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칼 겨눈 정부...KBS보도본부 부장 총사퇴 등 논란 확산

CBS 및 JTBC 고소고발...정부 규탄 목소리 높아져

언론의 세월호 참사 보도 행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정부 비판 보도를 한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정부가 ‘언론 손보기’를 본격화하면서 정부와 언론노동자들과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KBS 보도본부 부장들은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총사퇴를 선언했으며, 원로 언론인들은 현직언론인들에게 반성과 행동을 호소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출처: 언론노조]

앞서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분향소 조문 연출 논란을 보도한 CBS노컷뉴스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와대 측은 CBS의 보도로 김기춘 비서실장 등 비서실 관계자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서울남부지법에 8천 만 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상태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안산에 위치한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위로한 할머니가 청와대에서 섭외한 인물이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사실을 부인하며 CBS 측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CBS 노동자들은 청와대의 소송 제기가 오히려 ‘반갑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 CBS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청와대가 CBS를 ‘받아쓰기’ 언론이 아니라고 공식 인정해주어 그저 반갑다”며 “거의 모든 기존 언론이 대중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가운데, 유독 CBS는 정부와 한통속이 아니었다고 청와대가 나서서 증명해주니 감읍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간 민간업체와의 유착 논란에 시달려 온 해경도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서해지방 해양경찰청 목포행공대는 15일, JTBC 기자 등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전남 목포경찰서에 고소했다. JTBC는 14일, 세월호 침몰 직후 출동한 해경 헬기의 일부 대원들이 배 안의 승객을 보고서도 목숨이 위험할 것 같아 배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진술이 드러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MBC도 자사 해직기자인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를 명예훼손 및 모욕혐의로 고소키로 했다. MBC 측은 지난 8일 이상호 기자가 보도한 ‘MBC가 언론이기를 포기한 노골적인 왜곡 보도로 대통령을 옹위하고 있다’는 내용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상호 기자와 김영우 고발뉴스 발행인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S보도본부 부장 18명은 KBS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 총사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16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아니,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며 “길환영 사장에게 요구한다. 즉각 사퇴하라”며 부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MBC, YTN 해직언론인 등 원로 언론인들 100여 명은 현직 언론인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우리는 언론노동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며 “지금은 여러분이 소속 회사를 가릴 것 없이 전국적으로 하나가 되어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이루기 위해 어깨동무하고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오는 19일, 세월호 유가족 폄훼발언 당사자인 MBC 김장겸 보도국장과 박상후 전국부장의 사죄와 사퇴를 촉구하고, 검찰에 유가족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이들을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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