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삼성 백혈병 사망, ‘보상’ 문제조차 해결 안돼

삼성, ‘재발방지대책’ 마련 의지도 없나...삼성-백혈병 교섭 난항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사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반올림의 5차 교섭 이틀 뒤인 지난 1일,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을 하던 이범우(47) 씨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이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은 이미 다수의 노동자들이 직업병을 얻어 사망하거나 투병하고 있는 현장으로, 고 이범우 씨는 23년간 이 곳에서 근무했다.

[출처: 반올림]

앞서 지난 2010년 3월,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고 박지연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바 있다. 2012년 5월에 뇌종양으로 사망한 고 이윤정 씨와, 같은 해 난소암으로 사망한 고 이은주 씨 등도 온양공장에서 일을 해왔다.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악성림프종, 재생불량성 빈혈을 얻어 현재까지 투병중인 노동자들도 다수 존재한다.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양공장에서 사용하는 에폭시 수지류의 화학물질 부산물이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범우 씨는 온양공장에서 주로 설비 유지, 보수 업무를 담당해 왔다. 고 이범우 씨의 유족들은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말 삼성전기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장 모 씨를 비롯해, 1일 사망한 이범우 씨 등 피해자들이 잇따라 사망하고 있지만 재발방지 대책이나 보상 등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삼성과 반올림은 지난달 30일, 5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재발방지 대책, 보상, 사과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충돌했다.

보상 부분과 관련해, 삼성은 현재 교섭에 참가하고 있는 8명의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부터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약 200명의 직업병 피해자 및 사망자, 또는 향후 발생되는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반올림은 산재 신청자 전원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올림 상임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은 8명에 대해 우선적으로 보상하고, 이후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선별적으로 확대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선 보상이 이뤄진 후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 제대로 논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또한 병명을 따져 선별적으로 보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보상의 대상이 협소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삼성전자 계열사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은 제보자만 190여 명에 달하며, 그 중 70여 명이 사망했다. 제보되지 않은 피해자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반올림은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에 대한 종합 진단 △화학물질 취급현황 등 모든 정보 공개 △안전관리 관련 상시, 주기적 외부 감독 실시 △노조 설립 및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 측은 ‘종합진단’ 이외의 요구는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반올림은 “삼성전자는 반올림과 직업병 대책 마련을 위한 교섭을 벌이는 중에도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삼성은 고 이범우 님의 죽음 앞에 백배 사죄사고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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