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울, “6.4 선거서 ‘노동당은 누구냐’란 질문 많이 받았다”

[인터뷰] “악수가 명령도 아닌데...미디어가 공포정치 생산”

긴 머리에 수염을 기른 범상치 않은 외모로 박근혜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한 김한울 씨가 노동당 투표 참관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노동당엔 항의(욕설) 전화가 빗발쳤다.

노동당 중앙당의 한 당직자는 그런 전화를 건 사람 대부분이 보수 성향임을 간파하고 “대통령 앞에서 항의 의사를 표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외신에서 봤잖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돌아온 호통이 “미국과 한국은 다르지!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잖아!” 였다.

그런 동방예의지국의 노동당 당원인 김한울 씨는 대통령 악수를 거절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전히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예의를 다해 완곡하고 정중하게 대통령의 악수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가 손을 내미는 대통령에게 한 말은 “참관인입니다”였다. 투표장에서 참관인의 본분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악수 거절은 각종 뉴스와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보수 언론은 그가 싸가지가 없다고 공격했다. 반면 민주.개혁 언론들은 그를 용자라고 옹호했다. 언론들은 악수를 거부한 그의 정치사상적 배경보다는 행위에만 관심을 가졌다. 반면 많은 대중은 그가 노동당 종로/중구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이라는 사실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출처: 김한울 씨 제공]

한 보수 성향 네티즌은 그를 두고 N사 포털사이트에 “북쪽의 기운이 느껴지는 노동당의 사무국장입니다. 노동당은 6.25전의 남로당 같은 거의 이적단체수준의 반정부단체이나, 요즘 세상이 온화해져서 거의 제제를 안 받는 단체입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반면 진보정치에 냉소를 보였던 일부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그가 노동당이란 사실에 주목했고, 노동당에 관심을 보였다. 그의 정치적 사상적 배경을 본 것이다. 김한울 씨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함께 실천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나갔으면 합니다. 노동당 당원의 한 명으로 열심히 실천하겠습니다. 노동당에 힘을 실어주시면 더더욱 고맙겠습니다”라며 노동당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당부했다.

김한울 씨가 노동당에 가입한 것은 1년여 정도 됐다. 당시는 노동당으로 당명을 바꾸기 전인 진보신당 시절이었다. 진보정치가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시대에 그가 노동당(진보신당)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노동당이 지금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거목으로 자랄 것이라고 했다. <참세상>은 지난 6월 6일 김한울 씨를 만나 악수를 거부한 배경과 노동당 당원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었다.

- 대통령이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 때 어떻게 할지 고민은 안됐나
대통령이 악수하자고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끝에서부터 악수를 해오고 있던 상황이라 오히려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는 게 어색했다. 이렇게 일어나서 악수를 하는 게 맞나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는 했는데 굳이 대통령이라고 해서 참관인이 따로 선거인과 악수를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5월 9일 새벽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밤새 기다리고 다음날 오후 늦게 KBS 사장의 사과를 받고 돌아가려고 하니까 그제서야 요구사항 중 하나인 대통령 면담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그런 것들이 생각나서 여러모로 악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악수를 하는 것보다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사는 동네는 서촌이라는 곳으로 청와대 입구인 효자동 경복궁 근처다. 그래서 그는 밤새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의 답을 기다리는 유가족에게 물품 등을 지원하며 그 자리에 있었다.)

- 참관인은 선거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악수를 하면 안 되나
그런 얘기를 전달받진 않았다. 하지만 참관인은 특정 후보나 정당에서 추천을 받아 온 사람이기 때문에 주로 선거운동원들이다. 선거인들이 참관인과 사인을 주고받거나 웃으면서 파이팅을 외치거나 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 행위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용인하는 것 같은데 정확하게 하려면 그런 것들도 통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 악수 거부 주요 이유로 지난 5월 9일 청와대를 찾아온 세월호 유족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라고 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동네에서 일을 마치고 5월 8일 만민공동회 현장에 뒤늦게 참여했다가 청운동 주민센터로 이동한다고 해서 따라갔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 부당하게 길을 막아서 같이 대응하기도 했다. 그러다 KBS에 항의를 갔던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으로 오시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유가족들이 새벽 늦게 도착을 하셨는데, 그분들이 도착할 즈음 동네 상인들로부터 ‘날이 춥고 팽목항에서 몇 십일 동안 쉬지도 못하고 계시는데 뜨거운 물이라도 갖다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동네 주민들 몇 명과 함께 먹을거리를 좀 챙겨갔다.

세월호 유족 분들이 오시니까 뭔가를 준비해드리자 이런 취지로 몇 명이 급하게 모였고 그 후로 트위터에 올라간 내용을 보고 다른 지역 주민들이 ‘모자란 게 뭐냐’ 하며 이것저것 물건을 갖다 주시기 시작하면서 다음날 아침밥과 점심도 해결됐다.

유족 분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주민들이 지나가면서 경찰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다음날 동네 부녀회나 같이 활동하시는 분들도 일손이 필요 없냐며 많이 도와주셨다. 그분들은 당이나 단체 소속이 아니라 동네 관변단체 분들을 비롯해 주민자치위원회, 동네상인들이다. 그 중에 나도 같이 있었던 거다.

- 그날 같이 온 주민들은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시는 분들인가
그냥 동네에서 맥주, 커피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이다. 지역에서 경찰이 오든 누가 오든 화장실을 열어두시는 분도 계시고, 동네에서 가게를 중심으로 작은 축제 같은 것들을 펼치시며 기부 행사 등에 참여하시는 분도 계신다. 그런 분들과 함께 먼저 시작했다. 그분들도 그날 청와대의 태도를 보고 많이 씁쓸해하셨다.

- 악수거부 이후 SNS에서 엄청나게 공격을 당했다던데
가장 먼저 트위터에서 멘션들이 많이 왔었다. 멘션을 보낸 계정들을 봤더니 상당수 계정들이 팔로우나 팔로워가 0아니면 1, 트윗 갯수도 5개 이하 이런 식이었다. 허위로 만들어진 서브계정들이 상당히 많지 않나 싶어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당일 오후부터는 응원 메시지도 많이 들어왔다. 발신자 정보가 표시되지 않는 전화나 모르는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모르는 번호는 가려 받았다.

그 외에는 오랫동안 연락을 못하고 있던 분들한테서 연락이 많이 왔고, 다들 반응이 좋았다. ‘잘했다’, ‘통쾌하다’, ‘주변사람들한테 자랑하고 다닌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인터넷에서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실제로는 만나기 힘들 정도의 숫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 악수거부를 두고 예의가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 언론에서는 그렇게 보도했지만, 보도 외에 누구도 제게 싸가지나 예의의 문제를 이야기 한 분은 없다. 오히려 '용기가 대단하다', '통쾌했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체증이 쑥 내려갔다' 등등 찬사만 듣고 있다.

김한울이라는 한 사람이 싸가지 없고 예의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개인의 성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면 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이해될 수 있는 변명은 없다. 단 한 명의 국민이 예의가 없다고 주류 언론이 연일 보도를 해대는 2014년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씁쓸해지는 이유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예의를 다해서 완곡하고 정중하게 악수를 거절했다. 더 좋은 거절의 방법이 있다면 가르쳐주시면 좋겠다. 악수를 거절해서는 안 된다면 거절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듣고 싶다. 명령에도 불복종은 있는 건데 심지어 악수는 명령도 아니다.

- 처음으로 노동당이란 이름으로 선거를 치렀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일단 ‘노동당은 누구냐’는 질문이 제일 많았다. 정의당이나 통진당은 사람의 이름을 얘기하면 바로 알아듣는 인지도가 있는데 노동당은 명망가 중심 정치에 대해 비판적이기도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알아듣기 어려운 점이 애로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명칭이 진보신당에서 노동당으로 바뀐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다.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많은 분이 노동당을 알아봐 주신 것은 지금 당장의 문제로 볼게 아니라 이해하고 당을 알려내는데 집중해나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한국 사회 정당정치에서 가장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정당이며 가장 진지하고 끈기 있는 정당이 노동당이라고 생각한다. 또 가장 넓은 시야로 가장 긴 호흡을 가진 정당이다. 지금 시작은 작고 왜소하더라도 모든 거목이 작고 여린 싹에서 시작되듯, 될 성 부른 나무의 떡잎으로 자라고 있다.

- 이번에 6.4 지방선거에서 종로구 가 선거구에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노동당 당원으로 느낀 점이 있었다면
기본적으로 사표를 회피하려는 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게 됐던 것 같다. 노동당을 찍게 되면 일단 무조건 사표가 된다고 생각을 하시는 거고, 노동당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정당 투표에서 2%를 목표로 했는데 그 측면에서는 사표라 볼 수 없는데도 그런 내용들이 적극적으로 알려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소선구제 하에서 거대 보수양당이 서로 돕고 있는 부분이 있겠구나 싶었다. 보수양당 자체가 소선거구제를 통해 먹고살고 있고, 소선거구 자체가 보수양당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제가 있던 지역구도 유권자들이 많이 안타까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생각하는 소신과 다른 선택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또 기호나 후보 이름 정도 알리는 것도 상당히 버거운 현실이라 거대 양당 이외에는 자신의 색깔을 명확히 전달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다. 선관위가 정당의 내용과 정책적인 부분을 더 신경 쓰고 어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정치 환경을 개선시켜주는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 현재 진보정치 상황은 어떻게 보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의 득표를 두고 섣불리 통합을 언급하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문제는 진보 내부에서 합종연횡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다. 나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보면 진보의 문제는 진보적 의제의 문제도, 연대의 문제도 아니다. 진보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고 그로 인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통합이든 분열이든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매번 반복되는 되돌이표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진보정치는 이 되돌이표를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현장에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지 서로 합치고 나누는 것을 통해서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악수거부는 언론에서 만들어낸 이슈다. 꼬리로 몸통을 흔들려는 의도를 제 이름이 헤드라인에 들어간 기사에서 읽었을 때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저희 동네 분들이나 주변 지인들은 단 한 명도 악수거부를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씀하는 분조차 없었다. ‘거절은 개인의 자유’라는 반응이었다.

오로지 주류 언론의 보도만 제가 부도덕하거나 부당한 불이익의 위험 앞에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는 듯 묘사한다. 이게 공포정치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고, 여전히 평화롭게 생활하고 있는데 세상이 더 험악하다고 믿게 되는 순간 우리는 움츠러든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실세계는 믿을 만 하고 합리적이었다. 미디어와 네트워크를 통해서 조작된 세상만이 그 허상을 퍼뜨리기 위해 혈안이다. 다들 이런 미디어에 겁먹지 말고 소신껏 행동하셨으면 좋겠다. 제가 용기를 드릴 수 있다면 더 없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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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 김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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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있어요!!!! 짝짝짝!!

  • 김정은

    동무! 날래 북한으로 오라우.
    패기가 대단한데 내 악수 함 거절해 보라우.

  • 시민1

    과반수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을 부정하더니, 이제 망신주기 테크닉까지 구사하는 구나. 절대 사과 안하면서 소통하라고 뻔뻔하게 떠들지 마라.

  • 존 레논

    국내 좌파정당중 친북은 통합진보당뿐입니다. 그리고 노동당은새누리.새정치식의정치보다 세계노동자.농민의 삶,연대를 우선시합니다

  • 도래실

    영웅이여! 궤변에 채증이 내려가다 뭉쳐버렸어, 그래도 좋으니 영웅시리즈 2탄 같은 건 말게나. 세월호 유가족은 대통령의 악수 거부한 영웅의 행동거지와는 무관할걸세.....

  • 이정희

    어딜 만져

  • 이연서

    선거의 4원칙-평등선거,보통선거,직접선거,비밀선거-(30여년전 학교에서 배운거 같은데)평등선거란 지위고하,빈부격차 다 떠나서 1인당 1개의 투표권만 가진다는것,,,그래서 평등하다는,,즉 대통령 께서도 투표소에서는 그냥 1개의 투표권을가진 이나라 일반 국민이란 뜻 아닐까?
    세월호 여파에 게다가 청각장애우학교에서, 조용하고 엄숙하게 치뤄져야할 투표소에서 게다가 당색이 짙은 대통령께서 참관인한테 무슨 악수를하면서 격려를할까? 그러면 투표 진행하는데 시간지체 되지 않나? 뒤에 투표할 사람들 안기다릴까? 뒷사람 생각은 안해주시나? 그러니 이런 해프닝이 생기지...보좌관들은 왜 있나?이런 가벼운 대통령의 의전하나 챙기질 못하고,,,아이고 대한민국!

  • 김정은

    남녘의 빨갱이 동무들 고생이 많습네다! 우리 빨리 선동해서 518같은 폭동을 일으키자구요!

  • 캬악.퉤

    생긴거봐 o같이 생겼네.ㅋㅋㅋ

  • 최혜경

    축하합니나 유명해지셨군요... 노동당의 전략인듯 보입니다.. 이름과 얼굴을 날리셨으니 이제 곧 국회로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