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꽃동네 방문 ‘장애인권리협약’ 위배, 인권위 진정

“한국 천주교회는 교황의 꽃동네 방문 막아야”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꽃동네 거주 탈시설 장애인 모임 및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7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비마이너]

장애인계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 위반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한국이 2009년 비준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2008년 제정한 장차법에선 장애인의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참여 등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장애인수용시설 꽃동네를 교황이 방문하는 것은 이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지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꽃동네 거주 탈시설 장애인 모임'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7일 이른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명시한 장차법의 조항을 지적하며 “그러나 꽃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은 없다. 20년이 넘도록 한글도 배우지 못한 채 그저 먹고 자기만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어제 명동성당 기자회견 후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에 ‘길에 버린 장애인들 구해줬더니 뱃대지가 터졌나 보다’라는 내용들이 있었다. 이것이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라며 교황이 꽃동네를 방문하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시설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장애인은 시설에 가야 하나.”라며 “교황이 인권과 약자와의 삶을 이야기한다면 꽃동네가 아니라 광화문역 농성장에 와서 장애민중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배 사무총장은 “한국 천주교회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막아야 한다”라면서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시설을 정당화하고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싸워온 역사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질타했다.

  꽃동네에서 25년간 살다 나온 김홍기 씨 [출처: 비마이너]
꽃동네에서 25년간 살다 나온 김홍기 씨 또한 “만약 교황이 꽃동네에 방문한다면 꽃동네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에 반대한다.”라면서 “꽃동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 모두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한다. 시설에 살 땐 몰랐으나 나와 보니 알겠다.”라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장애인인권단체와 꽃동네 시설 조사를 간 적 있다”라며 “장애인 대부분이 보장구도 없이 생활하고 와상장애인의 경우, 외출을 한 달에 한 번도 못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인간의 존엄은 없었다.”라고 분노를 표했다.

명숙 활동가는 “올해는 한국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 난 뒤 첫 심의가 있는 해이다. 인권위도 보고서를 제출했을 텐데 그 안에 한국의 장애인 시설에 대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 “따라서 인권위는 이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차법에 근거해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장애인의 인권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의견 표명이 가능하다.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입장표명을 한다면 그 목소리가 교황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인권위가 과연 인권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할지 의심스러우나 그럼에도 인권위에 왔다. 인권위는 성실히 응답하라”라며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장애인을 더욱 절망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차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접수했다. 또한 지난 6일 명동성당 앞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남대문 경찰서의 폭력진압에 대해서도 인권침해라며 진정했다.(기사제휴=비마이너)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가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발언하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차법에 위배된다는 내용과 함께 지난 6일 명동성당 앞 기자회견에서 남대문 경찰서의 폭력진압에 대한 인권침해 사항도 진정했다. [출처: 비마이너]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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