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2시 이전 야간시위 무죄 판결

“야간시위 금지는 일부 위헌”... 유사 사건도 무죄처리될 듯

대법원이 야간시위 개최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하급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번 판결로 야간 집회 참가로 기소된 이들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 형사 3부(주심 대법관 김신)는 10일 야간시위를 금지·처벌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제10조와 제23조 제3호가 일부위헌이라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피고인인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은 2009년 9월 23일 19시 15분부터 21시경까지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대구 시내 일대를 행진하는 ‘해가 진 후 시위’를 주최한 혐의로 기소됐고, 대구지방법원은 이에 벌금 7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일부 위헌의 취지라고 보아야 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서 정한 위헌결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지난 3월 집시법 제10조를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 시위에 적용하는 한 위헌”이라 결정한 헌재의 한정위헌(한정위헌 6명, 전부위헌 3명) 결정은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특정 법률에 대한 위헌성심사의 결과로 한정위헌이 결정되면, 해당 법률조항이 특정한 영역에서 적용되거나 특정한 내용으로 해석되는 경우 위헌이 된다. 대법원은 한정위헌 형식의 결정이 가능한지에 대해 헌재와 견해를 달리했으며, 이 때문에 재판부는 한정위헌이 아닌 일부위헌(법률 일부가 위헌)이라 판시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위 각 집시법 조항(제10조, 제23조)의 ‘시위’에 관한 부분 중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 부분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므로 위 부분 법조를 적용하여 기소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고 못 박았다.

인권운동연대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이후 대법원에서 야간시위에 대한 혐의에 파기환송을 한 첫 판결이다”고 환영하며, “그러나 여전히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은 침해받고 있다. 국회에서는 특정시간대나 특정장소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개정안 발의를 시도했으며 경찰도 소음 규제 등 강경한 대응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인권운동연대는 “집회의 자유도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자기 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는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지도록 집회시위에 대해 시간적 공간적 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은 “집회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국가가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사건과 같이 야간 시위 및 옥외집회 금지·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을 쟁점으로 심리 중인 사건이 15건 정도 있는 것으로, 하급심에서는 관련 사건이 수백 건 이상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해당 사건의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을 것으로 보이며, 이미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도 재심을 청구하면 구제 받을 수 있게 됐다.
덧붙이는 말

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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