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분노한 노인들, 거리로 나서

월 최대 20만 원 노인연금, 정작 ‘기초수급노인’에겐 해당 안 돼

  정부가 ‘가난한 노인’에게서 오히려 기초연금 20만 원을 줬다 뺏는 ‘황당한’ 일을 벌이려 하자 이에 분개한 노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정부가 ‘가난한 노인’에게서 기초연금 20만 원을 줬다 뺏는 ‘황당한’ 일을 벌이려 하자 이에 분개한 노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7월부터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정부는 최고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서 정작 가장 빈곤한 기초생활수급자는 제외된다. 기초연금이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비를 받는 노인들은 전체 노인의 하위 70%에 해당해 기초노령연금 월 9만 9100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액을 정하는 기준인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어 생계급여에서 기초노령연금 액수만큼 삭감되어 지급된다. 이는 기초노령연금에서 기초연금으로 용어가 바뀌고 연금이 20만 원으로 인상되어도 동일하다. 즉, 정부가 7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도 2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2013년 8월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약 129만 명 중 65세 이상으로 기초노령연금을 받은 사람은 39만 4000명이다. 전체 수급자의 30.6%에 달하는 수치다. 2014년에는 전체 노인 인구가 전년도 614만 명에서 639만 명으로 늘었다. 따라서 기초생활수급자 중 노인 비중도 증가해 기초노령연금 해당자가 약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난한 노인’들은 기초연금 20만 원 대상에서 결국 제외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9.2%로 이는 OECD 평균 12.4%의 세 배를 넘는다. 자살률도 한국은 33.3명으로 OECD 국가 평균 12.4명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이 중 65세 이상의 노인 자살률은 81.8명(10만 명당)이다. 노인 자살 충동 원인 1위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난’이 실질적으로 노인의 목을 조르는 주요한 원인임에도 정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 노인대회에 참석한 사람들

결국 이에 분개한 노인들은 10일 늦은 3시 종묘공원에 모여 기본적 삶도 영위할 수 없는 현실을 폭로하며, 기초연금은 기초생활수급비와 별개로 간주해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90세 노모와 함께 사는 박명희 씨(68세)는 두 명 다 수급자임에도 실제 수령액은 50만 원 남짓이라고 밝혔다. 월 9만 9100원씩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이 수급비에서 삭감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박 씨는 “월 50만 원으로 노인 두 명이 못 산다. 공과금 내면 남는 돈도 없어 옷도 못 사 입는다.”라며 “동사무소와 구청 복지과에 찾아갔지만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라는 답만 들었다. 마음에 상처만 받고 울었다.”라고 밝혔다.

박 씨는 “어머니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빨리 나으려면 고기 같은 것도 잘 먹어야 한다’라고 했다. 월세 내기도 빠듯한 데 고기 사 먹을 돈이 어디 있나.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고기라도 사드리고 싶다”라고 소망을 말했다.

동자동에 사는 김호태 씨(68세)는 기초노령연금액이 통장에 찍혀 나오지만, 자신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정부는 줬다고 하는데 나는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왜냐하면 기초생활보장 생계비에서 깎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줬다가 뺏는 게 아니다. 애초에 주지도 않았다. 정부가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은평구 녹번동에서 왔다는 김병국 씨(80세)는 “정부에서 연금 20만 원 주겠다고 한 번 이야기하면 줘야지 이런 엉터리가 다 있나. 노인네를 어떻게 이렇게 대접할 수 있나.”라며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젊었을 때 잘 살아보자고 피땀 흘려 나라를 이 정도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늙으니깐 이제 돌볼 필요 없다는 건가. 이런 제도를 고치기 위해선 합심하여 매일 같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수급자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8000억 원 정도가 더 든다. 정부 예산이 357조 원인데 여기서 8000억 원만 더 쓰면 가난한 어르신들도 숨 쉬며 살 수 있는 것”이라며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만 고치면 된다. 관련 법안도 1월에 내놨다. 그러나 정부는 돈 없어서 못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비랑 기초연금을 받으면 ‘중복복지’라고 한다. 수급비를 못 받는 사람도 많은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한다.”라며 “그러나 이는 중복복지가 아니다. 기초생활수급비는 가난해서 주는 거고, 기초노령연금은 노인이니깐 주는 거다. 노인은 일반 사람들보다 더 큰 비용이 든다는 연구도 이미 많이 나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 수급비 못 받는 노인들은 기초법의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비를 못 받는 것”이라며 “가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기초연금이 시행되는 7월 전에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이 제대로 지급되도록 싸우자. 부양의무자 기준도 없애 이 때문에 수급비 못 받는 노인들이 없도록 하자.”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는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빈곤사회연대,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등의 공동주최로 열렸으며, 이들은 앞으로 관련 연대단체 및 사회복지사들과 연대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나가고 해결책을 촉구할 계획이다.

  은평구 녹번동의 김병국 씨(80세)는 “정부가 연금 20만 원 주겠다고 한 번 이야기하면 줘야지 이런 엉터리가 다 있나. 노인네를 어떻게 이렇게 대접할 수 있나.”라며 분노했다.

  이날 노인대회에는 200여 명의 어르신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덧붙이는 말

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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