 예인, 구조활동도 하고 교육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가 비슷한 특수법인(구조협회)을 만들 때는 (기존 특수구조단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하는 건데 아직까지 같이 존재하고 있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양호 먹튀 논란 겪고도 해경 주최 첫 구조세미나 언딘 참여

해경-한국해양구조협회-언딘의 수상한 관계는 2013년 9월 30일 해경이 주최한 해양구조기술발전 세미나에서도 엿보인다. 당시 해경이 낸 “국내최초 해양 구조기술 발전 세미나 개최”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보면 민간에선 한국해양구조협회, 산업잠수기술인협회, 한국잠수산업연구원 외에 언딘이 유일하게 구난업체 대표로 참가해 주제 발표를 했다.

언딘 측 세미나 발표자는 김천일 언딘 이사로 ‘첨단 탐색구조장비 활용 구조’란 주제를 발표했다. 김천일 이사는 당시 한국해양구조협회 구난 팀장도 맡고 있었다.

  해경은 보도자료 뿐 아니라 2013년 해경 백서에도 언딘이 참가한 세미나 후기를 실었다.

해경이 주최한 최초 구조 세미나에 구난업체 중 언딘이 참가한 사실은 언딘과 해경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하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

당시 세미나 시점이 언딘의 천안함 수색도중 침몰한 금양호 인양 먹튀 논란이 일고 난 이후이기 때문이다. 물론 금양호 침몰 사건과 시점은 떨어져 있지만, 인양을 포기하고서도 4억 5천여만원을 받아간 사실을 해경이 뻔히 알텐데도 구조 세미나 발표자로 참석시킨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이원상 금양호 유가족은 2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딘이 ‘수심 70m나 되다 보니 선체 진입하기가 위험하다. 돈이 더 지급이 돼야 선체로 진입을 해야 되겠다’고 했다”며 “당시 해경 홍보과에서 2박 3일 수색 작업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 세 번 잠수를 했다”고 밝혔다.

이원상 씨는 “1차 잠수는 다이빙 로프가 짧아서 선체 진입을 못하고 2차 잠수에서 선체까지 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설치하고. 3차 잠수에서 선체까지는 들어가지 못하고 30분 정도밖에 수색을 할 수 있다고 해 브릿지 탐색하고 주방 쪽만 탐색하고 30분으로 끝났다. 이게 5억이다”고 밝혔다. 전혀 수색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인양에도 실패했지만 5억에 가까운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 씨는 “애초 다른 업체 N사는 처음부터 선체 인양까지 7억에서 8억을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그게 배제가 됐었다. 그건 진짜 해도 너무 하더라”고 비난했다.

해양구조협회 본부장, 민간 잠수사 문제제기 일축

이렇게 금양호 실패에 이어 세월호 수색 작업 실패에 언딘 책임론이 부상하는 가운데서도 세월호 구조의 중심에 서 있는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본부장은 일관되게 해경과 언딘을 감쌌다.

황대식 본부장은 민간잠수사들의 해경과 언딘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자 지난 25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사고현장에서 다양한 공조체제와 경험을 나누고 최적화된 수색구조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들이 넘쳐난 현상”이라며 “상대적으로 도와주시러 온 분들한테 그런 기회 적용이 못 됐고 또 그분들의 열의가 표현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보니까 그런 불만들이 표출이 된 것 같다”고 해경과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황대식 본부장은 28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경이 언딘에게만 의존한다는 지적을 두고도 “그렇지는 않다”며 “언딘 말고도 여러 수중 건설에 관련된 회사들이 같이 일을 하고 있고, 언딘도 인양, 구난하는 업체이지만, 그런 잠수인력과 장비들이 있기 때문에 해경의 지휘를 받아 선 투입해서 서로 이런 것들을 협조하는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황 본부장은 언딘이 인양 쪽에 주로 방점을 두고 있는 회사라는 지적을 두고 “원래는 그렇다”면서도 “모든 수중 회사들이 다 그런 쪽에 있다. 우리나라는 구조 전문 회사라고 (해도) 구조를 위해서 있는 회사는 없다. 사실, 장비들이 구조에도 필요하니까 같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간 구조사들을 언딘이 지휘한다는 주장에 관해선 “언딘에서 채용하거나 일시 계약된 사람들에 대해선 언딘에서 관리를 하지만, 총체적인 지휘는 해경이나 해군이 한다”며 “협동으로 해서 어떤 부분이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부분이 보완점이 있으면 협의해서 잠수 계획도 세우고 역할분담도 하고 하는 것이지, 언딘이 지휘하고 그런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황대식 본부장은 “많은 언론들이 다른 여러 민간 산업잠수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취재하고 저희 구조본부에 오셔서 여러 가지 사실과 다른 부분들을 많이 말씀하고 계신다”며 “언론들이 생각해주셔야 할 것이 가족들을 생각해 주셔야하고 걱정하시는 국민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이런 모습들을 전체적으로 잘 생각해주시고 그런 쪽으로 가주셨으면 한다”고 해 언론의 무분별한 문제제기로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해양구조협회 측의 이런 반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딘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김형춘 대한수중개발 사장은 2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딘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봐야 한다”며 “잠수 인원이라면 많은 사람을 투입하지만, 경험이 있는 자, 없는 자 직업적으로 종류별로 나누어서 1차 투입했을 때 피곤하다고 하면 2차, 3차 유턴식으로 조를 짜서 해야 하는데 제일 처음 투입인원만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잠수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경은 언딘 특혜설을 두고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경은 이번 사고에서 언딘과 함께 대형크레인 등을 보유한 다수 기업에 수난구호 명령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또 “수난구호업무는 국가사무이나 구조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의 인력과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며 “2012년 8월 수난구호법 전부 개정을 통해 2013년 1월 한국해양구조협회를 설립, 구조활동에 참여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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