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소마참사, 수십만 노동자 파업....“민영화를 멈추라”

“정권 최대의 위기”...반정부 시위 계속될 것

터키 마니사주 소마 광산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수만 명이 터키 전역에서 함께 일어났다.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노동자, 시민에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보수 정부는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답했다.

15일 터키민주노총(DISK), 공공노총(KESK), 터키노총(TURK-IS)을 비롯한 건축가조합, 의사협회 등 전문단체가 파업과 시위에 나서 소마 광산 참사 책임자 처벌과 민영화 중단을 엄중하게 촉구했다. KESK에서만 24만 조합원들이 업무를 내려놓았다.

[출처: 가디언 화면캡처]

이즈미르에서는 약 2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투입해 시위하는 이들을 저지하려 했다. 시위는 격렬하게 진행됐고 경찰과의 충돌 중 DISK 노동조합 의장도 부상당했다. 이스탄불에서는 수백 명이 광산업주인 소마홀딩스 본사 밖에서 시위했다. 시위대는 탁심광장으로 행진하고자 했지만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이들을 진압했다. 터키 앙카라에서 사람들은 에너지부처로 행진했으나 정부는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14일 소마 광산 참사에 대해 “늘 있는 일”이라고 망언한 에르도안 총리에 이어 그의 보좌관이 시위대를 발로 차는 사진이 유포되면서 시위는 더욱 격화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국영회사로 운영된 소마광산의 민영화 후 미흡한 안전 기준이 참사를 불렀다고 말한다. KESK는 “사유화를 추동하고 노동자들의 인명에 대한 비용절감을 감행한 이들은 소마 학살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힌다.

민영화의 비극

15일 <이퀄타임스>에 따르면, 소마 비극은 터키에서 첫 번째가 아니다. 터키 광산노동자의 사망률은 세계에서 3번째로 높다. 지난해에만 13,000명의 광부가 사고에 노출됐으며 2000년 이래로 1,308명의 광부가 사고사했다.

터키에서는 지난 수십년 간 민영화가 추진됐다. 특히 신자유주의 민영화 정책을 강행했던 에르도안 정부 아래 정부 기관과 사업은 줄민영화 공세 속에 팔려 나갔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02년에서 2011년 사이 터키 작업장에서의 사고율은 40% 증가하는 등 민영화는 바로 노동자의 사고사로 직결됐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최근 산재 사고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의안을 발의했으나 결국 여당은 이를 좌초시켰다.

소마홀딩스가 소유한 소마 광산은 대표적인 민영화 사례이다. 소마홀딩스는 2005년 광산을 매입해 현재까지 만 8년 간 운영해왔다. 이 회사가 소유하기 전,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석탄비용은 톤당 130-140 달러였다. 하지만 민영화 후 이 가격은 23.8 달러로 떨어진다. 광부 대부분은 임시직이거나, 비등록 노동자이며 대개 최저임금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소마홀딩스는 광산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며 이 수익을 건설부문으로 이전해왔다. 이런 소마홀딩스는 터키에서 가장 큰 빌딩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출처: 이퀄타임스 화면캡처]

노동자 안전, 노동조합 힘과 비례

16일 <도이칠란트룬트풍크>에서 휘세인 바크시 터키 앙카라 기술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이러한 민영화에 대해 “터키 정부는 노동자의 여건을 개선하는 대신 사유화로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데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광산 참사는 에르도안 총리의 대선 출마를 위협할 것이고 시위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바크시 교수는 또, 터키 노동자 안전이 열악한 이유에 대해 노동조합의 후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는 “터키는 유럽연합 수준의 노동조합 규약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문제는 노동조합들이 60, 70년대 매우 강했지만, 지난 20년 간 꾸준히 약화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또, “많은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단순히 정치계로 떠나야 했다”며 “이 때문에 노동조합 운동도 약화됐고 노동조합이 점점 약화된 데에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에르도안 터키 정부는 신자유주의와 보수적 이슬람주의 아래 국가보안법을 통한 노동자 기소 등 노동자에 대한 각종 탄압을 일삼아 왔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미 위기 상황에 있다. 14일 사고 발생 직후부터 터키 수많은 지역에서 에르도안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게지공원 개발과 각종 부패 스캔들에 반대하며 터져나온 사람들의 저항을 폭력으로 짓누르며 위기를 넘겨 왔던 에르도안 총리에게 이번 소마 참사는 정권 최대의 위기라는 지적이다.

정권 최대의 위기...반정부 시위 계속

에르도안 총리가 소마 광산 참사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그에게 사람들이 보낸 것은 야유 뿐이었다. 시위대는 그에게 ‘살인자’, ‘도둑’이라고 외쳤고 총리는 경찰에 에워싸여 한 슈퍼마켓으로 피신해야 했다.

오는 여름 에르도안 총리는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지만 소마는 특히 에르도안 총리를 지지했던 지지층이 많은 지역이어서 총리로서는 보다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터키인들은 필요한 조치와 조사가 수행되지 않는 한 자신들의 형제를 묻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퀄타임스>에 기고한 크반치 엘리아측과 부르주 튀르카이는 “우리는 희생된 노동자들을 애도하는 한편 여전히 지하에 갇혀 있는 이들을 위해 우리는 계속 희망을 가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참사를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마지막 계기로 삼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13일 오후 소마광산 폭발사고 후 383명이 구조됐지만 14일 이후 생존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터키 정부는 사고시 787명이 광산 내부에 있었으며 생존자는 383명, 아직까지 갇혀 있는 노동자는 120여명이라고 밝혔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입구 밖에서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실려 나오는 시신 앞에 서 가족들의 오열은 계속되고 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