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해고된 일용직 건설노동자 상대로 1억 손배 청구

해고 철회 요구하며 20일간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삼성은 1억 손배

삼성물산이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인 일용직 건설노동자 2명을 상대로 1억 1백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지만, 삼성물산 측은 법적 대응을 중단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부천 중동 삼성래미안 현장에서 일하던 건설노동자 한 모 씨와 지 모 씨는 지난 3월 4일부터 24일까지 20일간 5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Y건설업체가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해 21명의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를 당한 탓이다.

노동자들은 Y업체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이 같은 경우 관례적으로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일을 하게 된다. 김태범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장은 “노조는 회사의 도급 강요를 거부하고 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교섭을 해태하다가 2월 말까지 회사 사정으로 교섭에 나오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이후 갑자기 2월 28일 노동조합 조합원 21명 전원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장 팀장과 반장이었던 한 씨와 지 씨가 3월 4일부터 공사 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20일간의 고공농성 끝에 노조와 Y업체가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해고자 21명에 대한 복직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합의서 작성 5일 뒤에 원청사인 삼성물산이 1억 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돌입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1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건설일용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가 할 짓이냐”며 “삼성물산은 즉각 손해배상 청구를 그만둬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업체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현장소장은 ‘노동자를 상대로 삼성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적이 없다’고 담당 경찰에게 전달했고, 노동자들도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이 설마 건설일용노동자에게 손배청구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결국 합의를 했다”며 “그러나 합의 5일 뒤 삼성물산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고 비판했다.

해고 후 복직도 이루지 못한 한 씨와 지 씨도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삼성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줄 몰랐다”며 “소장을 보고 막막해졌다”고 설명했다. 소장에는 “피고 한00, 지00는 각자 원고에게 금 100,000,100원 및 이에 대한 이소장 부본 송달일부터 변제일까지 연20%의 이율에 따른 금원을 지급하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김태범 지부장은 “우리가 교섭에서 요구한 것은 회사의 도급 강요 거부와 일당 15만원을 16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부자인 삼성은 일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몰염치한 행위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낯부끄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홍보팀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으로 한 달 정도 공사에 지장을 받아 손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소송 취하 여부와 관련해서도 “법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합의 후 삼성물산 현장소장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확인해 봤지만 (현장소장이) 그렇게 말한 적도 없고, 권한도 없다. 회사차원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삼성물산이 사회적 취약계층의 생계까지 파탄시키는 손해배상 청구를 지속할 경우, 오는 7월 22일 건설노동자 총파업 투쟁에서 전국의 건설노동자들과 함께 삼성물산을 규탄할 것”이라며 “또한 건설일용직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삼성물산의 행태를 제시민, 사회단체와 국민에게 알려내는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며, 해외 국제노동단체와 연계해 삼성물산과 삼성 규탄 동시다발 캠페인을 제안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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