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치적 결단, 여당 기초연금 볼모정치에 굴복

“다수결도 반영 못하는 정당 비쳐질까 걱정”...국민연금 흔드는 선택 결단

안철수,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노동절 날 저녁 국민연금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나쁜 정치적 결단을 선택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5월 1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부.여당의 기초노령연금안을 놓고 세 차례 의원총회를 진행했지만 사실상 절충안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놨다.


절충안은 국민연금과 연계가 핵심이다. '소득 하위 70%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저소득층 12만명에게는 2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애초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의 근간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원칙으로 국민연금과 연계 없이 소득 하위 80%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지급하자는 안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전병헌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최경환 원내대표와 조찬 회동에서 절충안을 받아오면서 당내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노동시민단체나 진보정당 등은 여당(정부)의 절충안이 통과되면 새정치연합의 기본노선이라 할 수 있는 복지국가의 기틀이 무너진다고 경고해 왔다. 절충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이 삭감되게 설계돼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한 가입자들은 불이익이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미가입자들이 가입을 주저하고, 특히 저소득 장기 가입자들의 연금이탈을 부추기게 된다. 결국 보편적복지의 기틀인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흔들리면서 연금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2일 본회의에 여당(정부) 안이 상정되면 새정치연합도 수정동의안을 제출하고, 찬반토론을 통해 ‘국민연금 연계는 안 된다’는 당론을 국민에게 알리고 표결로 처리하자는 잠정결론 안을 냈다. 새정치연합 당론이 변경되지 않은 수정동의안이지만, 사실상 새누리당 의원 숫자가 많기 때문에 표결하면 절충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된다.

두 공동대표가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6.4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이번 4월 국회 마지막 날에 반드시 기초연금 법안을 처리해야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새정치연합을 향해 “7월에 어르신들께 20만원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발목잡기를 중단하라”고 수 차례 공세를 펴왔다. 6.4 지방선거를 ‘불효 야당’ 프레임으로 주도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이날 오전 의총에서 김한길 대표가 “이제는 결론을 낼 때가 됐다”고 한 발언은 의총에서 6.4 지방선거에 불리한 선택을 해선 안 된다는 판단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김한길 대표는 의총 시작 전에 “오늘 의총은 당론을 재검토하는 자리는 아니다. 기초연금에 대한 우리의 당론을 전제로 법안의 표결처리에 임할 것인가, 아니면 법안 상정을 끝까지 저지할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철수 대표도 최종 결단을 내리며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으로 저도 국민연금과 연계는 안 된다는 것이 대전제였다”며 “박근혜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인 진영 장관마저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을 보면 정부여당은 절대 현재의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어떤 판단을 하는가를 보고, 국민은 여러 가지 결정을 하실 것”이라며 “오늘도 결정을 하지 못하면 다수 의원의 의견도 반영 못하는 정당으로 비쳐질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안 대표는 “반발짝이라도 가고, 계속해서 나머지를 가도록 노력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제가 책임을 지겠다. 정치적 결단으로 받아들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복지위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많은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김기식 의원은 "기초연금 당론은 모두가 동의한다. 오히려 지방선거에서 기초연금을 가지고 심판을 받는 정면돌파를 해야한다”고 지도부 결단을 비판했다.

반면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저희도 발목잡기라는 여당의 적반하장식 덮어씌우기에 모욕당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결론을 낼 수도 있었다”며 “새누리당의 불효연금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양심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기에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고 결단 배경을 강조했다.

정의당, “일하는 시늉만 하는 낡은 거래와 협잡 진행”

앞서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기류를 감지한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의원들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의총에 앞서 은수미, 남윤인순 새정치연합 의원과 ‘국민행동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은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기초연금법안 여론조사결과 72.4%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응답한 결과를 발표했다.

  절충안 반대 의원들과 시민단체 기자회견

이들은 “여론조사 결과 국민 다수는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응답자 중 55.3%가 정부 기초연금안의 내용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부 안을 놓고 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국 대학교수 및 연구자, 학자 186인도 정부 기초연금법안 반대를 선언했다. 이들은 “전 국민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정부의 기초연금법안을 원점에서 재논의 하라”고 촉구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새정치연합 의총 도중 기자회견을 열고 “또다시 거대정당간의 눈앞의 이익만을 좇고, 일하는 시늉만 하는 낡은 거래와 협잡이 진행되고 있다”며 “전국민의 노후가 걸린 기초연금제도에 대해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약속과 원칙을 포기했다. 시시때때로 원칙과 입장이 달라지고, 정쟁을 위해 시늉만 하는 정치가 새정치냐”고 맹비난 했다.

또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의 협박정치에 굴복해 국민연금 연계 안을 수용한다면 민생과 복지를 말할 자격도, 새정치를 주장할 자격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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