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광주 횃불시위 과잉대응...5학년 딸에 ‘출석요구서’ 전달

정부, 전국적 ‘세월호 애도, 정권 규탄’ 시위, 행진에 부담 느꼈나

경찰이 지난 1일 발생한 광주 횃불시위를 주동했다는 혐의로 박봉주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 박 본부장의 집을 직접 찾아 혼자 집을 지키던 초등학교 5학년 딸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광주역 앞에서 2014년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약 1천 여 명의 노동자들과 시민 등이 모였으며, 집회 참가자들은 세월호 희생자와 산재사망 등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추모했다.

[출처: 트위터]

집회 이후에는 광주역에서 광주 동구 금남로로 추모 행진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아이들을 살려내라’, ‘모이자! 5월 8일 금남로! 심판하자 박근혜’ 등의 문구가 적인 현수막과 횃불을 들고 30일 밤부터 1일 새벽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광주 횃불시위 소식이 SNS상에서 빠르게 전파되면서, 경찰도 발빠르게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광주 횃불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횃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박봉주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1일 저녁, 박 본부장의 자택에 찾아가 초등학교 5학년인 딸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해 물의를 빚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저녁에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초등생 딸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는 정신 나간 경찰에 대해’라는 논평을 발표하고 “어제 저녁 광주에서 횃불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의 자택을 경찰이 불시에 찾아가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초등학교 5학년 딸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한 것은 세월호 참사로 민심동향을 크게 우려한 무리한 과잉 법집행이고 아동인권보호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사진와 영상으로 집회 상황을 채증했고, 주최자의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엇이 그리 급해서 출석요구서를 우편으로 보내거나 당사자에게 전화하는 통상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직접 들고 찾아가 그것도 저녁에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초등학교 다니는 딸에게 전달했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최 측은 이미 합법적인 집회신고를 해 놓은 상태였고, 당일 경찰 측이 어떤 제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추모 확산’의 여론을 고려한 ‘과잉대응’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서울역에서도 1만 명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세월호 추모 행진을 벌였고,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와 정권을 규탄하는 촛불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광주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출석요구서를 발송한 이유에 대해 “그런 부분은 저희 일개 직원이 답변을 드릴 사항은 아니다. 언론에 나온 대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전화나 우편 대신 자택에 직접 찾아가 딸아이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한 것과 관련해서도 “보통 우편 송달이나 직접 송달 등을 하는데, 그것은 방법상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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