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비정규노동자 사망 원인, ‘간접고용’ 제기돼

개인위탁자로 둔갑한 ‘재재재하청’ 노동자...유가족 3일째 빈소에

이마트 충남 천안지점 풀무원 시식코너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A(52)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 책임공방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의 과도한 간접고용 구조가 고인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 고인은 재재재하청 즉, 이마트-풀무원-UNI머천다이징(유엔아이)로 이어지는 3단계 하청구조 비정규노동자인데다가 인력아웃소싱업체 유엔아이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25일 몸이 아파 조퇴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해 이마트 사내 휴게실에서 쉬던 도중 쓰러져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경을 헤매다 28일 새벽 4시50분경 사망했다. 유가족은 3개 회사가 책임 있는 대책을 내지 않아 3일째 고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빈소를 지키고 있다.

“이마트-풀무원-유엔아이 3개회사, 조퇴 거부자 안 밝혀”
‘매장 PM의 사전 동의 없이 지각, 조퇴’...이마트 책임 제기돼
“비정규노동자를 투명인간으로 만든 간접고용의 폐해”


3개 회사는 고인이 사망한 지 3일째가 되도록 조퇴 신청을 거부한 책임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3개 회사가 고인의 사망사건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기 위해 사실관계를 은폐해 책임 회피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종란 노무사는 “고인이 조퇴신청을 한 것은 증인도 있고 분명한 사실”이라며 “3개 회사 담당자는 고인이 조퇴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조퇴를 거부한 책임자를 찾아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유가족 김씨는 “이마트에 ‘안전관리메뉴얼이 있냐’고 질문하자 ‘있지만 대외비’라고 답변했고, 풀무원은 여러 정황을 볼 때 어머니가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고, 유엔아이는 책임지지 않고 산업재해 처리를 ‘도와주겠다’고 한다”며 “3개 회사가 조퇴 거부를 인정하지 않으며 유가족을 ‘바보’로 보는 것 같아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유엔아이와 A씨가 맺은 위탁계약서에 따르면 ‘매장 PM의 사전 동의 없이 지각, 조퇴 시 기본 판매수수료의 50%를 삭감한다’고 돼 있어 이마트가 사실상 A씨의 근로조건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란 노무사는 “A씨가 유엔아이와 계약해 이마트에서 일했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라도 이마트 관리자인 ‘매장 PM’의 허락 없는 지각, 조퇴는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마트가 A씨의 조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마트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3개 회사가 사실관계조차 ‘은폐’ 할 수 있는 것은 이마트의 간접고용 구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류하경 민변 변호사는 “이마트가 풀무원에 외주를 주고, 풀무원과 유엔아이가 판촉활동 도급계약을 맺고, 유엔아이가 다시 A씨 개인과 도급계약을 맺었다”면서 “A씨는 일일 6만5천원을 받는 일당 노동자인데, 회사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는 불법·편법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위탁계약서에 따르면 A씨의 일급 6만5천원은 기본임금 개념이 아니라 ‘판매수수료’로 적혀있다. 또한 “본 계약은 민법상 위탁계약”, “위탁 수행 중 발생한 사고나 부상에 대해서는 양당사간의 과실 책임”, “판촉행사를 목적으로 함으로 퇴직금 관련 근로관계 법령을 적용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의 계약은 A씨를 비정규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위탁자로 변신시켰다.

류하경 변호사는 “이마트는 간접고용 구조를 겹겹이 쌓아 노동자가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했다”며 “다단계 하청구조의 비정규노동자를 투명인간으로 만든 간접고용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이마트의 ‘불법파견’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고용노동부가 대대적으로 근로감독을 했는데도 이마트가 간접고용 정책을 유지해 결국 조퇴하지 못한 A씨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마트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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