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30조 삼성전자, 서비스노동자 최저임금 110% 요구에 "안 된다"

“삼성, 중개인 내세워 교섭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무책임”

올해 1분기만 8조5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의 낙수효과는 없는 듯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110%나 기본급 120만원, 낮은 수준의 건당 수수료(성과급)를 책정해 최종안으로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교섭을 위임받은 경총과 삼성 측은 거부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과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실무교섭에서 각각 16일 오후, 17일 오후에 마지노선 교섭안을 냈다. 노조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노숙농성장에서 조합원들에게 노사 양측 제시안을 공개했다. 지회는 한 달 째 이곳에서 전면파업 중이다.

회사는 지난 12일 문서로 사측 제시안을 낸 바 있다. 노조활동, 고용안정 등과 관련해 △근로시간 면제한도 9천 시간 제공 △노조 정기총회 년1회 4시간과 정기대의원대회 년1회 4시간 유급 보장 △노조사무실 마련을 위한 초기비용 5천만 원 지원 △폐업센터 노조원에 대해 타결일로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신설업체 사장을 선정하고 고용승계 등이다.

임금에 대해선 기본급 120만원과 한 달에 일정한 서비스 건수를 채워야 지급하는 성과급을 제시했다. 회사는 성과급 기준으로 월 70건, 건당 수수료는 평균 3만원(상하편차 인정)으로 한다고 교섭안을 냈다.

하지만 회사는 15, 16일 연이어 주요하게 임금 부분에서 12일 제시안보다 후퇴한 교섭안을 냈다. 70건 이상의 건당 수수료 1건당 3만원 씩 지급하는 것에 대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수정안을 낸 것이다. 특히 노조가 건당 수수료 1건에 대해 평균 2만5천원~3만원 사이로 낮춰 17일 오후 교섭안을 제시해도 회사가 진전된 안을 내지 않아 교섭은 난항에 빠졌다.

노조가 1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임금 관련 회사 제시안은 2개이다. 기본급은 120만원으로 동일한 데, 성과급에서 차이가 난다. 1안은 성과급 1건당 3만원 적용이 아니라 ‘성과테이블을 적용하고 1년 후 성과테이블의 미비·보완할 점은 개선’한다는 것이다. 2안은 성과급은 각 협력사별로 기존의 방식대로 계산해 지급한다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임금개편안은 노사간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한 후 1년 뒤 실시를 검토한다는 것이 추가됐다.

[출처: 미디어충청]

반면 노조는 이 같은 회사 안이 서비스 기사들의 기존 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안이라고 판단해 지회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거쳐 2개의 안을 제시했다. 1안은 기본급 120만원에 월 70건이 넘을 경우 ‘건당 수수료(통신비, 유류비 제외)는 평균 2만5천원~3만원 사이로 한다’ 요지다. 2안은 기본급은 최저임금의 110%이며, ‘외근 사원의 성과급은 월 70건이 넘을 경우 기존 임금 산정 방식 적용’한다는 것이다. 단, 성과급에 대해 성수기(7, 8월) 이후 노사 동수 임금개선위원회를 9월에 개최해 다시 산정하고, 임금 산정시 실 로스(LOSS, 제품 미수리)건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노사 양측 안을 종합해보면, 노조는 임금과 관련해 딱히 높은 수준의 안을 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무노조 경영 원칙으로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삼성 측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노조의 임금안도 받지 않고 있다.

염호석 열사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도 노사 양측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적으로 노조는 사측 양산센터 책임자 징계를 요구하는 반면, 회사는 고인에 대한 애도·유감·재발방지 노력 의사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권영국 공동대표는 “회사가 제시한 임금안 수준이 낮다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고, 노조가 대단히 낮은 수준의 임금안을 제시했어도 삼성 측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삼성전자 제품을 팔기 위해 서비스가 결합된 구조인데, 영업이익 한 해 30조가 넘는 삼성전자가 지불능력을 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공동대표는 이어 “노조는 생활임금 보장도 아니고 최소한의 임금, 노동조건을 보장하라고 삼성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삼성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매우 부도덕하고 야비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사실상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등 삼성 측이 중개인을 내세워 교섭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며 “중개인이 아니라 삼성 측이 나서 결정해야 노사 분쟁 사태가 해결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마라”고 꼬집었다.

송경동 시인은 “수십조의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의 경제효과 라는 것이 삼성서비스, 그 밑에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착취 구조에서 허상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서비스 기사들에게 월 평균 급여 314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힌 삼성전자서비스는 여기에도 못 미치는 노조의 요구안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재 교섭 상태에 대해 스스로 해명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19일부터 조합원 분반토론으로 의견을 모아 삼성전자서비스지회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교섭 관련 노조 입장과 계획을 결정한다. 앞서 회사는 12일 사측 제시안을 문서로 냈고, 14일부터 노사 실무교섭이 재개됐다 17일 이후 중단된 상태다.

[출처: 미디어충청]

실무교섭을 주도한 조건준(금속노조 경기지부 교선부장) 노측 교섭위원은 18일 “노사 교섭이 현재까지 결렬된 것은 아니지만 내용적으로 진전이 없어 중단된 상태”라면서 “오늘 조합원들에게 전부 공개하고 토론을 거쳐 이후 노조가 노사 교섭을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욱동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삼성이 직접 노사 교섭은 하지 않지만 교섭안 공개에 따른 파장이 있다”며 “하지만 교섭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안 돼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공개한 노사 실무교섭 안에는 핵심 쟁점이 모두 들어갔다. 노조는 염호석 열사문제와 업체폐업 사태 해결을 우선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노조는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이 삼성전자 앞 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회사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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