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지회장 건강악화, 고공농성 중단 결정

28일, 농성 259일째 내려와...“노조파괴 책임자 처벌 투쟁 강화”

전국금속노조 이정훈 유성기업지회장이 건강악화로 농성을 중단한다. 이 지회장은 노조파괴 사업주 유시영 사장 구속 처벌을 촉구하며 지난 해 10월 13일 충북 옥천 나들목 인근 22미터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출처: 자료사진]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민주노총 등 충남북 노동계로 구성된 유성기업 투쟁대책위는 이정훈 지회장 고공농성 256일째인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장기화된 고공농성으로 이정훈 지회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6월 13일, 20일, 24일 세 차례에 걸쳐 의료진이 농성장에 올라갔다. 의료진들은 ‘근육이 감퇴해 근력이 떨어지고 허리 디스크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24일에는 탈수성 열탈진, 고혈압, 소화장애, 허리 디스크 악화 등이 겹쳤다는 진단을 내렸다. “현재 건강 상태로는 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소견이었다.

대책위는 “이 지회장의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약화돼 오는 28일 오전 11시에 고공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이 지회장이 조속히 건강을 회복하고 굳건한 모습으로 투쟁을 이끌 수 있도록 자리에 함께 해 달라”고 제안했다.

노조파괴 사업주 처벌 촉구 옥천철탑 고공농성 중단을 결단하며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은 보다 강화될 것입니다

2014년 6월25일,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고공농성 256일차인 오늘 우리는, 그 스스로 민주노조 사수 투쟁의 깃발이었던 유성기업지회 이정훈 지회장을 이곳 지상으로 소환하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8개월여 전인 지난 해 10월13일, 홍종인 지회장과 함께 철탑에 오른 이정훈 지회장의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된데 따른 것입니다.

언제나 철탑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경부고속도로를 바라보며 경적을 울려주는 동지들에게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던 지회장의 모습이, 반대편 경부선 철길을 지나는 기관차가 기적을 울려줄 때마다 양손을 들어 환호하던 지회장의 모습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된 야간 노동을 마치고 철탑을 사수하기 위해 달려온 조합원들에게, 쌍안경을 통해 일일이 고마운 얼굴들을 더듬어가며 큰 소리로 ‘누구누구야 밤새 별 일 없었어?’, ‘형 때문에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고 위로를 건네던 지회장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출처: 자료사진]

아마도 위태로운 철탑에 한 번의 가을이 지나고, 이리저리 미세하게 흔들릴 정도로 혹독한 한파가 철탑을 때리던 겨울이 그렇게 또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아 이제는 아련한 기억으로 큰 감동을 선사했던 3월15일 희망버스가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세월호의 참혹하고도 가슴 아픈 소식들이 들려오던 4,5월을 지나, 뜨거운 여름 볕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6월초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손을 가져다 대면 뜨거움에 놀라 순식간에 손을 뗄 정도로 철탑은 달궈졌고, 쉽게 식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달궈졌던 철탑이 식어가는 밤늦은 시각을 지나, 서늘한 새벽이 찾아올 때쯤이면, 8개월이 넘는 시간 25미터 그 차가운 철탑을 데우고 있는 것은 이정훈 동지 홀몸이었습니다.

‘내가 철탑인지? 철탑이 나인지? 나는 철탑이 체질인가봐!’라던 그였습니다.

6월 13일,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고, 큰소리로 불러 봐도 좀처럼 대답이 없는 상황이 반복됨에 따라, 지회는 긴급하게 의료진을 올려 보냈습니다.

의료진은 근육이 감퇴하여 근력이 떨어지고 허리 디스크가 악화되었다고 했습니다. 수면패턴이 깨지고, 소화기능 장애와 감기증상으로 무기력하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예전에는 이상이 없었던 혈압상승과 심리가 매우 불안한 상태라는 것이었습니다. 의료진은 운동요법을 알려주고, 몸의 불편한 곳에 약을 처방했습니다. 조합원들의 ‘괜찮겠느냐?’라는 질문에 의료진은 조심스레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습니다.

6월 20일,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다가, 겨우 연결된 통화. 지회장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아산지회 간부들의 구속 사태로 인해,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가 5일 남짓 되던 날이었습니다. ‘괜찮아요?’, ‘대체 어디가 안 좋은 거예요?’ 동지들이 물었지만, 기운 없이 ‘괜찮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지회는 다급하게 크레인을 불러 다시 철탑에 의료진을 올려 보냈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전문의를 섭외할 수 없어, 보건의료노조 조합원(간호사) 한분을 올려 보낼 수밖에 없었고 처방은 수액 공급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축 늘어진 지회장의 몸은 수액을 맞고 나서, 다소 되살아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6월 24일, 며칠 전엔 수액 공급 밖에 할 수 없었기에 전문의를 섭외해 지회장의 건강을 다시 살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지회장을 진료한 전문의는 ‘탈수성 열탈진’, ‘고혈압’, ‘소화장애’, ‘허리디스크악화’ 등이 겹쳐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건강상태로는 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며 진지하게 우릴 향해 충고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강조된 점은 ‘건강상의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때 급하게 손을 쓸 수 없는 고공농성의 환경이라는 것이 환자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듭된 의료진의 진단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숙고에 숙고를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공범으로써 노조파괴 공작의 한축을 맡고 있는 검찰이 자본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고공농성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이정훈 지회장이 살아서 땅을 밟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결단에 이르렀습니다.

자랑스럽게 펄럭이는 단결투쟁, 민주노조 사수의 깃발들,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자동차들이 흐르는 경부고속도로, 나머진 한편은 쉬지 않고 물이 흐르는 작은 하천, 그렇게 간절한 승리의 염원을 담은 수많은 깃발들은 마치 날개처럼 웅장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많은 동지들이 함께 그려서 걸어준 올빼미 걸개가 사수조 천막을 향해, 마치 돗처럼 멋지게 부풀어 올라 있습니다.

창조컨설팅이 기획하고, 청와대와 검찰, 현대-기아차 자본과 사악한 유성자본이 합작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너무도 명명백백 그 진상이 드러났지만, 우리의 투쟁은 개별단위사업장에서의 치열한 전투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고공철탑농성은 자본이 걸어온 전쟁에 맞서 노동자들이 전국적인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에 자극받은 전국의 노조파괴 사업장 노동자들은 수세에서 공세로 전략을 수정하고,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탐욕의 자본과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이 부른 크고 작은 참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세 속에서, 자본이 불러온 이 전쟁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정훈 동지를 땅으로 소환하기로 한 우리의 결단은 현장단위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투의 수위를 한층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결국은 이 전쟁을 전국으로, 전 사회로 확전시키는 새로운 설계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집요하고 중단 없는 현장 재조직 투쟁, 법원으로 넘겨진 재정신청 수용을 위한 압박 투쟁,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는 하나 노조파괴 공범들을 단죄하기 위한 ‘특별검사법’ 발의를 위한 정치사회적 연대투쟁, 썩어빠진 자본의 사법부가 아닌 우리 노동자와 민중이 노조파괴 책임자들에게 직접 그 죄를 묻는 ‘민중희망법정’.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보다 폭넓은 단결과 연대를 조직하며, 반드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와 같은 굳건한 결의를 밝히며, 6월 28일 오전 11시, 건강악화로 인해 땅으로 소환되는 이정훈 지회장이 조속히 건강을 회복하고 더욱 굳건한 모습으로 투쟁을 이끌 수 있도록, 그 자리에 함께 해주실 것을 제안 드립니다.

2014년 6월 25일
탐욕의 자본, 부패무능 정권 타도를 결의하며 유성기업 투쟁대책위원회 올림
(민주노총 충남본부, 민주노총 충북본부, 금속노조,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아산지회, 유성기업영동지회)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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