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이 앞장서 우리를 끌어냅니다...삼평리를 도와주십시오”

인권단체, 청도 송전탑 공사 과정 경찰, 한전 인권침해 문제 꼬집어

업무방해 혐의 연행자 21명, 공사차량에 막혀 구급차 도착 지연, 70대 주민 실신해 병원 후송, 조용한 시골마을에 설치된 CCTV, 체포조와 채증조를 꾸린 한전...지난달 21일 한전의 기습적인 공사 강행 이후 18일째 충돌과 대치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주민 이억조(75)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주권과 권리를 다 뺏겼습니다. 경찰서장님이 앞장서서 힘없는 할매들과 싸움을 합니다. 우리를 도와주는 이들은 물러나라고 그러고... 나날이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안 살고 싶습니다. 119가 와도 병원에 가기 어렵고...우리의 소원은 지중화입니다. 헬기가 하도 다녀서 한전과 싸우는데 우리가 힘이 있습니까. 손을 비틀고 끌어내고 밀어내고, 경찰서장님이 앞장섭니다. 이런 세상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찌해야 삼평리 송전탑 공사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삼평리 공사는 불법입니다. 대구시민들 도와주십시오...”

  주민 이억조 씨

지난 일을 떠올리는 것이 힘겨웠던지 이억조 씨는 말을 끝내고서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이 감당하기에 공기업 한국전력과 경찰은 너무나 강한 존재였다.

인권실천시민행동, 인권운동연대 등으로 구성된 ‘청도삼평리345kv송전탑인권침해조사단’은 8월 7일 오전 경북도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평리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먼저 인권침해조사단은 21일 기습적으로 강행된 공사 재개 문제를 지적했다. 한전 직원 140여 명, 경찰 500여 명이 투입됐고, 마을 주민들은 맨발로 뛰쳐나와 공사 중단을 요구했지만, 대화는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 직원들이 주민을 물리력으로 저지했다.

  제공=청도송전탑인권침해조사단

이어 경찰에게 체포와 채증을 지시하는 한전 직원, 공사현장 CCTV 설치로 인한 위축감 조성, 헬기 자재운반의 위험성, 상시 채증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김명복 한전 대경개발지사 차장은 “오히려 한전 직원들이 현장에 들어갈 때 외부단체나 주민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막아서 직원들이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반박했고, 채증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물리적 충돌이 예상될 때만 촬영을 하고 있다. 오히려 반대 측이 우리 직원을 불법채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반박했다.

인권침해조사단은 업무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미란다원칙 고지도 없었고, 수갑을 채우는 등 경찰의 인권침해 문제도 지적했다.

  제공=청도송전탑인권침해조사단

김승무 인권실천시민행동 대표는 “70년을 살아온 그 땅에서 살고 싶다는 할머니들의 소박한 마음을 무시하고 범죄자로 몰고, 폭력적인 연행은 너무나 슬프면서도 웃긴 상황”이라며 “경찰이 무엇을 위한 경찰인지, 국가가 무엇을 위한 국가인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백창욱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대표는 “한전은 주민과 합의를 했다며 공사의 정당성을 밝혔지만, 합의서가 있다 없다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또, 경찰은 일방적으로 이를 비호해주고 있다”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목소리밖에 없는데, 공사 중단을 요구하면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은 선동한다며 우리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한다. 철저하게 우리만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 삼평리를 도와 달라”고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인권침해조사단은 주민과 갈등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한전이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또, 경찰에 대해서는 공권력 남용 중단을 요구하며 이를 지휘한 이현희 서장의 책임 사퇴를 촉구했다. 인권침해조사단은 인권침해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 및 국가인권위 진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오전에도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는 2명의 추가적인 연행자가 발생했다. 레미콘 타설 차량이 들어서자 주민과 시민단체는 이를 막았고, 경찰은 주민 1명과 연대자 1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해 연행했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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