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선장과 정규직 1등 항해사, 누가 세월호를 움직였나?

현장 지휘도, 운항도 비정규직은 배제...핵심인력 권한 축소, 대처 미흡

수사당국이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먼저 구조된 1등 항해사 강 모 씨에 대한 집중 수사에 나섰다. 여러 정황과 업무 성격상 강 씨가 사실상 세월호를 지휘했던 ‘핵심인물’ 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애초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장이 현장을 지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세월호의 경우는 이와 달랐다. 선장을 포함한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터라, 선장이 직접적인 지휘 권한을 가질 수 없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돼 있는 구조가 일사 분란한 현장 대응을 가로막았고, 결국 사고발생 열흘 뒤에야 총 지휘 권한을 가졌던 정규직 1등항해사의 존재가 떠올랐다.

세월호 비정규직 선장은 ‘바지선장’, 지휘권한은 정규직 1등항해사?

세월호에 탑승했던 승무원은 총 33명으로, 그 중 19명은 비정규직이다. 심지어 사건 발생 10여일 만에 4명의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승무원 명단에 누락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선장이었던 이 모 씨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되는 1년짜리 계약직이었다. 사건발생 직후, 이 씨는 무책임과 책임방기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배를 진두지휘하는 선장이 승객들을 뒤로한 채 황급히 탈출했다는 비난이었다.

  먼저 탈출한 1등항해사 강모씨 [출처: JTBC화면캡처]

하지만 최근 정규직으로 고용됐던 1등항해사 강 모 씨가 세월호를 지휘했던 핵심인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를 가장먼저 탈출했던 인물도 강 모 씨였으며, 사건이 발생한 후 청해진해운과 직접 소통했던 인물도 선장이 아닌 강 씨였다. 배의 총 책임자인 선장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놓고, 정규직 1등항해사에게 총 지휘 권한을 맡겨 놓는 구조다.

실제 세월호 침몰 당시부터 승무원들이 구조되는 시점까지 승무원과 청해진해운 사이에 7번의 통화 기록이 존재한다. 매니저가 사고사실을 알렸던 첫 통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청해진해운 측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 중 이 모 선장에게는 한 차례의 전화만 걸려왔을 뿐, 나머지 6번의 통화는 모두 1등항해사 강 씨와 이뤄졌다.

초기 구조 동영상을 확인해보면 강 씨는 배 갑판 위에서도 지속적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가장먼저 구조된 후 구조정에서도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했다. 현재 검경합동수사본부는 강 씨와 청해진해운 간에 오고간 대화가 초기 부실대응 사건의 핵심이 될 것이라 판단해 조사하고 있지만, 강 씨는 통화 내용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심지어 선장은 조류가 빠른 구간인 맹골수도에서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사고 당시 조타실에서 단독 운항을 했던 인물은 정규직 3등항해사 박 모 씨였다. 특히 박 씨는 경력 1년차로, 맹골수로는 처음 운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29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선장은) 브릿지나 선교에 있지 않고 침실에 있다가 별안간 나왔다”며 “선장이 선교나 선박을 지휘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았다가 탈출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지휘도, 운항도 비정규직은 배제...핵심인력 권한 축소, 대처 미흡

선장을 비롯한 갑판부, 기관부 승무원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구조여서 핵심인력들의 권한은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지휘 권한이 소수의 정규직에 집중돼 있어 위기 상황에도 일사분란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도 문제다. 심지어 계약직에 불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로서는 청해진해운의 여러 문제에 대해 지적하기도 힘든 구조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청해진해운이 118명에 쓴 안전비용은 54만 원에 불과하다. 1인당 4천 6백 원으로 안전교육을 했다는 것”이라며 “1년에 한 번씩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선원이, 다시 재계약이 될 수 있을지 모르는데 훈련을 요구할 수도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저임금을 받으면서 여러 배를 떠돌아다니는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외국의 선원들처럼 신성한 의무와 사명감을 갖는 것은 공자님 말씀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역시 “자기 고용이 불안한데 상급자나 사주에게 소신껏 안전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며 “내 고용이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재고용된 상태에서 소신껏 안전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월호의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참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 되면서 국회로부터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에 대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계에서 일찍이 제기 해 왔던 요구다.

김성태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직종의 경우에는 정규직화 하고,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해 그에 걸 맞는 책임감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심성정 의원 역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그만큼 숙련돼 있어야 한다. 또 책임의 정도도 자각이 커야 한다”며 “그래서 기술적 책임이나 법적인 의무, 또 도덕적인 사명감까지 생각을 할 때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심 의원은 “비정규직 때문에 참사가 발생된 게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참사가 발생될 수 있는 위험한 자리에 늘 비정규직을 채용한다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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