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초열악’ 노동자로 전락

비자발적으로 낮은 임금,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초단시간’ 노동자

교육, 보건서비스업 등 공공부문으로 ‘초단시간 노동’이 확대되면서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이나 경력 단절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와는 무색하게, 아르바이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에 시달리거나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까닭이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초단시간’ 노동을 확대하고 있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노동자들까지 초단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것도 문제다. 특히 초등돌봄교실을 중심으로 초단시간 노동자가 대량으로 양산되는 추세라 공교육 질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폭증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초열악’ 노동자로 전락

민주노총은 22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15시간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의 실태와 법, 제도적 보호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정책국장은 “정부가 준비 없이 초등돌봄교실을 확대하면서 초단시간 노동자를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우리나라 시간제 노동자 188만 명 중 15시간 미만 일을 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26.4%(47만 7천명)에 달한다. 초단시간 노동은 공공행정국방(20.6%), 보건사회서비스업(18.0%), 교육서비스업(15.3%) 등 공공부문에 많이 분포돼 있다.

최근 들어서는 초등돌봄교실을 중심으로 초단시간노동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초등 돌봄교사 중 초단시간 노동자는 1,171명이었지만, 올해는 약 3,200명으로 폭증했다. 무려 273%가 급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돌봄전담사 중 초단시간 노동자 비율은 지난해 16.4%에서 올해 31.3%로 증가했다.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초단시간 노동자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지만, 저임금 열악한 일자리에 불과해 노동자들은 비자발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배동산 정책국장은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월평균임금수준은 돌봄교실은 65만원, 배식은 26만원 수준”이라며 “임금만으로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체 초단시간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9,787원이며, 월평균임금은 35만 5천원 수준이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초단시간 노동의 주당 근로시간을 월 근로시간으로 환산한 후 월 평균임금을 월 근로시간으로 나눠 작년 법정최저시급과 비교했을 때, 초단시간 노동 중 33.4%에 해당하는 16만 6천 명이 최저임금 미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의 초단시간 일자리 취업 사유를 보면,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 라는 응답이 39.6%로 가장 많다. ‘학업, 학원수강, 직업훈련 등을 병행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16.8%였다. 취업 사유는 자발적, 비자발적 사유가 혼재돼 있는 구조지만, 사실상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단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초단시간 노동자, 비자발적으로 낮은 임금,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려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15시간미만 근로하는 노동자는 퇴직금이 주휴일, 연(월)차휴가수당 등 주요 조항들을 적용받지 못한다.

또한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서는 15시간미만 일을 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2년 이상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예외 조항은 초단기간 노동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조차 가로막고 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배동산 정책국장은 “노동관계법을 회피하기 위해 부산지역의 방과후코디네이터와 경북지역 돌봄강사직종에 대해 주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강요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이 불안한 돌봄교사들에게 초단시간 근로형태로 전환을 강요하거나, 초단시간 근로자로 만들기 위해 2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도 빈번하다. 무엇보다 입사당시 초단시간 일자리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이후 종일제를 희망하더라도 전환이 불가능하다.

배동산 정책국장은 “정규직 노동자가 희망에 의해 일시적으로 단시간 노동자로 전환하는 경우는 일-가정 양립에 긍정적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애초부터 단시간 노동자로 출발한 경우에는 영원히 단시간 노동자로 근무할 수밖에 없다”며 “단시간 노동에서 전일제로 전환 청구가 가능한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보호입법은 근로기준법 또는 기간제법과는 독립된 형태의 법률을 제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현행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제6호와, 근로기준법상 초단시간근로자에 대한 휴일 및 휴가, 퇴직급여 제도의 배제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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