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당사자도 답답함 토로했던 삼성 비공개 교섭

[삼성서비스 취재 후기(1)] ‘블라인드 교섭’ 기사의 출발

삼성전자서비스 실무교섭은 6월 29일 임금단체협약(기준협약) 체결 조인식이 진행되기까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쟁점으로 어떻게 교섭이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비공개 교섭이었고 깜깜이 실무교섭만으로 마무리됐다.

전국금속노조와 삼성 사측 각각 1명씩만 참여했다는 이 실무교섭은 지난 5월 23일 삼성 사측이 요청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깜깜이 실무교섭 분위기는 노조 측 열사대책위 대변인이 6월 13일 ‘블라인드 교섭’이라고 밝히면서 노사 비공개 교섭이 진행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금속노조는 교섭권이 노조 위원장에게 집중된 규약을 가지고 있지만 원칙과 관례상 조합원이 교섭의 주체가 되는 집단교섭, 공개교섭을 해왔다. 금속노조가 삼성과 블라인드 교섭을 한다는 사실은 작은 인터넷 언론 기자에게도 ‘논쟁지점’일 뿐만 아니라 알권리이기에 미디어충청은 보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교섭원칙이 바뀐 건지, 교섭 상대가 삼성이기 때문인지, 비공개 교섭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상황이 있는지, 어떤 내용이 오고가기에 블라인드 교섭이라 부르는 건지 등 교섭 관련 취재는 번번이 가로막혔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들은 비공개 교섭과 관련해 쉬쉬하며 말을 아끼거나 ‘모른다’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금속노조 위원장조차 교섭내용과 과정을 세세히 모른다고 답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교섭 당사자와 지회 관계자도 비공개 교섭은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홍명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선위원은 12일, 16일 연이어 “비공개 교섭은 문제”라고 취재과정 중 말한 바 있다. 직접 사측과 교섭을 한 조건준 금속노조 실무교섭위원(금속노조 경기지부 교선부장)도 6월 13일 오전 11시경 “회사의 교섭안을 밝히지 않고 비공개 교섭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가 회사에게 이런 교섭은 처음 해 본다고 말했다”며 “회사 교섭 제시안을 드러내고, 교섭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회사 측에 던진 상황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또한 한 시간 뒤인 13일 오후 12시 금속노조 산하 지회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비공개 실무교섭을 재개하기로 최종 확정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실무교섭을 재개하기로 공식적으로 결정한 노조는 회사 교섭제시안을 포함해 교섭 재개와 입장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낸다고 했다. 미디어충청은 보도자료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실무교섭 과정을 보도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보도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취재를 계속 하는 와중에도 금속노조로부터 기사 보도시점 등에 대한 요청은 없었다.

미디어충청은 하루가 지난 14일 오후에야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실무교섭 재개(아래 관련기사 참조)’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어 이틀 뒤인 15일에는 노조가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공개하지 않은 회사 교섭제시안을 미디어충청은 보도한 바 있다.

삼성서비스 교섭 취재과정에서 금속노조 관계자들은 비공개 교섭에 대해 익명으로조차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노조는 왜 비공개 교섭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으로 언론 대응을 하거나 기사에 대한 엠바고 요청을 하지 않았다. 미디어충청은 이런 분위기에서 익명으로나마 자신의 의견을 말했던 내용을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실무교섭 재개’ 라는 기사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및 일부 노동운동 관계자들은 이 기사를 두고 미디어충청에 대해 비판하고 비난했고, 그 정도는 선을 넘기도 했다. 미디어충청은 기사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근거 없는 비방까지 언론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또한 폭력에 가까운 취재방해, 기자를 상대로 한 비아냥거림까지 난무했던 마녀사냥식 상황이 연출된 것은 이후 언론과 금속노조, 노조운동진영 사이 관계설정에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본다. 미디어충청은 블라인드 교섭 관련 기사 작성 이후 드러난 확인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취재후기를 게재한다. 노조운동진영과 언론의 관계 설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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