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미터 고공과 땅의 만남, “유성기업 사업주 처벌하라”

농성 200일 10시간 공동행사...이정훈 “조합원들에게 위로받아”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업주 처벌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202일째다.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충북 옥천나들목 인근 22미터 높이의 광고탑에 둥지를 틀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1평 남짓한 공간은 이리저리 흔들린다. 2일 오후, 그가 자르지 못한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농성장에 온 손님을 환한 웃음으로 맞았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등 노조 간부들은 이날 이정훈 지회장의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고공농성장으로 올라갔다. 이들은 ‘승리’라는 꽃말이 담긴 매발톱꽃 화분과 방울토마토 화분을 선물로 건넸다. 노조파괴 사업장 중 하나인 콘티넨탈 노동자들이 손수 쓴 편지와 튀긴 건빵도 고공으로 올라갔다. 이 지회장은 “편지에 답장할 것”이라며 달달한 건빵을 손님에게 나누어주는 등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은 긴 농성인데, 그에게선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농성장을 찾아 즐거울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 지회장은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매번 즐겁다”고 답했다. 그는 “고공농성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나는 긍정적인 면이 많고 속에 담아두기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성격이라 이런 면이 고공농성을 하는 데 장점이지 않나 싶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이어 “물론 외로울 때가 있다. 토요일, 일요일 주말에 아래를 내려다보면 천막만 덩그렇게 있다. 경부고속도로에는 수많은 차량이 오간다”면서도 “그것도 잠시다. 조합원들과 대화하고,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고, 돌아가는 정세를 보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말했다.

따뜻한 봄이 왔어도 농성 중이라 목욕을 하지 못하는 점은 불편하단다. 대충 물티슈로 몸을 닦아내기 때문에 때때로 간지럽다. 그래서 그는 좁은 공간에서도 틈틈이 운동하고, 전망대로 올라가 탁 트인 전경을 보며 조합원과 대화하고, 노래 부르며 시간을 보낸다. 그는 “아내가 ‘발바리처럼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오랫동안 답답한 곳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나는 활발한 성격이다”며 “하지만 농성하며 나의 생활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합원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고공농성 200일을 맞아 그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조합원들이 노조파괴에 맞서 끈질기게 참 잘 싸워줘서 고맙다”는 것이다. 그는 “조합원들은 나에게서 힘을 받고, 현장에 내 얘기가 전해지면 위로받는다고 했다. 물론 그럴 것이다”며 “하지만 나는 조합원들 때문에 위로받는다. 출근투쟁부터 촛불집회까지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투쟁하는 이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면서 많은 힘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땅에서는 고공농성 200일 10시간 공동행동 행사가 진행됐다. 전국에서 노동자·시민 300여명이 모여 노조파괴 사업주 구속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이정훈 지회장의 바람에 힘을 보탰다. 오전 10시부터 대형 현수막 만들기, 텃밭 만들기, ‘힘내라 민주노조’ 투쟁 문화제 등이 늦은 시간까지 진행됐다.

특히 유성기업·보쉬전장·콘티넨탈 등 충청권 노조파괴 사업장 노조들은 이날 농성장 아래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주 처벌을 위해 고발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원에 의해 노조파괴 사용자들의 범죄행위가 명백해진 상황에서도 기소독점권을 악용하는 검찰의 사용자 봐주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향후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법정인 ‘민중희망법정’에서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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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 노조파괴 , 유성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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