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불법 유인, 감금·폭행·강제주사...건보공단 지급액 노린 병원

홈리스행동 등, 요양병원 실태고발 및 진상조사 촉구

요양병원이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지급액을 타낼 목적으로 직접 차량을 동원, 서울역과 영등포역 일대 노숙인들을 불법 유인하여 입원시킨 후, 감금과 폭행 등 인권침해를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오전 홈리스 행동, 공익인권법재단-공갑,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6개 시민단체는 충정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에 있는 B요양 병원의 노숙인 상대 불법유인과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하고 보건복지부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지난 3월부터 B요양병원의 불법 유인 행위를 모니터링해온 이동연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B요양병원은 평일 중 거의 매일 서울역과 영등포역으로 차량을 보내 술과 담배 등을 뿌리고 편한 잠자리,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얻게 해주겠다는 말로 유인해 노숙인들을 입원시키고 있다”며 “입원 후에도 노숙인들을 치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아픈 사람으로 둔갑시켜 건강보험공단에 부당한 청구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할 경우)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요양병원은 환자 1인당 최소 100만원의 수입이 생기고, 식대와 행위별수가 등을 포함하면 150만원 가량 수익이 가능하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되는 80%를 챙기고, 나머지 20% 본인부담금은 납부유예 시키는 방식에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주일 전 B요양병원을 탈출했다는 M모 씨가 자신의 경험을 증언했다. 그는 “영등포에서 인천 소재 H요양병원에 입원했다 탈출해 다시 B요양병원에 들어가게 되었다”며 “입원 중 감금을 세 번 당했다. (퇴원을 요구하자) 교도소도 아닌데 팔, 다리를 다 묶어서 (일명)코끼리 마취제를 맞았다. 정신을 잃고 사흘 동안 굶으며 영양제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탈출한 후에 요양병원부터 서울까지 하루 반나절을 걸어 왔다. 다시 (B요양병원에) 들어가라면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 정말 억울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밝히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최근 B요양병원 실사를 다녀왔다는 이동연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노숙인들 대다수가 건강보험급 체납자이지만, 한 달만 다시 납부하면 자격이 살아나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의 부담금을 챙기는 것이 가능하다”며 “심지어 기초생활수급대상을 대신 신청해 그 지급액을 챙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B요양병원의 실소유주가 H병원과 동일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개원한 B요양병원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토지와 건물 소유주가 H요양병원의 병원장으로 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B요양병원 개원 후 H요양병원에서 근무하던 직원들과 환자들이 B요양병원으로 옮겨 온 정황도 파악했다고 말했다.

H요양병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나섰던 M모씨가 지난 1월, 불법 유인되어 두 달여간 입원했던 곳이고, 경기도 B요양병원은 H요양병원에서 탈출 후 다시 3월, 같은 유인 방식으로 입원해 일주일 전 탈출한 곳이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공감 변호사는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행위로 형사 처벌 대상이며, 허위로 입원시키고 진료행위 없이 국가나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 비용을 청구하는 것도 국민건강보험법 상 행정재제 처분 사항은 물론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전국에 요양병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노숙인들을 유인해 병실을 채우고,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재원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희 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 사무국장 역시 “국민건강보험은 필요한 국민들이 골고루 나눠 써야 할 공적 자금인데도 불구하고, 요양병원들이 부당하게 환자를 유인, 알선해 부당하게 급여를 청구해 챙기고 있다”며 “전국 요양병원 1250여개 가운데 공공요양병원은 단지 40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정부 직영이 아니라 민간위탁형태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민간에 위탁해 돈벌이로 전락한 결과가 이 같은 불법 유인, 입원행태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B요양병원을 철저히 조사하고, 법률에 응당한 처분을 받도록 할 것”을 촉구하며 “노숙인을 유인하는 요양병원의 문제는 결국 열악한 홈리스 복지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정부 스스로가 노숙인 복지와 의료지원 체계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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