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 “생활임금 보장하라” 공동행동

“맥노예 거부”...한국 포함 35개국 150여 개 도시, 미국·이탈리아는 전국 파업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억눌린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생활임금과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공동행동에 나섰다. 한국 패스트푸드 노동자들도 세계 노동자들의 시위에 함께 했다.

국제식품연맹(IUF),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알바노조와 청년유니온은 15일 오전 서울 신촌 맥도날드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들과 연대해, 생활임금과 노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번 시위는 미국 맥도날드 주주총회를 앞둔 15일, 세계 6대륙 35개국 150여 개 도시에서 진행된 공동행동으로, 한국에서는 서울 신촌과 부산 맥도날드 경성대점에서 이어졌다.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연대한 이유는 무엇보다 패스트푸드점의 화려한 간판 뒤에 억눌려 있는 노동자들의 공통된 현실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패스트푸드산업은 세계적으로 매년 급속히 성장하는 추세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대부분 저임금에 높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며 노동조합권 또한 보장받지 못한다.


100억 원 넘는 영업이익 맥도날드...노동자들은 ‘맥노예’

특히, 각국 노동자들의 타겟이 된 맥도날드의 노동조건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한국에서도 업계 매출 1위를 달리는 맥도날드는 2012년 1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노동자들은 대부분 법정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

맥도날드는 직급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구별돼 있는 철저한 서열구조다. 가장 말단의 ‘크루’는 ‘0시간 계약’을 하거나 백지 근로계약서를 쓰고 매주 회사가 필요한 시간에 배정된 스케줄에 맞춰 일하는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일이 허다하다. 가맹점에서 일하는 알바노동자에 따르면 매출 대비 8% 이내로 인건비를 통제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강요하는 ‘꺾기’가 판치고 가맹점은 근무시간을 조작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밀려드는 손님 탓에 쓰지 못한 휴게시간을 마음대로 조작한다고 단체들은 지적한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유동적인 노동시간은 노동 강도를 높이지만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업체는 시간당 5,210원의 최저임금을 고수하고 있다.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햄버거는 단계별 고정된 인력이 필요하지만 매일 그릴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는 달라진다. 손님이 없어도 재료 준비, 바닥/테이블 청소, 빨대 채우기, 칼라 접기 등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심지어 카운터에는 의자가 없어 휴게시간을 갖기 위해 4시간 동안 계속 서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어컨 없이 버텨야 하는 뜨거운 그릴 안도 마찬가지다.


현재 맥도날드 모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22살의 알바노동자 이가현 씨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는‘맥노예’라 불린다”며 “임금은 낮은데 일은 힘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또,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는 인건비를 절약하려고 일찍 집에 보내기도 하고,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는 휴식시간을 미루기도 한다. 이가현 씨는 “하루 매출로 수백만 원을 벌면서도 알바에게 지급되는 최저임금 5,210원을 아끼기 위해서”라며 또한 “자신의 노동에 대한 통제권이 없는 알바노동자의 삶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국제회의에 참여했던 김정우 청년유니온 청소년팀장은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임금은, 미국 7.25달러, 필리핀 2달러, 홍콩 5달러 등으로 모두 다르지만 모두 바닥인 실정”이고 “많은 청소년들이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한다. 그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서는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상을 통해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해당국의 노동법도 지키지 않는 나라가 있고 브라질에서는 심지어 회사가 어용노조를 세웠다.

세계 35개국 150여 개 도시 공동행동...미국·이탈리아에서는 전국 파업

이러한 조건에서 각국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IUF 국제사무국이 조직해 지난 5, 6일 미국에서 열린 제1회 패스트푸드 노동자 국제회의에 참여해 15일 파업과 시위 등 첫 번째 국제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3월 미국 펜실베니아 패스트푸드점의 노동착취에 맞서 일어난 국제 연대가 맺은 결실이기도 하다.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공동행동에 파업과 시위 결의로 화답했고 수백 건의 시위가 진행될 계획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인도 등에서 진행됐거나 진행중이며, 일본에서는 30개 도시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시위가, 필리핀에서는 마닐라 등 5개 도시에서 집회가 진행된다.

미국에서는 42개 도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15달러 인상과 노동조합 결성권을 요구하며 동시다발 파업에 나서는 한편, 각 지역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는 규탄집회가 진행,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집회로 기록될 예정이다. 파나마, 아르헨티나 등 아메리카의 다른 나라에서도 역시 같은 시위가 진행되며, 브라질에서는 5개 주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벌어질 예정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베니스, 밀라노, 로마 등 전국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파업을 진행한다. 영국에서는 20개 도시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며, 독일, 스위스 등에서도 시위와 행동이 이어진다. 아프리카에서도 모로코와 말라위에서 패스트푸드 매장 앞 시위가 진행될 계획이다.

이날 국제 공동행동을 계기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운동에서의 국제 연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규혁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이번 국제공동투쟁에 대해 “최저임금으로 혹사시키는 초국적 패스트푸드 기업들이 더 이상 착취가 아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유리 알바노조 활동가는 향후 계획에 대해 “한국에서는 6월 5일 2차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데, 1만 원으로의 최저임금 인상 목소리를 높여나가는 한편, 패스트푸드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