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삼성전기 노동자, 또 백혈병 사망

근로복지공단 늑장에 산재인정 못 받은채 눈 감아

삼성에서 일하던 20대의 젊은 노동자가 또 다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고인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함께 올 초 산재신청에 나섰지만, 끝내 산재인정 소식을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삼성전기에서 일하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얻게 된 장 모 씨(27)가 지난 24일 사망했다. 현재까지 장 씨를 포함해 삼성전기에서만 벌써 8명의 노동자가 백혈병, 난소암 등으로 사망했다.

고인은 지난 2005년 10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입사해 약 1년 6개월간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공정에서 일해 왔다. 2007년 5월에는 군입대를 위해 퇴사했다. 이후 지난 2012년 25세의 나이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으며, 2년간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치료를 받으며 투병해 왔다.

장 씨가 투병 중이던 지난 2013년 12월, 고인의 누나가 반올림에 사건을 제보하면서 본격적인 산재신청 절차가 이뤄졌다. 당시 고인의 누나는 반올림에 “동생이 FCB제조 BUMP반에서 근무를 했다. 회로기판 만든 것을 옮기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면 그 곳 사람들이 우주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 곳만 올라가면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며 “동생은 무방비 상태로 그 작업을 1년 반을 했다”고 제보했다.

고인을 진료한 서울대병원 주치의 또한 진료 소견서를 통해 “벤젠 등 유기용매를 다루는 공정이 있는 건물에서 근무한 점, 작업 중 벤젠 사용시설에 정기적으로 출입하는 등 노출가능성이 있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상기 환자는 유기용제 등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 근무했던 것으로 상기질병의 발병은 작업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반올림은 지난 1월 27일, 장 씨를 비롯한 세 명의 노동자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현재까지도 재해조사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장 씨는 결국 산재인정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사망하게 됐다.

반올림은 “산재신청을 준비하며 알게 된 고인의 근무환경은 문제가 많았다. 삼성전기 근무 당시 고인은 주야 12시간 맞교대를 하며 에폭시 수지와 납 등 유해물질에 노출됐다”며 “또한 면장갑이나 비닐장갑, 종이 마스크를 착용하였을 뿐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보호구는 지급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반드시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유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까지 반올림에 제보 된 삼성전기 직업병 노동자는 총 10명이다. 이들 모두 삼성전기 부산, 조치원, 수원사업장 등에서 일하다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피부암, 난소암 등의 희귀병을 얻었으며, 이들 중 8명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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