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남, 관피아 취업 실체 최초 공개... 경제·사정·국방 총망라

MB정부 이후 ‘사기업 취업 심사’ 93% 승인, “은밀하게 진출, 이권 나눠”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최근 6년 간 퇴직 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 직무관련성이 높은 각종 사기업에 취업한 고위공직자가 총 1,684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체 심사(취업확인심사·취업승인심사) 1,819건 중 92.6%에 이르는 수치다. 심사결과에서 취업제한조치를 받은 퇴직 공직자 비율은 10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유명무실한 심사와 퇴직 공무원들의 ‘낙하산’ 취업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김제남 의원실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내역(2008.1~2014.4) 및 심사결과'를 토대로 2008년 이후 고위공직자 1,819명의 퇴직 후 사기업체 취업 명단과 분석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김 의원실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퇴직 고위공무원의 사기업 취업 건수는 매년 300건 안팎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경제부처, 사정 관련 기관, 국방·안보 관련 부처 및 기관을 총망라해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는 취업 사례가 52건이었지만 취업제한조치 건수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중앙부처 중에는 금융위원회(141건), 국세청(87건) 출신 공직자들의 퇴직 후 사기업 취업이 두드러졌다. 이들 경제부처 및 기관 출신 퇴직공무원들은 주로 직무관련성이 높은 각종 금융기업에 대거 취업했다. 심지어 부실 논란이 벌어졌던 저축은행에도 다수(26건)가 취업하는 등 ‘관피아’의 원조 격인 ‘모피아’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경제 관련 공공기관인 한국은행(16건)은 취업제한조치를 받은 예가 전무했다.

검찰청(86건), 국정원(62건), 감사원(59건)과 같은 사정 관련 기관 출신 공직자들의 퇴직 후 사기업 취업 건수는 일반 부처에 비해 최대 열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통적으로 막대한 예산과 규제권한을 가지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과거 지식경제부)와 국토교통부(과거 국토해양부)도 각각 75명, 68명의 공직자가 퇴직 후 사기업에 취직한 것으로 집계돼 행정부처 중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대통령실, 국방부, 국정원, 방위사업청 등에 재직했던 주요 공직자들이 대기업 등 관련 기업체로 자리를 옮겨가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나 국가 안보와 관련한 주요 정보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대통령실의 경우,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중 68명, 박근혜 정부 집권 후 현재까지 18명의 공직자가 퇴직 후 사기업에 취업했다.

국방부(295건)와 방위사업청(17건)은 1/3 이상이 직무관련성이 높은 방위산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62건)의 경우 단 한 명도 취업제한조치를 받지 않았고, 취업한 업종과 기업체 명단은 이번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퇴직 공직자 중 삼성, 현대, LG 등 상위 20개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는 총 685건으로 전체의 41.3%를 차지했고, 삼성계열사(158건)와 현대계열사(110건)로 취업한 사례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재취업한 공직자들의 직책은 회장, 부회장, 대표이사, 이사, 감사 등 임원급이 1,161건으로 전체의 69%를 차지했으며, 감사·고문·자문 등의 건수도 480건(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제남 의원은 “이들은 사외이사, 자문, 고문 등의 자리를 받아 기업 실무보다 대정부·대국회 로비스트로 활동한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며 “지난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의 숨은 원인이 퇴직 공직자를 로비스트로 대거 채용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는 빙산의 일각일 뿐, 재벌대기업 등 사기업으로 은밀하게 진출하여 이권 나눠먹기를 한 ‘관피아’의 실체는 더욱 충격적이다”며 “관·경의 관계가 유착의 정도를 넘어 한 몸의 경지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관피아 척결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한 “사전에 확인과 승인 요청을 하지 않고 몰래 취업을 한 경우 등을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의 공직자가 관련 기업체와 재벌대기업에 취업을 시도하거나 이미 취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이 발의한 공직윤리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김제남 의원의 개정안은 취업제한 직무연관성을 ‘부서’에서 ‘기관’으로 확대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위반 시 처벌 현실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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