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분노한 사람들’의 당 ‘포데모스’, “좌파돌풍은 이제 시작”

‘온당한 보통의 시민 정당’..지역총회에 기초한 참여 과정 눈길

“인디그나도스(분노한 사람들) 운동은 전혀 쓸모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말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만들었을까요?”라고 ‘포데모스’당 유럽의회 비례후보 1번 이글레시아스는 그의 지지자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둥글게 뭉친 주먹을 들고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인디그나도스가 우리를 대표합니다”라고 외쳤다.

2011년 스페인에서 50개 이상의 시위캠프를 형성하고 긴축반대 운동을 벌였던 ‘인디그나도스(분노한 사람들, 현재는 5월 15일 시작됐다는 의미에서 15M로 지칭된다)’이 3년 만에 유럽의회에 진출했다. 인디그나도스 운동에서 출현한 포데모스(Podemos)는 창당 4개월 만에 지난달 25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120만표 이상을 얻어 스페인 양당 정치를 뒤흔들며 유럽의회 의석 5개를 차지했다.

[출처: 타츠 화면캡처]

최근 <타츠> 스페인 통신원에 따르면, 포데모스는 다양한 스페인 공산주의자들로 구성된 통합좌파(IU)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마드리드를 포함해 여러 지방에서 통합좌파를 앞질렀고 라호이 총리의 국민당과 사회노동당(PSOE)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거대 양당은 전체 50% 이하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에 비해 3분의 1 이상 적은 수치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의 포데모스는 ‘온당한 보통의 시민 정당’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보통 시민들의 필요를 이해하고 참여적인 과정을 통해 이끌어지는 정당을 표방한다. 포데모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내건 정책도 △정부와 기업 사이 유착관계 중단, 부패 방지 △양질의 일자리와 보편적인 건강 관리, 교육, 주택, 연금 보장, 환경 존중 △경제와 금융제도 개혁이 대표적이다.

애초 “할 수 있다”는 구호는 2006년 미국내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경조치에 반발해 일어났던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의 대규모 시위에서 유래한다. 이는 스페인 경제위기 후 확산된 강제퇴거 반대 운동의 모토로 자리 잡았고 포데모스도 여기서 자신의 이름을 따왔다.

이러한 강제퇴거 반대 운동을 포함해 지역 총회와 긴축 조치에 맞선 시위는 포데모스와 다른 좌파를 위한 배양지였다. 포데모스 뿐 아니라 통합좌파에 대한 지지도 약 10%로 증가해 2석에서 6석으로 의석이 늘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포데모스가 그들 표를 가져갔다고 생각한다고 <타츠>는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사회학 박사 크리스티나 플레셔는 <오픈데모크라시넷>에 통합좌파와 포데모스는 공통점이 많지만 “언어와 프레임이 매우 다르다”며 “많은 이들에게 통합좌파는 낡고, 과거에 고착돼 있다고 여겨진다”고 지적한다. 통합좌파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자치정부 연립정당을 구성하고 있지만 교육과 보건 예산을 약 10% 삭감했던 것도 문제가 됐다.

한편, 다른 나라에서처럼 우익 대중주의자들도 스페인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했지만 표를 얻지는 못했다. 여당 국민당과 이들 세력이 스페인 우익층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타츠>는 보도했다.

주민총회에 기초한 참여적 정당

포데모스는 무엇보다 참여적인 과정 속에서 형성됐다는 점이 타 정당과 다르다.

4개월 전 포데모스는 애초 정당이라기 보다는 300개 이상 마을 지역총회로 구성된 넓은 네트워크였다. 공개적인 예비선거에는 33,000명이 참여했으며 후보명단은 평등하게 구성됐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가 첫 번째 후보로 나섰으며, 2번째 후보에는 공교육 강화, 긴축과 사유화 반대를 위해 싸워온 한 여교사가 나섰다. 반부패검찰당국의 전 의장은 3번째 후보가 됐다. 선거운동은 클라우드펀딩을 통해 지원받았다.

이러한 포데모스가 정치적 성공을 거둔 데에는 유럽의회 첫 번째 비례후보로 나서 당선된 마드리드콤플루텐세 대학 정치학부 교수인 이글레시아스의 역할이 주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5세의 이 정치학 박사는 마드리드 노동자 밀집지에서 태어났고 그의 모친은 노동조합원이다. 그는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스위스와 미국에서 수학했고 ‘청년공산주의자’와 ‘미래없는청년’ 등 많은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포데모스 창립자들이 많은 마드리드콤플루텐세 대학의 카를로스 모네데로는 이글레시아스의 가장 중요한 동지 중 한명이다. 모네데로 정치학 교수는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 정부 자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글레시아스는 지역 대안라디오 ‘라 투에르카(어머니)’에서 출발해 민영방송사 그리고 나중에는 보수방송사에서의 정치토론에서 국민당의 우익 이데올로기와 정책에 맞서 싸웠다. 그는 긴축, 은행에 대한 세금 지원을 비판하고 부채탕감을 주장했으며 기성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임을 대표했다. 그 사이 시청률은 올라갔고 포데모스는 더 많이 알려졌다. 그는 방송 토론에 대해 “전선을 오가는 적지에서의 토론은 내게 기쁨이었다”고 말한다. 어떠한 여론조사도 포데모스의 승리를 예견하지 못했지만 인글레시아가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을 후보라는 데는 같은 의견이었다.

스페인 내년 초 지방선거 좌파돌풍 예고

이글레시아스는 지난달 25일 밤 마드리드 중심가의 한 광장에서 “우리는 오늘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포데모스 지지자들에게 연설했다. “여전히 6백만명이 실업자다. 그들은 계속해서 가정을 강제퇴거시키고 있으며 사유화를 강행하고 있다. 내일부터 우리는 이 나라가 다시 건강한 정부를 찾을 수 있도록 일할 것이다. 우리는 ‘정치적 카스트’를 추적하겠다”고 발표했다.

<타츠>는 이러한 상황은 내년 초 지방선거에서 좌파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좌파 간 어려운 통일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았다.

사회노동당의 행보도 스페인 좌파정치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사회노동당은 현재 역사상 가장 낮은 23%에 머물렀다. 여러 지역에서 포데모스나 통합좌파 보다도 적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노동당 유력인사들은 국민당과의 대연정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노동당 기층은 이 경우 그리스에서 보수 신민당과 연정한 후 몰락한 그리스사회주의운동당(PASOK)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포데모스와 통합좌파와의 관계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데모스는 이미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에게 연대 운동을 제안했다. 통합좌파, 녹색당과 같은 정당 뿐 아니라 강제퇴거와 긴축 그리고 이른바 교육과 보건 사유화에 맞서 거리로 나왔던 운동과 함께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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