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련·진보정당 사실상 패배...진보 교육감은 압승

경기 무효표 14만 표, 진보 유권자 김진표에 등 돌렸나
진보정당, 노동당만 서울서 1석...통진 37, 정의 12, 노동당 7

6.4지방선거 최종결과 사실상 야권의 패배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왔다. 세월호 심판론이 야권과 중도층의 결집을 이끌어 충청권에서 압승을 이뤘지만, 경기와 인천의 패배는 이를 상쇄할 만큼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오랫동안 진보적 활동을 해온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김석준 부산교육감 후보 등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들이 17곳 중 13곳을 승리해 그나마 야권에 위안이 됐다. 또 연이은 산재 사망사고에도 책임 있는 발언 한 번 없이 네거티브와 색깔론 중심으로 선거를 치른 7선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의 큰 차이 낙선, 부산의 초박빙 승부 끝 패배 등도 전반적인 야권 패배의 아픔을 달랬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는 새누리당이 최대 관심사였던 경기, 인천, 부산에서 초박빙 승부 끝에 8곳을 승리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과 충청권을 이겨 9곳에서 승리했다.

새누리당이 승리한 지역은 경기 남경필(50.5%), 인천 유정복(50.0%), 부산 서병수(50.7%), 대구 권영진(56.0%), 울산 김기현(65.4%), 경북 김관용(77.7%), 경남 홍준표(58.9%), 제주 원희룡(60.0%) 후보 지역이다.

새정치연합은 서울 박원순(56.0%), 대전 권선택(50.1%), 충북 이시종(49.8%), 충남 안희정(52.2%), 광주 윤장현(57.9%), 세종 이춘희(57.8%), 강원 최문순(49.8%), 전북 송하진(69.2%) , 전남 이낙연(78.0%) 후보가 승리했다.

강력한 세월호 심판론에도 경기, 인천 패배원인은?
보수적 행보에 진보 유권자들 등 돌렸나


이번 선거는 전체 광역 시도에서 수치상으로 새누리당이 한 석이 적은데다 새정치연합이 중원에서 전승을 거둬 새누리당의 패배로 볼 수도 있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악재에서도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두 곳을 이겨 패배로 규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인천에서 새정련 현역 송영길 시장의 대항마로 나선 박근혜 대통령 측근 유정복 후보가 당선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더 실어 줄 수 있게 돼 야권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새정치연합은 충청권 4곳을 전부 이기고, 강원도에서도 승리해 선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세월호 민심이 강하게 작용했던 경기와 인천에서 패배한 결과는 새정련이 민심을 제대로 받아 않지 못한 선거를 치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특히 경기의 경우 후보의 정치적 이미지가 최종 선택을 갈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는 여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개혁과 중도적 이미지가 강했지만, 새정련 김진표 후보는 오랜 관료 생활과 한미FTA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시장중심-보수적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 상당수 진보적 유권자들이 포진된 각종 노동조합과 사회단체 등에선 김진표 후보를 두고 갈등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 진보 성향의 표가 투표장에 가서도 대거 무효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광역시도 중 경기에서 무효표가 14만 8천여 표로 가장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기 다음으로 많은 무효표가 나온 곳은 5만 4천여 표를 기록한 부산으로, 경기와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전국 평균 무효표는 3-4만여 수준이었다.

물론 통합진보당 백현종 후보의 전격 사퇴가 사전투표 이후에 된 데다 투표용지에도 이름이 올라와 있어 백현종 후보의 표가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통합진보당이 인천이나 광주 시장선거에서 2만여 표 정도 얻은 것을 감안하면 백 후보의 표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김진표 두 후보의 표 차이가 4만 2천여 표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진표 후보 정체성에 등을 돌린 표가 결과의 향방을 돌렸을 가능성도 크다.

결국 경기의 패배는 혁신의 상징이던 경기 교육감 출신 김상곤 후보보다 강력한 당내 조직세를 가지고 있던 보수적 이미지 김진표 후보를 투표로 결정한 새정치연합 공천의 패배로 규정될 수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역시 민주진보진영 핵심 의제인 의료민영화 문제 등에서 확실한 진보적 색채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여당이 되든 야당이 되든 정책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유권자들에게 초박빙 상황에서 송영길 시장 주변 측근 문제가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보정당들 뼈아픈 패배, 서울에선 노동당만 기초 1석 당선

기초단체장 선거는 새누리당의 완승이다. 총 226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124곳에서 승리를 거뒀고, 새정치연합은 72곳의 승리에 머물렀다. 애초 4곳의 기초단체장을 가지고 있었던 진보정당은 기초단체장에서도 모두 패배해 야권 전체의 패배로 기록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은 정권의 탄압에 맞서 광역 단체장 후보 12명, 기초단체장 후보 41명을 대거 출마시켰지만 한 석도 건져내지 못했다. 특히 진보정치 1번지로 불렸던 노동자도시 울산에서 현역 구청장 모두 재선에 실패했다.

정의당도 울산시장에서 조승수 후보가 새정련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지만 큰 차이로 졌고, 인천 동구와 남동구에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역시 재선에 실패했다. 노동당 역시 광주와 울산에 시장 후보를 냈지만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진보정당들은 서울 광역 기초의원 선거에서 노동당 김희서 구로 구의원 후보만 당선됐다. 통합진보당은 광주, 전남, 울산 등에서 37명의 광역·기초 의원이 당선됐지만 수도권에선 파주 한 곳만 됐다. 정의당은 대구, 인천, 경기 등에서 12명이 당선됐다. 노동당은 지방선거 목표가 20석이었지만 서울, 경남 등에서 7명이 당선됐다.

이에 따라 진보정당들은 이후 다양한 모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5일 오전 공동선대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종북공세와 색깔론을 극복하고 통합진보당을 지지 격려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국민의 열망은 더욱 커졌지만, 이를 온전히 담아내야 할 진보정치는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따가운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단결과 헌신만이 진보정치를 되살릴 수 있는 첫 마음임을 되새긴다”고 덧붙였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5일 선대위 회의에서 “정의당은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고, 정의당이 아직 대안의 진보정당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정의당의 이름으로 처음 치르는 선거에서 정의당이 어떤 정당인지조차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도 “정의당의 초라한 성적표를 무겁게 받아드린다”며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진보정치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확실하게 빠졌음을 보여줬다. 변명의 여지가 없이 패배가 확실하다”면서도 “노동당은 당내 유명 정치인들이 나간 상황에서 광역 비례 정당지지율이 진보신당 시절과 비슷하게 나와 고정 지지층을 확인한 측면은 있으며 이후 지지층 확대를 위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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