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지도부, 박 대통령 사과 역풍에도 말 아껴

김한길, 어젠 “국민께 위로되길”, 오늘 “국민에게 분노 더해”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세월호 사과와 관련해 사과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가 유족들이 분노하자 약간 강도를 더했지만, 여전히 말을 아껴 비난을 사고 있다.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김한길 대표 체제가 보여준 화합과 타협의 정치 프레임이 낳은 정세인식 결과라는 지적이다.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사과가 나오자 진보 야당들은 박 대통령의 사과에 ‘엎드려 절 받기 사과’라고 맹비난하는 논평을 내 보냈다. 반면 김한길 공동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 공식 논평은 사과가 적절했다는 듯한 뉘앙스를 취했다.

김한길 대표는 사과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사과의 말씀이 있었다고 한다. 국민들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광온 새정치연합 대변인도 오후 현안브리핑 공식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과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께 위로가 되기 바란다”며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무한책임의 자세로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 구조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는데도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사실상 대통령을 격려했다.

여론에 밀려 가까스로 대통령이 한 사과를 비판한다면 또 정쟁을 벌인다는 새누리당의 공세가 있을 것이므로 이에 말리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오전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대통력의 책임을 비판하는 야권의 목소리를 두고 “정쟁을 일삼고 있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저녁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의 사과를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분노하면서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말도 강도가 세졌지만, 여전히 정쟁으로 비쳐지는데 대한 부담감이 역력했다.

김한길 대표는 30일 오전 6차 최고위원-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원장단 연석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 국민께 위로가 되기를 바랐지만 어제 대통령의 사과는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분노를 더하고 말았다”며 “대통령의 심정이 저보다 훨씬 더 비통하시리라 생각하지만 대통령께서 유가족과 국민 앞에서 ‘나도 죄인’ 이라고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씀하셨다면 유가족과 국민에게 작은 위로나마 드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아예 대통령 사과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정부에 대해 국민 분향소 무제한 설치, 실종자 가족 생계 등의 당부만 하고 그쳤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그나마 약간 강도가 있었다.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 사과가 국민공감을 얻지 못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불통에 있다”며 “소통의 대통령이 되시라”고 당부했다.

두 공동대표의 안일한 판단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트위터 아이디 ‘hee*****’씨는 “한국정치가 이 모양이 된 건, 무능한 야당지도부가 한 몫했다. 당신들에게 무슨 새정치를 기대하겠어”라고 비판했다.

‘ak******’씨는 “참혹한 국가재난 덕분에 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이길 거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역겹다. 거짓과 불의에 대항하여 처절하게 싸울 생각 없이 공천 장사나 하면서 같잖은 여유를 부리며 박근혜의 사과를 받아들인 김한길, 안철수에 대해서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심상정, “마지못해 한 인색한 사과, 또 다른 멍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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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나마 세월호 사건 내내 강도 높은 대정부 발언을 쏟아온 우원식 대책위원장은 이날도 강도 높게 청와대의 책임을 짚고, 대국민 약속을 전했다. 우원식 위원장은 “여전히 세월호 사고가 던지는 의미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그 태도가 결국 청와대의 책임, 더 나아가 대통령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로 모르고 있다”며 “청와대는 청해진해운 전직 직원이 국민 신문고에 경고한 세월호 연관 민원을 권익위가 운영하는 것이니 청와대와 관계없다는 식의 너절한 해명을 할 때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우원식 위원장은 “도둑 제 발 저리듯 청와대의 ‘청’ 자만 나오면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식의 태도에 국민이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라며 “제발 청와대든 새누리당이든 대통령에게만 시선을 맞추지 말고 국민에게 시선을 맞추라는 말을 도대체 몇 번이나 해야 하느냐”고 촉구했다.

진보정당은 29일에 이어 30일도 강도 높게 박 대통령의 사과를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시점에 와서 국무회의 석상에서 사과했는데 그게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열수 있겠느냐”며 “마지못해 하는 인색한 대통령의 사과는 사고를 당한 가족들의 가슴에 또 하나 멍울을 남길 것”이라고 비난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이번 참사 국면에서 대한민국 선장으로서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사고 직후 진도 현장 방문도 면피용 방문에 결국 그치게 됐다. 진도체육관의 그 절박한 마음을 함께 했더라면 지난 2주를 그렇게 무대책으로 보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전날 ‘엎드려 절 받기 사과, 유체이탈 사과’라고 비난했던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재차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가족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며 “무능한 정부는 즉각 총사퇴하고 여야 시민사회진영을 망라한 거국중립 비상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 남재준 국정원장 파면이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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