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파업 3주차, 교섭 ‘난항’ 부당노동행위 ‘극성’

‘노조탈퇴’ 종용, ‘업무복귀’ 회유 및 협박...사측, 문제해결 의지 없었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전면파업 3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노사가 교섭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측이 조합원들에게 업무 복귀와 노조 탈퇴를 회유, 협박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어 사측이 문제해결에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노사는 1주일 넘게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교섭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사측, ‘노조탈퇴’ 종용 ‘업무복귀’ 회유 및 협박

삼성전자서비스 분당센터 A팀장은 노사 실무교섭이 한창이던 지난주, 파업 중인 조합원들에게 “6월 2일까지 출근 바라며 만약 출근하지 않는 CSP는 저하고 일을 하지 않는 걸로 알겠다”며 “회사가 있어야 여러분도 사는 것 아니겠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박성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은 “회사 측이 파업 중인 조합원들에게 문자나 전화로 복귀할 것을 종용하며 협박하고 있다. 분당센터 외에도 조합원들에게 업무 복귀를 종용하는 사측의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경남지역의 모 센터 사장 B씨 역시, 노사 물밑 접촉 및 교섭 재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주 일요일,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노조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B씨는 유선 상으로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너무 배부른 행동을 하고 있다”며 “너도 (업무에) 합류할 수 있으면 합류해라. 선배들 몇 사람이 뭐라고 하겠지만 어차피 노조 가입도, 탈퇴도 네 자유다”라고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이어서 “중요한 것은 선배들이 문자나 전화해서 비인간적으로 한 것은 분명히 채증해야 한다”며 “너희 선배들은 돈을 안 벌어도 와이프가 든든하게 돈을 버니까 상관없지만 너는 경우가 다르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장 B씨는 노조가 파업을 이어갈 경우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폐업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경고를 은연중에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00센터도 파업을 하고 있지만 내근 인력이 20명은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신입 3명을 포함해 총 5명이다. 신입은 차가 없어 움직이지 못하고 3명 정도 밖에 일을 못하고 있다”며 “이래가지고는 어느 원청이 예쁘다고 그냥 놔두겠나”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해운대센터와 아산센터, 이천센터가 폐업했을 당시 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 원청 지시에 의한 위장폐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폐업된 3개 센터는 노조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권역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조탄압을 위한 본보기였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염호석 열사가 소속돼 있었던 양산센터 역시 센터 팀장이 조합원들에게 직접 노조 탈퇴를 종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인쇄 된 노조탈퇴서 우측 하단에는 양산센터 팀장의 이름이 적혀 있다. 양산분회 조합원 C씨는 “팀장이 직접 탈퇴서를 뽑아 조합원들에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 탈퇴서 하단에는 인쇄 된 팀장의 이름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애초 조합원 2명이 팀장의 종용에 탈퇴서를 썼지만, 이후 분위기와 강요 때문에 탈퇴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탈퇴서 철회를 요구했다”며 “하지만 팀장은 탈퇴서를 철회할 수 없다며 출근하지 않을 시 무단결근으로 퇴사처리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

춘천센터 D팀장도 파업으로 출근을 하지 않을 시 1일 -20점을 감점하겠다는 방침을 내근인력들에게 문자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측은 곧바로 문자를 통해 감점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노조는 회사 측이 부당노동행위를 염려해 입장을 바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춘천분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파업 3주차, 사측 부당노동행위 기승...문제 해결 의지 있나

또한 사측은 노조 파업에 따른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불법적인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논란에도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마산분회의 경우 지난 31일, 마산센터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직원이 휴대전화를 직접 수리하는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박성주 부지회장은 “파업 중이라 센터에 조합원들이 없어 구체적으로 사측이 어떻게 불법적 대체인력을 투입했는지 모두 조사를 하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공공연하게 많은 센터에서 불법적 대체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조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 돼 있다. 또한 노조법에는 사측이 노조 탈퇴를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노조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 혹은 개입하는 행위 등을 ‘부당노동행위’라고 적시하고 있다.

아울러 노동자가 정당한 단체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노조 측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사례를 수집해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성수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6월부터 9월까지는 가전제품 성수기로 사측이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파업이 지속되면 회사로서는 수익에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건당수수료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로서도 성수기에 반짝 벌어들이는 임금을 포기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파업 이탈 대오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사측도 조급해 질 수밖에 없다. 2일 오후 5시에도 전국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으로 집결해 전면파업 3주차를 맞아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지회 관계자는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전히 1천 여 명의 조합원들이 파업 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8일부터 6일간 노사 실무교섭...입장 차이 여전, ‘교섭 결렬’ 되나

문제는 지난주부터 시작된 노사 교섭 국면에서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점이다. 이로써 사측이 염호석 열사 대책과 파업 사태 해결에 의지가 있었는지 여부에도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노사는 실무교섭 재개 이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박정미 금속노조 염호석 열사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사측이 노조가 요구하는 주요 쟁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조합원들이 납득할만한 입장을 내고 있지 못해 안타깝다”며 “사측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노조로서는 더 이상 교섭을 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교섭 결렬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사는 파업 5일 째를 맞은 지난달 23일, 물밑 접촉을 통해 25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결정했지만 회사가 삼성전자 본관 앞에 설치된 염호석 열사 분향소 등을 문제 삼으며 교섭이 어그러졌다.

이후 사측은 파업 10일째인 28일, 노조 측에 조건 없이 교섭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날부터 실무교섭이 재개됐다. 하지만 지난 6일간 노사는 염호석 열사 대책 문제를 비롯해 임금, 노조활동 보장 등 임단협 논의에서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노사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중단 위기에 놓였지만, 노조는 추후에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제시할 경우 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 공권력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서울의료원에서 발생한 경찰의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 사건 당시 이를 저지하던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을 연행했다. 경찰은 라 수석에 대해 장례식 등 방해죄와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21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일에는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진입을 시도하던 위영일 지회장과 김선영 분회장 등을 연행됐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죄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들 역시 22일 밤 구속됐다. 전면 파업 3일 만에 노조 지도부 3명이 구속된 셈이다. 심지어 경찰은 지난달 30일에도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염호석 열사의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하던 박 모 조합원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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