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노동절 명칭 논란, 노동부도 반대했다

여야 대부분 노동절 제정 강력 찬성했는데도 무산...세계 공통어는 ‘메이데이’

지난달 30일 국립국어원의 ‘노동절’ 논란에 앞서 고용노동부도 국회에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는데 강력히 반대해 정부의 ‘노동’ 알레르기 반응이 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인다.

지난 4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자의날제정에관한법률 전부개정안’을 심사했다. 이 법안은 현행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고 법률 제명도 ‘노동절제정에관한법률’로 바꾸자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이날 소위에서 여야 의원 대부분은 올 노동절 전인 4월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자는 분위기가 강해 법안 통과가 전망되기도 했지만,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이 강력히 반대했다.

특히 정현옥 차관이 반대 이유로 ‘국민 정서’를 내세워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정 차관은 여야 소위 위원들에게 “헌법에서 노동3권을 얘기할 때 ‘근로’라는 용어를 일관되게 쓰고 있고, 근로기준법에서도 ‘근로’ 또는 ‘근로자’, ‘근로시간’으로 쓰고 있다”며 “63년부터 사용한 ‘근로자의 날’을 새삼 ‘노동절’이나 ‘노동자의 날’ 등으로 하려면 그간 법률상 용어 사용 경력, 역사적인 유례, 국민 정서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될 사안이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반대했다.

법안을 발의한 심상정 의원은 “광복이 되고 난 뒤 5․1절은 노동절로, 5월 1일이 노동절이었다. 군사쿠데타 이후 1963년에 3월 10일로 바꾸면서 근로자의 날로 변경이 됐다”며 오히려 노동절이 역사적 근거나 정당성이 많다고 반박했다.

정현옥 차관은 “ 근로자냐 노동자냐 표현을 갖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절’이라는 표현은 3․1절, 제헌절, 광복절에 쓰이고 기타 기념일 같은 것은 몽땅 ‘뭐의 날’ 이렇게 한다. 그래서 (노동)‘절’로 하는 것 또한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또 다른 쟁점을 던졌다.

이에 한정애 새정치연합 의원은 “그러면 ‘노동자의 날’로 하자”고 제안했다. 홍영표 새정치연합 환노위 간사는 정 차관에게 “‘메이데이(MAY DAY)’로 하면 괜찮느냐”며 “우리 법안에 영어, 외래어를 많이 쓰는데 ‘메이데이’는 전 세계 공통이니까 ‘메이데이’는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성태 새누리당 법안심사소위위원장도 “이건 굳이 정부 입장에서 강하게 반대해야 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차관은 “근로자의 날, 5․1절 이런 것은 굉장히 임팩트도 크고 국민적 정서와 연결돼 있는 부분”이라며 “과거 노동절이 왜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쨌든 근로자의 날로 제정이 된 지 50년이 흐른 상황“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정 차관에게서 재차 나온 국민정서 발언에 심상정 의원은 “국민정서를 말씀하신 건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국민이 다 노동절로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어떤 국민의 정서를 지금 고려하시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절’이라는 표현을 국경일에만 사용한다는 법적 규정도 없다”며 “왜 노동이라는 말을 기피하시냐. 아까 정서 때문에 그렇다고 하셨는데 핵심은 그거 아니냐”고 강조했다.

김성태 위원장도 “국민적 정서와 임팩트 부분을 말씀하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노동절, 메이데이, 노동자의 날로 희망하면 그렇게 맞춰 주면 되는 것 아니냐”며 “이건 정부가 굳이 입장을 강하게 가질 필요가 없다”고 재차 입장변화를 당부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도 “노동이라는 말을 쓰는 데 경기를 일으키는 것도 너무 옛날 스럽다”며 “그냥 노동절 하면 노동을 기념하는 그런 의미이고, 관행적으로도 그렇다. 노동부에서 이걸 왜 반대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은 “통념상으로 현재 노동조합의 노동자나 국민은 노동절을 쓰고 있다”면서도 “법률상 취급하는 과정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 문제를 협의해서 정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은수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은 국경일로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딱 이렇게만 돼 있고 국경일을 ‘절’로 써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5대 국경일에서 한글날은 그냥 ‘한글날’”이라고 반박했다.

소위는 여야 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이 주를 이뤘지만,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는 것을 반대하는 건 절대 아니”라면서도 “‘노동자의 날’은 찬성지만 (노동)‘절’은 안 된다”고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다.

이완영 의원 의견에 따라 김성태 위원장이 절충안으로 ‘노동자의 날’로 하자고 했지만, 헌법에 근로자로 명기가 돼 있어 ‘노동자의 날’은 개헌 시비 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소위는 노동부가 여론조사와 ‘절’의 사용에 관한 관계부처 협의 후 다음 회의에서 심사를 하기로 했다.

한편 ‘노동절’ 논란은 30일 국립국어원이 트위터를 통해 “5월1일(목)은 근로자의 날로 국어생활종합상담실 및 온라인 국어종합상담 답변 업무를 하지 않으니 이용에 차질 없길 바란다”고 공지하면서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의 “‘근로자의 날’이라기 보다는 ‘노동절’이 맞는 표현 아니냐”는 질문에 국립국어원이 “‘노동절’은 1963년에 ‘근로자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또한 ‘노동자’는 ‘근로자’로 다듬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남겼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의 답변이 알려지자 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노동당’을 ‘근로당’으로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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