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태국 한국대사, 군부에 용비어천가...“쿠데타 후 상황 진전”

한국 인권·평화단체, 전재만 주 태국 대사 군부쿠데타 지지발언 규탄

태국에서 쿠데타로 정국을 장악한 군부의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재만 주 태국 대사가 쿠데타를 지지한 발언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낮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국제민주연대, 공익법센터 어필 7개 인권/평화단체들은 태국 쿠데타지지 발언을 한 전재만 주 태국 대사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재만 대사는 2012년 9월 부임했으며 국정원 제1차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단체들은 쿠데타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태국 민중들에 대한 전 대사의 사과를 포함해, 한국 정부의 전 대사 소환 그리고 태국 군부 정권과의 경제협력 중단을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6일 전재만 주 태국 대사가 쿠데타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태국의 영자 일간지 <더 네이션(The Nation)>이 보도하며 알려지기 시작됐다. <더 네이션>은 25일 전 대사가 “태국의 정치적 혼란이 특히나 경제, 투자, 관광 협력의 측면에서 두 나라 간의 연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군부의 정권 장악 후 ‘사람들에게 행복을 돌려주기’ 위한 과업을 시작한 이래로, 상황이 무척 나아졌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은 또, 전 대사가 “한국 정부가 투자자 및 관광객 재유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군부참모총장 발언을 인용해 덧붙였다.

전 대사가 이 같이 발언한 상대는 태국 공군참모총장이자 국가평화질서위원회 부위원장인 프라진 준통이다. 현재 태국 경제 관련 문제를 감독하고 있는 그는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핵심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태국은 군부 쿠데타에 의한 계엄령으로 인해, 반정부 인사 구속, 언론에 대한 통제/감시, 집회/시위/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다. 심지어 영화 <헝거 게임>에 나오는 ‘세 손가락 인사’ 포즈를 취하거나, 작가 조지 오웰이 전체주의를 비판한 소설인 <1984>를 공공장소에서 읽기만 해도 체포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인권침해 상황은 방콕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언론과 국제사회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고 전해진다. 현재까지 5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군부에 의해 소환됐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군부의 소환과 군사법정에 의핸 재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단체들은 전한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와 정부들은 태국 군부 쿠데타를 반대하는 행동을 펴왔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유엔은 태국내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 논평을 냈다. 미국은 각종 경제 원조를 유보하고 군사협력 중단을 검토 중이며 유럽연합은 태국과 유럽연합 간 모든 공식방문을 중단하고 논의해왔던 협력협정 체결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호주도 태국인사의 방문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외교부도 지난 5월 22일 “태국 내 헌법 중단 사태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태국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민주적 정부가 조속히 출범되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해당국 한국 대사는 정부의 입장을 뒤집고 쿠데타정권의 주역을 만나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했고, 쿠데타까지 옹호한 발언을 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인권/평화단체들은 이 같은 외교 당국자의 처신은 개인 자질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올해 초 캄보디아 노동 쟁의에 대한 유혈진압 사태 당시에도 현지 한국대사관은 캄보디아 당국에 과도한 진압 요청을 했고 최근에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는 것이 알려진 바 있다.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태국 쿠데타정권의 참혹한 인권 탄압에 대해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외교 당국자가 오히려 쿠데타를 옹호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은 민주주의 투쟁으로 군사정권을 극복한 나라라고 칭송을 받는데 정부 고위직은 군부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윤진 씨는 “돈의 논리로만 외교를 한다는 전형적인 증거”라며 “세계 10위 경제대국이자 유엔 사무총장 등을 배출한 국가로서 천박한 힘의 경제적 논리가 아닌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초한 외교를 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이후 이날 행사와 취지를 영문 번역해 아시아 등 국제사회에 알려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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