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철학자 한병철, “세월호 살인자는 선장 아닌 신자유주의”

세월호 선장,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결과...“책임감 가질 수 없어”

현대사회를 ‘피로사회’로 부르며 유럽 학계에 큰 반향을 낳았던 재독 철학자 한병철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가 독일 유력일간지 FAZ에 이번 세월호 재난을 두고 “살인자는 애초 선장이 아닌 신자유주의”라고 밝혀 주목된다.

26일(현지 시간)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는 “이 배는 우리 모두다”라는 제목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기고, “침몰한 세월호는 한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가라앉는 배를 탈출한 선장은, 공공심을 그저 망상이게 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육신”이라고 밝혔다.

한병철 교수는 이번 세월호 사고에 대해 “단지 승무원의 부주의나 비전문성 또는 한국의 국가적 특색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는 사고로 간과될 수 없다”며 “이는 우리 세계 스스로에 대해 많은 것을 나타내는,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한 교수는 우선 “모든 면에서 선장 홀로 책임을 지며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그에게 살인 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지만 “이 불행에 대한 책임은 현대의 전 경영자이기도 했던 전 이명박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있다”며 이를 반증하는 3가지 사항을 제기했다.

[출처: http://www.faz.net/ 화면캡처]

세월호 삼킨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국가기관 민영화, 규제완화

한 교수가 처음으로 제기한 신자유주의의 사례는 규제 완화다. 그는 “일반적으로 선박의 생명은 20년 동안 지속”되지만 “2009년 친기업적 정부가 이를 30년으로 연장시켰다”며 “이러한 개혁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집중했던 신자유주의적인 규제 완화 선상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대해 “20년 제한 규정이 지속됐다면, 일본에서 낙선 직전에 있던 18년 된 이 배는 수입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정책은 사고위험을 심각하게 증대시킨다”고 제기했다. “비용을 낮추고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교리는 인명과 인간적 존엄을 비용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병철 교수는 국가기관의 사유화에도 잘못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해양 사고 구조업무가 부분적으로 사유화됐다”며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치 민영화는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세월호 승무원 대부분이 이른바 비정규직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교수는 “그들은 단기 계약직이었다”며 “선장조차도 매우 낮은 임금의, 1년 임기 단기계약직”, “귄위는 없고, 단지 이름만 선장”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러한 노동 조건에서는 어떠한 의무, 배에 대한 강한 구속과 책임감 또한 가질 수 없다”며 “그래서 사람들은 우선 가능하면 스스로를 구한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그는 “살인자는 애초 선장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제도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선장,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결과...“책임감 가질 수 없어”

한병철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시대적 배경이 된 신자유주의 정책적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철학자로서, 이 이데올로기가 어떤 윤리적 문제를 낳고 이것이 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파헤쳤다.

한 교수는 우선 “한국에서 정규직은 매우 드물다”는 데 주목하고, “그러나 일반적으로 계약직 노동은 도덕을 해친다”고 보았다. 그는 “정규직이 아시아 위기 당시 IMF가 가혹하게 관철시킨 신자유주의 아젠다에 의해 급격하게 폐지되고, (...) 경제의 신자유주의화 이후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는 매우 험악하고 비인간적”이라며 “모두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고 “공공심은 괴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사례로 우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력을 위해 사고 현장에 서둘러 가 특히 사진을 찍었다는 점을 들며, 이는 단지 제도적인 강요에 예속시키는 신자유주의, 세칭 대안없는 사회의 증상이라고 보고 이는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병철 교수는 이러한 공공심의 괴멸은 “노동정책의 결과”라며 이의 원인을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서 찾았다.

한 교수는 “더 많은 이윤과 효율을 위해 노동을 유연화하는 것은 우리 신자유주의 세계의 일반적인 경향”이라며 “오늘날 사람들은 종종 한 프로젝트만을 위해 채용되지만 그래서는 회사에 대한 강한 구속력이 생겨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는 대표적으로 “현재의 경영자들은 회사에 대한 정체성이 매우 약하다”며 “그들은 회사가 가라앉기 시작하면, 다소 과장해 말하자면, 이 회사를 맨 먼저 떠난다”고 밝히고, “신자유주의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구속력, 신뢰를 파괴한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한 교수는 “한국 선장의 태도는 부분적으로는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결과”라며 “이는 선장에게 도덕적인 책임을 부과하는 ‘나의 배’라는 강조를 전혀 가능하게 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그는 “어떠한 선장도 ‘자신의 배’를 맨 먼저 떠나지 않는다”며 “20년 전 한국에서 발생했던 비슷하게 끔찍한 선박사고에서 승무원들의 태도는 전혀 달랐다”고 당시 “승무원 모두는 재난에서 살아남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장은 강하게 자신의 배와 자기를 동일시하고 배와 자신의 운명을 함께한다”며 “이는 명예에 관한 질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 전혀 존재하지 않고 이는 한국에만 한정될 수 없다”며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선장도 먼저 자기의 생존만을 생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생존에 버둥거려야 해”

이 때문에 한병철 교수는 “오늘날의 사회 자체는 생존의 사회”로 “모두는 자신의 생존에 버둥거려야 한다”고 본다.

한 교수는 ‘신자유주의’ 개념의 고안자인 경제학자 알렉산더 뤼스토우를 인용해, “그는 사람들이 단지 사회를 시장에 내맡기면, 사회는 더 비인간적이고, 더 마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이 때문에 그는 연대, 공공심과 인간성을 재생시킬 수 있는 ‘중대한 정책’을 요구”하지만 “신자유주의의 오늘날의 형태는 이와는 반대로 보다 큰 자아, 그들 스스로의 기업가를 생산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그는 뤼스토우가 보았듯, “경쟁은 시장 경제 영역의 한 가지 조직 원칙이지만 사람들이 전 사회를 세울 수 있는 원칙이 아니다”라며 “도덕적이며 사회적인 관점에서 경쟁은 하나로 뭉치게 하는 원칙이 아닌 해체시키는 것이고 오늘날의 전사회의 경쟁은 사회의 몰락, 인간적인 관계의 해체로 이끈다”고 주장했다.

한병철 교수는 바로 이로 인해 “선장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존을 우선 생각하는 것은 오늘날 전형적”이라며 “공공심이 계속 해체된다면, (세월호뿐만이 아니라) 우리사회는 침몰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한 교수는 이외에도 이번 재난으로 인해 정치인들이 투명성과 통제를 강화할 수 있지만 이는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라며 신뢰를 잃어버린 사회에서 투명성이, 연대와 공공심이 사라진 사회에서 통제가 강조되지만, 투명성과 통제는 부패를 막을 수 있는 있어도 이는 단지 증상만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그 한계를 짚었다.

그는 재난의 “원인인 흔들리는 공공심 또는 점증하는 이기주의는 지속될 것”이라며 그가 애초 제기한 신자유주의 정책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