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 5만 촛불 “박근혜 퇴진” 촛불정국 성큼, 경찰 연행

“세월호 참사는 학살” 행동 본격화...경찰 115명 대규모 연행

서울 도심에 5만의 대규모 촛불이 모여들었다. 지난 10일, 안산 문화광장에서 열린 2만 여명의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 일주일 만이다.

  [사진/ 김용욱 기자]

  17일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끝내고 종로 3가를 지나 시청으로 행진하는 시민들 / 김용욱 기자

일주일 전보다 두 배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세월호 참사 추모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는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은 그동안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 목소리를 넘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정부에 참사의 책임을 묻는 본격 행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세월호 참사 대응 각계 원탁회의(원탁회의)’는 17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5.17 범국민 촛불행동’을 개최했다. 원탁회의는 500여개의 시민사회, 노동, 인권 단체 및 학계, 종교계 등이 결합한 연대 기구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의 활동을 본격화하기 위해 구성됐다.

17일 원탁회의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는 각계각층의 시민 5만 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집회를 통해 정부에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었으며, 이후 진상규명 등을 위한 공동행동을 결의하기도 했다. 집회 이후에는 광화문에서 종로, 을지로입구를 거쳐 시청까지 행진을 벌였으며 “박근혜는 퇴진하라”,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청와대로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 115명을 대규모 연행했다.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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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심 5만 촛불 “박근혜 퇴진” 촛불정국 성큼

원탁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김상근 목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온전한 정부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 피해자 가족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구가 구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이제 각계가 앞으로 나서야 한다. 교사, 교수들, 종교인, 학생, 주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일어나야 한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우리의 힘으로 이 사회를 혁파해 내자”고 결의를 모았다.

그동안 각계각층에서 침묵행진, 집회, 농성 등을 진행해 온 대학생과 주부, 교수 등도 목소리를 모았다.

안산지역 주부들로 구성된 인터넷 카페 ‘엄마의 노란손수건’ 대표인 오혜란 씨는 “아이들의 생사가 오가는 시간에 우리 엄마들은 너무 무지하게 눈물을 흘리며 기도만 했다. 처참하게 아이들이 수장당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던 미개한 엄마가 되고 말았다”며 “하지만 이제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엄마들이 나섰다. 왜 아이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야 했는지 진실을 밝히는 엄마가 되기로 했다. 눈물이나 흘리는 나약한 엄마가 아닌, 행동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분노의 손피켓을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이제라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세월호에 타고 있는 아이들을 엄마의 손으로 직접 지키고자 한다. 두려워하지도 망설이지도 않겠다. 비겁한 엄마로 살지 않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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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대학생 침묵 행진’을 제안한 용혜인 씨는 “처음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 무력감을 느끼고 슬퍼만 했다. 하지만 4월 19일, 청와대로 가려는 유족들을 막는 경찰을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4월 29일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침묵행진을 제안했다”며 “5월 8일 청와대 앞에 모여든 유족들이 경찰에 무릎을 꿇고 비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국가시스템에 의해 자식을 잃은 부모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돈이 생명보다 먼저인 사회를 바꾸기 위해 나서갰다. 내일 다시 홍대입구에서 침묵행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삭발 및 단식투쟁에 돌입한 한신대 신학과 학생들도 무대 위로 올랐다. 김진모 씨는 “우리는 침몰하는 대한민국호에서 행동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며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아닌 학살이다. 학살자에게 용서가 있나.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분노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참사는 학살, 우린 아직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행동 본격화
경찰, 청와대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 115명 대규모 연행


그동안 왜곡보도 비판에 시달렸던 언론노동자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저 역시 이 자리에 서기 너무 죄송스러운 기레기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기레기들도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침몰하는 KBS와 MBC 그리고 한국의 언론을 다시 세워내겠다. 우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 국민들이 한국 언론의 평형수가 돼 달라”며 “KBS는 다음 주 제작거부를 결의했다. 월요일부터는 출근저지 투쟁에 돌입한다. 길환영 사장을 쫒아내고 새로운 선장을 세우겠다. 그 선장은 국민들의 선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 원탁회의는 집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박근혜 정권의 책임 촉구 등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모았다. 오는 24일 오후 6시에도 청계광장에서 또 한 번 범국민촛불행동을 개최하고 시민 행동을 더욱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의 진상규명 서명운동 지원 사업을 통해 5월 말까지 1천만 명 이상의 서명을 성사시킬 예정이다.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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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곤 원탁회의 운영위원장은 “유족들이 국민과 시민사회에 진상규명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에 나서달라고 했다. 또한 국민들을 믿는다고 했다. 이제 국민이 응답해야 할 차례”라며 “천주교 강우일 주교와 KBS 보도본부 부장들, 연세대 교수들, 그리고 이 땅의 양심들이 응답하고 있다. 각계각층은 원탁회의로 집결해 달라. 이제 시작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5만 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8시 20분 경 부터 청계광장에서 도심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보신각을 거쳐 종로3가, 을지로 입구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을 이어가며 “박근혜는 퇴진하라”,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종로 3가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며, 경찰은 행진을 저지하고 해산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청와대로 행진을 진행한 5백 여 명의 참가자들은 안국동 현대사옥 인근에서 경찰 병력에 가로막혀 연좌에 돌입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상황을 정리하고 해산하기 위해 이동했지만 경찰이 해산 과정에서 기습 연행을 시도했다. 현재, 경찰은 일방교통방해죄로 약 115명의 참가자들을 대규모 연행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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