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곁 지키겠다”... 문정현 신부 등 농성 시작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까지 계속

  문정현 신부는 유가족 단식 농성 4일째인 17일,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며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문 신부는 24일까지 광화문광장에 머무를 예정이다. 현재는 소식을 들은 평신도와 수도자, 사제들도 방문해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유가족 15명이 여의도 국회 앞과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시작한 지 5일째. 18일부터 각계 인사 13명이 동조 단식에 들어간 가운데, 단식 농성 중인 가족들과 함께하는 천주교 농성단도 이틀째 광화문 단식 천막 앞에 자리를 잡고 있다.

천주교 동조 농성단은 17일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온 문정현 신부가 유족들 곁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서 시작됐다. 강정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소식을 듣고 견딜 수 없어서 서울로 왔다는 문 신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조심스러워서 수없이 물어봤지만,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옆에 있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강정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팽목항에도 한 번 가보지 못하고 매일 미사와 기도를 할 뿐이었습니다. 사건 이후 연일 쏟아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 ‘잊지 않겠다, 행동하겠다’는 다짐을 보며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이제 100일을 앞둔 오늘까지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책임자들 또한 그대로입니다.

기다림에 지친 유가족들이 농성과 단식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희망은 어느새 절망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계속 이대로 강정만 지키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저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해 봤습니다. 더 이상 기도만 하며 마음으로만 기억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비록 유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뿐이라고 해도 그들의 고통에 함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문정현 신부)

문 신부는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맞는 24일까지 광화문 농성장을 지킬 계획이라면서 보다 많은 이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세월호 특별법은 ‘수사권 부여’가 최대 쟁점이 되면서 합의가 결렬돼 7월 임시국회 회기로 넘어가게 된 상황이다. 가족 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기 전에 제대로 된 특별법에 여야가 합의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문 신부는 “유가족들의 단식은 그야말로 절규”라고 안타까워하면서,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은 진실의 규명, 불의에 대한 심판뿐이다. 진실을 찾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 반드시 특별법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조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한 시민은 “가족들이 곡기마저 끊는 참담한 상황에서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이 단 한 시간만이라도 함께 앉아 주었으면 좋겠다”며 유가족들의 농성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동조 농성은 24일까지 진행되며,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진다.(기사제휴=카톨릭뉴스 지금여기)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유가족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단식은 유가족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17일 광화문광장에서는 두 명의 유가족이 실신해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대통령님, 힘없는 아빠 쓰러져 죽거든 사랑하는 유민이 곁에 묻어 주세요.” 한 아버지의 메시지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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