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진보 유권자, 조희연 아닌 고승덕 더 지지

“민주진보 지지층 표 결집력이 승부 가를 것”

최근 2주간 대다수 서울교육감 후보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연합 지지자들과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민주진보 단일후보인 조희연 후보보다 보수 후보인 고승덕 후보를 더 지지한 것으로 나왔다. 또 다른 보수 후보인 문용린 후보 지지율까지 합치면 이들의 보수 후보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조희연 후보에겐 5%이하의 지지를 보냈다.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새누리당으로 대변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야권으로 대변되는 민주진보 성향 유권자들보다 자신의 정치성향에 맞는 투표 결집 경향을 훨씬 강하게 보이고 있는 셈이다.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조희연 후보에게 충분하게 결집을 안 하고 고승덕 후보에게 몰려 있는 상황은, 지난 대선과 함께 치러진 서울 교육감 재선거에서 대선 후보 투표 경향과 엄청난 차이를 보였던 양상과 유사하다. 당시 재선거에서 민주진보단일후보로 나섰던 이수호 후보가 현 교육감인 문용린 후보에게 큰 차이로 지면서 보수교육감-민주진보 박원순 시장의 엇갈린 동거의 토대가 시작됐다. 지난 29일까지 공표된 여론조사는 비슷한 상황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줘 이후 야권 지지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지난 5월 31일 고승덕 후보의 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혼 후 아버지의 무관심을 폭로하면서 1위를 고수하던 고승덕 후보의 진보성향 지지층 표가 조희연 후보에게 쏠릴 경우 서울 교육감 선거는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MBC-SBS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은 보수 후보들에게 조희연 후보와 비슷한 지지를 각각 보냈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조희연 후보에게 3.7%의 지지만 보냈다.[출처/ YTN화면캡쳐]

대부분 여론조사, 야권 성향 지지자들 보수 교육감 후보 압도적 지지

<참세상>은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29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http://www.nesdc.go.kr) 홈페이지에 등록된 각 언론사별 서울교육감 후보 여론조사 로데이터(원자료)를 통해 이런 결과를 확인했다.

지난 5월 27-28일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율은 고승덕 후보 28.9%, 조희연 후보 17.4%, 문용린 후보 16.7%가 나왔다. 조 후보가 5월 셋째 주에 10%에 못 미쳤던 것을 감안하면 추격속도가 엄청난 상황이다. 이 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는 정몽준 후보 32%, 박원순 후보 58%였다.

문제는 지지정당별 지지후보 결과였다. 이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자의 33.4%가 고승덕을, 2.4%가 조희연을, 33.2%가 문용린을 지지했다. 그때가봐서/모름/ 무응답은 27.2%였다.

반면 민주진보성향인 새정치연합 지지자의 30.5%는 보수 후보인 고승덕 후보를 지지했다. 민주진보단일 후보인 조희연 후보 지지는 35.3%로 큰 차이는 없었다. 더 놀라운 결과는 응답자수는 적지만 통합진보당 지지자의 21.6%가 고승덕 후보를 지지했다.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의 조희연 후보 지지율은 40.%였다. 정의당 지지자들의 조희연 후보 지지율은 82.0%로 나왔다.

한국경제가 27-28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이 조사에선 고승덕 30.7%, 문용린 21.8%, 조희연 15.0%로 나타났다. 서울시장은 정몽준 34.7%, 박원순 52.4%가 나왔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고승덕 38.9%, 문용린 30.7%, 조희연 5.0% 순으로 지지했다. 보수 후보만 합치면 68.7%다. 반면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은 고승덕 29.9%, 문용린 18.4%, 조희연 21.3%로 나왔다. 제1 야당 지지자들의 보수후보 지지율이 48.3%나 됐다.

가장 진보적 성향인 통합진보당-정의당 지지자들의 조희연 후보 지지율은 44.3% 였지만 고승덕 후보 지지율도 20%에 육박하는 19.3%였다. 문용린 후보는 14.6%를 기록했다. 진보정당 지지자들의 보수 후보인 고승덕-문용린 지지율을 합치면 33.9%다. 이 조사의 연령대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조희연 후보는 30대와 40대에서 문용린 후보보다 많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역시 고승덕 후보에겐 근소하게 밀렸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MBC-SBS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은 보수 후보들에게 조희연 후보와 비슷한 지지를 각각 보냈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조희연 후보에게 3.7%의 지지만 보냈다.

  1일 선거 유세 도중 조희연 후보와 박원순 시장 후보가 대림역 부근에서 만나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사진/ 조희연 캠프]

26-27일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결과도 비슷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조희연 후보에게 3.8%만 지지를 보냈지만,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은 고승덕 28.6%, 문용린 14.8%, 조희연 29.1% 순으로 지지를 보냈다. 새정치연합 지지자의 43.4%가 보수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코리아리서치 조사엔 지지정당별 조사 외에 정치성향별 조사도 담겨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줬다.

이 조사에 따르면 보수성향이라고 밝힌 유권자들은 고승덕 39.6%, 문용린 29.6% 조희연 8.8% 지지로 나왔다. 중도 성향은 고승덕 33.1%, 문용린 21.7%, 조희연 15.2%, 진보 성향은 고승덕 32.6%, 문용린12.6%, 조희연 31.8%로 나타났다. 진보성향조차 고승덕 후보를 더 지지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26-27일에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고승덕 31.2%, 조희연 17.1%, 문용린 27.2%를 기록한 조사결과도 정치성향별 데이터나 지지정당별 데이터에서 비슷했다.

보수 성향 유권자는 고승덕 39.2%, 조희연 8.0%, 문용린 35.9%를 기록했으며, 중도 성향은 고승덕 24.3%, 조희연 20.7%, 문용린 26.9%가 나왔다. 진보 성향은 고승덕 22.2%, 조희연 35.4%, 문용린18.0%으로 나왔다.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의 고승덕 후보 쏠림 현상은 선거전 초기 조사에서 더 강하게 나왔다. 중앙일보가 20-21일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에 의뢰한 결과(고승덕 25.6%, 조희연 6.6%, 문용린 16.4%)에선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조희연 후보를 0.9%만 지지했지만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은 고승덕 후보를 29.6%, 조희연 후보를 12.3% 지지했다. 통합진보당 지지자들 역시 고승덕 후보 26.8%, 조희연 후보 16.2%로 나타났다.

고승덕, 보수 후보 강조하면서 포스터에선 보수 후보 거론 안 해

이런 결과는 선거 초기 TV 프로그램 등에서 인지도를 높여온 고승덕 후보가 자신의 정체성이 극우적 성향까지 일부 담은 보수 후보에 있는데도 중도성향의 이미지를 잘 구축한데 있다. 또 대부분 여론조사가 고승덕 후보는 TV프로그램에서 인지도를 높였던 변호사로 소개 됐지만 조희연 후보는 성공회대교수로만 소개된 부분도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문용린 후보는 대부분 현 서울시교육감으로 소개됐다.

공표된 여론조사 중 고승덕 21.9%, 문용린 23.3%, 조희연 18.7%로 조희연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엄청난 추격 양상을 보여줬던 지디넷코리아(ZDNetKorea) - 리얼미터 조사는 이런 사실을 잘 드러내준다.

이 조사의 질문 문항에서 각 후보의 직책은 서울사이버대학교 석좌교수 고승덕, 현 서울시 교육감 문용린, 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의장 조희연으로 제시됐다. 이 질문 방식은 조희연 후보가 명확히 보수후보와 다른 민주화 세력임을 드러낸 것으로 조 후보가 민주진보 단일후보라는 것이 알려질수록 표가 결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 연령대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조희연 후보가 대부분 조사에서 20대와 50대, 60대 이상에서 낮은 지지율을 받은 반면, 3-40대 유권자들에겐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받은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용린 후보와 조희연 후보 모두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포스터에 드러냈지만 고승덕 후보는 보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 중도적 이미지로 포장했다.

야권 이탈표, 정몽준-문용린 친환경 무상급식 물어뜯는 프레임 형성

문제는 이처럼 민주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자신의 정치성향과 반대되는 투표 결과 이번 정몽준-문용린의 농약급식 네거티브를 불러오는 프레임을 만들어 줬다는데 있다.

지난 제18대 대선에서 서울지역 유권자 중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수는 약 320만명이다. 박근혜 후보는 약 300만표를 받았다. 반면 함께 치러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보수후보인 문용린 후보는 약 290만표를 얻었고, 민주진보단일후보인 이수호 후보는 약 200만표를 얻었다.

러닝메이트처럼 치러진 선거에서 보수 문용린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비슷한 표를 얻었는데 민주진보 이수호 후보는 문재인 후보보다 120만 표나 덜 받은 것이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의 1/3이 이탈한 셈. 실제 서울지역 22개 구에서 문용린 후보는 박근혜 후보보다 약간 더 많은 득표를 한 반면 이수호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받은 표보다 1/3 정도를 덜 받았다.

하지만 이번 교육감 선거에선 야권-민주진보 성향의 표가 보수 교육감 후보에게 분산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의 1위를 고수했던 고승덕 후보에게 연이은 악재가 터진데다, 보수 후보인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의 난타전으로 조희연 후보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승덕 후보는 공보 포스터에서도 자신이 보수 후보임을 드러내지 않고 중도 포지션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문용린 후보를 향해선 자신이 더 보수세력의 지지를 받는다며 보수단일 후보란 표현을 써선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고승덕 후보는 극우 성향의 기독교단체인 한기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교조 색깔론을 자극해 중도적 이미지가 금이가고 지지율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BBK 변호사 전력, 이혼한 후 자녀의 미국 시민권과 병역문제 등이 드러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민주진보-야권 성향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31일 고승덕 후보 딸의 폭탄 글로 고승덕 후보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고승덕 후보 딸의 폭로로 떨어져나가는 지지표 중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표는 문용린 후보와 분산되겠지만,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의 표 대다수는 조희연 후보에게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그렇게 될 경우 조희연 후보와 문용린 후보가 박빙으로 승부를 알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고, 보수 지지층과 진보 지지층의 표 결집력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승덕 후보에게 많이 몰려 있던 20, 30대의 젊은 층이나 민주진보성향 유권자들이 SNS나 포털의 댓글 등을 통해 딸의 폭로 문제를 확산시켜 나가고 조희연 결집 경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농약급식’ 프레임도 조희연 후보가 박원순 후보와 러닝메이트화 한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문용린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 보조를 맞추며 친환경급식을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제대로 된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선 박원순 후보와 마인드가 같은 후보가 돼야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희연 캠프의 한 관계자는 “농약급식 프레임이 오히려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서로 협력해야 안전한 친환경 급식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며 “불행하게도 서울 교육은 민주진보 곽노현 교육감 VS 보수 오세훈 시장 체제나 보수 문용린 교육감 VS 민주진보 박원순 시장이라는 체제로 삐거덕 거렸다”고 ‘민주진보 교육감-시장 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오세훈 전 시장은 무상급식을 거부했고, 문용린 교육감은 친환경 식자재 공급을 70%에서 50%로 낮춰버렸다”며 “조희연 후보와 박원순 시장이 나란히 당선되면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정책협약 등을 맺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추모 촛불 집회에 참석한 조희연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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