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고 나는데 인력 줄인다고?” 전기원 총파업 선언

한전, 지속적으로 의무고용인원 축소해...5월말~6월초 총파업 경고

전봇대, 송전탑 등에서 배전작업을 하는 비정규직 전기원 노동자들이 5월 말 파업투쟁을 선포했다. 원청인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전기원 의무고용인원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온 탓이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지난 10년간 인력 40%가 감축된 현장에서 중노동과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전기원 노동자들은 8일 오전 11시, 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은 시민 안전과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의무고용인원 축소를 중단하고 전기 안전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파업투쟁을 선포했다.


“전봇대 감전사고 비일비재, 인력 줄인다고?” 전기원 총파업 선언

한전은 지난 2001년 15명이었던 전기 배전현장 의무고용인원을 2011년까지 10명으로 축소했다. 오는 6월경에는 내년도 적용될 의무고용인원 기준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에서는 한전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또 다시 의무고용인원을 축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한전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라 ‘부채과다 중점관리 기관’으로 선정된 상황이어서, 배전현장 의무고용인원 축소로 부채 절감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노조는 “15명이 할 일을 10명이 하게 될 경우, 중노동으로 노동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기 시설이 부서지고 넘어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희생되는 것은 시민들이며 노동자들”이라고 비판했다.

72년도부터 40년 넘게 전기원 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는 김인호 건설노조 경기도전기원지부장은 “전기원 노동자가 2만 2천 볼트의 고압선을 만져야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며 “이제는 15명이 해야 할 일을 10명이 위험을 감수하며 일해야 한다. 동료들이 감전돼 쓰러지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 한전은 전기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인원을 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서 “특히 현장에 가면 노동자 혼자 2만 2천 볼트 고압선을 만지고 있다. 밑에서 안전관리자가 감독을 해야 하지만 이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전은 전기원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철저한 현장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우리는 정규직이 뭔지 모른다.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왔다. 그럼에도 한전은 자신들의 부채를 마치 노동자들 때문인 것처럼 떠들어댄다”며 “심지어 전기원 노동자들은 십 수 년 간 한전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해 왔지만 아직까지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한전과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소속 2년제 계약직 노동자들이다. 한전은 2년마다 배전공사 협력업체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의거해 하청업체 추정 도급금액별 의무고용 인원수를 발표하고 있다.

5월말~6월초 총파업 경고...인력 부족해 ‘감전사고’ 빈번

전기원 노동자들은 만약 한전이 적정 의무고용인원수를 배정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건설노조는 우선 오는 15일, 확대간부 상경투쟁을 진행한 뒤 한전 앞에서 간부 노숙농성에 돌입한다. 정부와 한전이 노조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5월 말~6월 초 전기원 노동자들은 총파업 수순을 밟게 된다.


건설노조는 “우리는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파국이 벌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안전한 전기를 공급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며 “총파업 투쟁을 통한 전기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한전과 정부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기원 노동자들은 수시로 중대재해에 시달리는 등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전기원들은 고무 절연장갑만 착용한 채 전기를 직접만지는 ‘직접활선공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안전상의 문제로 직접활선공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손배전선로 감전사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 10년간 전기원 노동자 617명이 재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해 건설노조가 280명의 전기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기원 중 57.94%는 직접 배전활선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사고 발생 형태는 ‘감전사고’가 67.20%로 압도적이었다. 다음으로는 추락 사고가 19.2%였고, 화재나 폭발도 4%였다. 안전사고의 주된 원인으로는 ‘작업 인력의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활선 작업 시 인원과 관련해서는 17.87%가 1인 단독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흔한 작업형태는 1조 2인으로 약 41%에 해당한다. 또한 응답자 절반 이상인 52.46%가 최근 3년간 같은 조 작업자의 중대사고를 1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중대사고의 구체적인 종류는 사망사고가 25.96%에 달했고, 일상 노무활동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 발생이 74.0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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