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들, “성역 없는 국정조사 시작까지 국회 있겠다”

국회서 밤샘...여당의 관행 핑계 증인 명기 어렵다는 말에 분통

27일 오후 1시부터 28일까지 국회에서 밤샘 대기를 하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국정조사 특위 요구 계획서 합의를 기다렸던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성역없는 국정조사를 시작할 때까지 국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애초 27일 오후 2시에 예정된 본회의에서 국조 계획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고 국조가 잘 진행되도록 격려하기 위해 본회의 방청권 130장을 신청해 국회를 방문했다. 하지만 양당이 본회의 예정 시간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양당 교섭 자리까지 만들게 했다. 양당 교섭에서 새누리당이 성역 없는 증인 채택을 위한 사전 증인 채택 요구를 거부하면서 끝내 국조 계획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가족들은 밤새 양당의 합의를 기다렸다.

결국 다음날 아침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가족 80여명은 28일 오전 밤샘 대기를 했던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즉각 국정조사 특위 가동과 철저한 진상규명 △여야가 주장하는 모든 조사대상, 증인, 자료공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 성역 없는 투명한 국정조사 △국정조사 요구서, 계획서 채택 형식과 무관하게 특위 가동과 조사대상, 증인, 자료공개 등 채택 시 사전 협의하여 본회의와 국조특위 같은 날 개최 △국조 특위 업무개시와 동시에 진도로 내려가 실종자 가족 목소리를 최우선적 청취 등을 입장으로 밝혔다.

“성역 없는 조사에 박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포함”

유경근 대변인은 “국정조사 특위를 즉각 가동하되 실질적인 강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과 충실한 국조를 위해 국조 요구서나 계획서에 증인 반영을 하던 안 하던 사전에 합의하여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요구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도 “성역 없는 조사에는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도 포함되겠지만, 구체적인 인물을 거명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 충실 하라는 것”이라며 “말로는 (성역이 없다는 원칙에) 충실하겠다고 하고 뒤로는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원칙과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성역 없는 조사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기한이 정해진 국정조사 특위를 먼저 개최하자는 말을 믿기 어렵다는 데 있다. 증인 채택 여부를 가지고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전 국정조사들이 여당의 증인채택 방해로 시간을 허비한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박영선, “여당, 과거 국조에서 위원 인사말만 하고 개점휴업 전례”

전날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증인이든 조사대상 기관이든 지금이라도 특위를 열어서 거기서 정하면 된다”며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결정해 확정하고 특위를 열겠다는 것은 본말전도다. 특위를 빨리 열도록 해 달라”고 했다.

반면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18대 민간인 사찰특위가 바로 국조 특위를 열었지만, 위원장만 선출하고 각 위원들 인사말 하고 한 번도 열리지 못했던 것 때문”이라며 “국조 요구계획서에서 미리 이렇게 하자 합의한 다음에 특위를 열자는 것이 순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새누리당이 그런 일을 했기 때문에 유가족 분들에게 상처를 드리면 안 되지 않나. 또 속을 수 없다”며 “과거 국조에서 정부 여당이 자료제출을 하지 않아 국조가 아무리 열려도 소용이 없었다.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관료나 정부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못 박고 가야한다는 것이 새정치연합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병권 위원장은 여야 입장에 대해 “국회까지 왔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여당과 야당 원내대표들은 세월호 선장이나 1등 항해사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는 밤새 기다리는 가족을 뒤로 한 채 지방에 일이 있다고 떠나고, 야당 원내대표는 이러한 원내대표를 본인이 양해했다고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김병권 위원장은 “도대체 왜 여야가 국조 특위를 합의 하지 못 했는지 의문”이라며 “여당은 기존의 절차와 관행이 있기에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특위를 먼저 열고 그 자리에서 증인채택 논의를 하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야당은 국조특위를 열기 전에 증인을 일일이 거명하여 채택한 후, 특위를 열고 국조 업무를 시작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저희 가족들은 법도 모르고 절차와 관행도 잘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온갖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관행 때문에 죽어갔다. 관행을 핑계로 일을 꼬이게 만드는 대답을 들었을 때 무척 화가 났다”고 사실상 여당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법도 국회 관행도 잘 모르지만 특위를 먼저 열든 나중에 열든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하기 위한 확실한 약속이 전제된다면 관계가 없다”며 “양당이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위한 조건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고 실질적인 국정조사를 시작하지 않는 한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책무”라고 밝혔다.

가족들, 거리로 나가 천만 서명운동 총력

이에 따라 세월호 가족들은 제대로 된 국조가 시작할 때까지 국회에 남고, 가족들이 거리로 나가 1천만 서명운동에 전면 결합하기로 했다. 가족들은 이날 4대 종단과 노동단체 등을 방문해 서명운동을 호소할 계획이다.

김병권 위원장은 “이제는 더 이상 가족끼리만 모여서 수동적으로 하기 보다는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며 “이번 주 토요일 전국 16개 광역시도 총 26개소의 서명을 받는 곳에 우리 부모님들이 모두 참여할 것이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서, 천만 서명을 반드시 달성해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가를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희생자 가족 정혜숙 어머니가 아이들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낭독하다 흐느꼈다. 대회의실 곳곳에 앉아 있던 80여명의 가족들도 통곡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정혜숙 어머니는 “저희는 이렇게 울부짖으며 외칩니다. 실종자를 하루 빨리 가족의 품에 돌려 달라고, 그래야만 단 한 명의 생명도 끝까지 책임지는 나라가 되기 때문에...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래야만 다시는 세월호 침몰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가 되기 때문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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