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열사 영정’안고 강남으로 상경한 버스 노동자들

신성여객지회 노사 ‘진기승 열사 대책’ 교섭 중단, 노조 ‘끝장 투쟁’ 돌입

강남 주택가에서 상경투쟁을 시작한 첫 날 밤부터 장대비가 쏟아졌다. 진기승 열사가 사망한 지 30일 째 되는 날 밤이었다. 농성 둘째 날 아침, 차 안에서 밤을 지새운 버스노동자들이 젖은 땅을 밟으며 다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피켓에는 진기승 열사의 영정사진과, “진기승 열사의 죽음, 신성여객 회장 아들 이00 사장이 책임져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신성여객지회 노동자들이 2일, 무기한 서울 상경투쟁에 돌입했다. 진기승 열사 대책과 관련한 노사교섭이 사실상 중단된 까닭이다. 거점은 신성여객 회장의 아들이자 신성여객 최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이 전 사장의 서초동 자택과, 그가 운영하고 있는 양재동 사업체 앞이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강남 농성장에서 43일간의 열사투쟁을 마무리 지은 직후, 강남 서초동 일대에서는 또 다른 열사투쟁이 시작됐다.


또 한 번 ‘열사 영정’안고 강남으로 상경한 버스 노동자들

신성여객지회 노동자들은 신성여객 사측과 호남지역의 집권여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상대로 30일 넘는 열사 투쟁을 벌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승수 전주시장이 문제해결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송하진 전 전주시장 역시 버스파업 당시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전세버스를 투입시켜 쟁의를 무력화한 전례가 있어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불신이 크다.

서초동 이 전 사장의 자택 앞에서 만난 신성여객지회 이기형 대의원은 “전주시가 회사에 막대한 세금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회사는 88억 원의 자본 잠식 상태”라며 “시에서 사업권 회수가 가능하지만 시는 어떤 압박도 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기형 대의원은 진기승 열사와 같이 해고자 생활을 하다 지난 2월 복직했다. 서로 형제처럼 의지했던 사이였다. 이 대의원은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모두 부당해고로 판정이 나 복직을 했지만, 진기승 열사는 중노위에서 패소했다. 패소 이유는 황당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사건의 중요한 판단 근거였던 부속합의서 내용을 누락하면서 발생한 ‘오판’이었다. 결국 서울행정법원은 이 부속합의서를 근거로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행정법원의 판결이 있었던 5월 1일은 이미 진기승 열사가 중태에 빠진 뒤였다.


회사 측에서는 진기승 열사에게 노조를 탈퇴하고, 한 모 회장에게 무릎을 꿇으면 복직을 시켜주겠다고 회유했다. 이기형 대의원은 “사측에서는 진기승 열사와 그의 아내가 같이 한 회장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빌라고 했다. 하지만 진기승 동지가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 아내는 놔두고 혼자 가서 무릎을 꿇었다”며 “아내도 그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3월 2일과 3월 18일 두 번에 걸쳐 무릎을 꿇으러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뒤로 관리자와 한 모 회장 등은 복직을 미루며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이것이 진기승 열사가 사망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최동식 조합원은 “30일 넘게 냉동고에 있는 진기승 동지의 시신을 생각하면 투쟁이 힘든지도 모르겠다. 빨리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였다. 신성여객지회 조합원들은 진기승 열사가 자결을 시도한 직후인 5월 초부터 승무거부 투쟁에 돌입했고, 2달 째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금도 한 푼 받지 못한 채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동식 조합원은 “진기승 동지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주고 간 선물은 민주노조를 지키라는 것”이라며 “열사 투쟁이 승리하면 중간관리자들의 민주노조 와해 시도를 막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성여객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국민노총 소속의 3개 노조가 존재한다. 한국노총이 110여 명으로 과반수 노조를 차지하고 있으며,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90여 명이다. 최 조합원은 “중간관리자들 때문에 민주노조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측은 그동안 편한 노선이나 새 차량은 한국노총 조합원 중심으로 배치하고, 근무일수에도 차별을 하는 등 편파적으로 노조를 관리해 왔다”고 강조했다.

‘진기승 열사 대책’ 교섭 중단, 노조 ‘끝장 투쟁’ 돌입

그동안 전주시와 노동부, 회사와 노조는 진기승 열사 대책 관련한 교섭을 진행해 왔다. 노조가 열사 대책 요구로 내 건 것은 △회사의 공식 사과 △유족 보상 △사측관리자 3명 파면 △민형사상 불이익 면책 △진기승 열사 명예회복 등이다.

하지만 지난 1일 교섭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교섭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현재 노사는 관리자 파면과 민형사상 소송 문제, 유족 보상 문제 등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회사 측은 진기승 열사에게 무릎을 꿇라고 강요한 김 모 씨를 비롯해 관계자 3명의 파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열사 명예회복과 관련해 노조는 행정소송 항소 취하와 열사에 대한 복직 명령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조차 관철되지 않고 있다.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노조는 끝장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신성여객지회 조합원들은 2일부터 조를 편성해 무기한 서울 상경 투쟁을 결의했고, 노조 지도부는 단식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3일 오전 10시 30분, 민주노총 전북 본부 등은 전주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끝장 투쟁을 선포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연맹]

기자회견 이후에는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장과 김종인 공공운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 남상훈 전북버스지부장이 전주시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전북버스지부도 지난달 30일, 파업찬반투표를 진행하고 파업을 결의했다. 3일 전북버스지부에 대한 조정절차가 완료되면서 이들은 4일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전국대책위 역시 ‘희망버스’를 조직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면담 등을 성사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연맹이 끝장투쟁에 나서겠다”며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연한 권리를 사수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진기승 열사의 명예회복과 전주시내버스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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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ㅈㅅㅇ광주민주추진위 연대기금,,,,,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