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텍 8년 싸움, 정리해고 자유 열어준 대법원 ‘정치판결’

해고자 패소 선고...‘해고 부당’ 감정보고서 결국 뒤집어

대법원이 악기제조업체 (주)콜텍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며 8년째 싸움 중인 노동자에게 결국 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조희대·양창수 대법관)는 12일 오전 10시 (주)콜텍 대전공장에서 근무하다 정리해고 된 양모(51) 씨 등 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 상고를 기각했다.

전국금속노조와 법조계 등은 대법원이 콜텍 대전공장에서 벌어진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전문 회계사의 감정보고서를 뒤집었다며 ‘정치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판결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 할 수 없다는 해고 제한 법리가 ‘휴지조각’이 됐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콜텍콜트 기타노동자들은 무려 8년간의 투쟁과 법정공방 끝에 “어이없는 판결이 나왔다”며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출처: 미디어충청]

대규모 흑자 기록하다 노조 생기니 공장폐쇄, 대규모 해고
오락가락 재판부...‘콜텍 정리해고 부당’ 감정보고서 반영 안 해


콜텍 대전공장 노동자들이 2006년 노조를 만들자 회사는 생산물량을 중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했다. 회사는 동시에 2007년 7월 대전공장을 폐쇄하면서 노동자 전원을 해고했다.

당시 회사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66억 내지 117억(7년간 총 635억원, 평균 90.7억원)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계속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노조에 따르면 2006년 회사의 부채비율은 같은 해 동종업종 평균 부채비율 168.4%에 비해 30.48%로 턱없이 낮았다. 콜텍 회사의 자본은 대규모 축적돼 2001년 342억 원이었던 것이 2006년 625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회사의 정리해고는 정당성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없다며 2009년 11월 ‘부당 해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을 2년 이상 미루다가 심리 미진을 이유로 2012년 2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때문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반영해 법원인 지정한 회계사를 감정인으로 선임해 감정을 실시했다.

2013년 8월 감정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정리해고는 부당했다. 대전공장을 콜텍 회사와 구분되는 독립적인 사업부문 또는 조직으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콜텍의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통기타 사업의 수익성이 양호해 대전공장의 영업 손실 상황이 경영상의 긴박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 미디어충청]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1부가 올해 1월 10일 감성보고서의 내용의 뒤집어 회사의 정리해고가 정당했다고 판결하면서 ‘정리해고 판례를 후퇴시킨 자본에 굴복한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 이 판결에 불복해 해고자들이 상고한 사건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6월 12일 기각 선고하면서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새날법률사무소의 김차곤 변호사는 “오늘 대법원의 선고는 한 마디로 자본의 요구 전적으로 받아들인 자본에 굴복한 정치판결”이라며 “2천700일 넘게 부당 정리해고에 맞서 절규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법원이 짓밟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차곤 변호사는 이어 “대법원은 또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감정보고서를 뒤집었는데, 대전공장은 경영상의 긴박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며 “법원은 100년 전 확립한 해고 제한 법리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미래’ 경영상 위기? 자의적 해석이 기업의 해고 자유 열어줘
“자본과 권력 위한 자유·평등·정의...사회 정의 무너뜨려”


전국금속노조 콜텍·콜트지회 등은 12일 오전 11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판결로 노동탄압에 나선 대법원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안타까우면서도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대법원은 자유, 평등, 정의의 상징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오늘 판결로 자유와 평등, 정의는 노동자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의 착취를 위한 자유, 자본과 권력끼리의 평등, 자본과 권력을 위한 정의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한 “대법원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다가올 경영상의 위기를 이유로 기업이 노동자를 정리해고 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줬다”며 “법원의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근로기준법을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이 이윤 추구를 위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길을 법원이 정당화시켰다”며 “이 판결은 대한민국을 정리해고로 몰아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그라면서 “법원의 이번 판결을 용납할 수 없다”며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계속 투쟁할 것이다. 박영호 사장, 콜텍콜트 자본에 맞서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대법원 선고 이후 기자회견 내내 이인근 콜텍지회장의 표정이 어둡다. [출처: 미디어충청]

기륭전자지회 김소연 조합원은 “고개 숙이며 대법원을 나오는 콜텍콜트 노동자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말문을 열며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기업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길을 대법원이 열어줬다”고 말했다.

김소연 조합원은 “오늘 대법원은 노동자들의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라고 결정했다”며 “이제 우리는 노예로 사는 것을 거부하고 사람으로 존중받으며 살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관들을 비판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쌍용차지부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오늘 콜텍 사건을 선고한 주심 고영한 대법관은 2009년 쌍용차 회계조작으로 부당하게 대규모 정리해고가 강행된 사건에 대해서도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며 “쌍용차 사태 청문회에서 고영한 대법관이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더니, 오늘 또 노동자들의 절규를 내팽개쳤다”고 꼬집었다.

콜트콜텍기타노동자와함께하는공동행동 김랑희 활동가는 “법원은 약자인 노동자들이 나락 떨어지는 것을 보호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 정의이다”면서 “하지만 법원은 사회정의와 상식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콜트콜텍공동행동 등은 인천 콜트공장 농성, 매주 목요일 콜텍 본사 앞 집회, 매월 마지막 주 수요문화제, 매월 격주 유랑문화제 등 투쟁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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