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케미칼 차광호와 삼평리 이억조 할매의 ‘동행’

한 여름밤 펼쳐진 연대의 잔치

  굴뚝에서 75일째 농성 중인 차광호 스타해복투 대표를 만나러 온 삼평리 주민 이억조, 이은주 씨

구미의 해고노동자 차광호, 일흔을 넘긴 나이에 한전의 일방적인 송전탑 공사를 막고 있는 청도 삼평리의 이억조 할머니. 이억조 할머니는 차광호가 오른 공장 안 45m 굴뚝을 바라보며 팔을 힘차게 흔들며 말했다. “힘내시오...우리가 함께 도와줄테니”

차광호도 화답했다. “지금 정부와 자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 민중을 다 죽이고 있다. 세월호, 삼평리, 강정, 스타케미칼 해복투가 이어져 함께 살아갈 세상을 위해 동행하자. 삼평리 어르신들 힘내십시오”

  이억조(75) 할머니

차광호는 미련하지만 우직했다. 이윤에 따라 공장을 샀다가 버리는 자본의 눈에는 가시 같은 미련한 존재였고, 함께 땀흘리는 동지의 눈에는 우직한 노동자였다. 공장을 버릴 수 없었다. 필요에 따라 쓰다가 쉽게 버리는 기업을 향한 노동자의 자존심이었다. 2천5백억을 들여 공장을 신축할 때도, 한국합섬이 폐업해 공장 문을 닫았을 때도, 차광호는 함께했다. 그렇게 5년의 투쟁 끝에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케미칼과 고용승계, 단체협약승계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스타케미칼은 1년 8개월 만에 공장 문을 닫았다. 그리고 5년을 함께한 노동자도 갈라놓았다.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회사의 바람대로 권고사직서를 받았고, 120여 명의 노동자가 공장을 떠났다. 이대로 공장을 떠날 수 없었던 11명의 노동자는 스타케미칼해복투를 결성했고, 금속노조 구미지부 스타케미칼지회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차광호 대표는 5월 26일 공장 안 45m 높이 굴뚝에 올랐다. 노동자가 일하며 웃음꽃 피는 공장을 꿈꾸며, 공장이 조각조각 팔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8월 9일 홀로 농성을 시작한지 75일째 저녁 7시.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앞은 차광호와 스타케미칼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함께하는 한 여름 밤의 문화제 ‘동행’이 열렸다. 멈춰선 공장은 어두웠지만, 청도 삼평리 주민, GM대우비정규직, 현대자동차비정규직,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산이주노동자센터, 10월문학회 등 휴가를 뒤로 하고 모인 150여 명의 마음이 모여 빛을 내고 있었다.

차광호 대표는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습니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이겨서 내려가겠다.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케미칼 김세권은 애초부터 공장 가동 생각이 없었다. 공장이 이익나면 가동하고 그렇지 않으면 먹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규직 자리에 비정규직을 뽑겠다고 해서 2012년 7월 23일 하루 파업을 벌였다. 하루 파업한 걸로 공장을 말아먹었다고 하는 자본과 한 편이 된 어용노조. 김세권의 먹튀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힘들고 어렵지만 죽음을 각오한 투쟁을 하겠다”고 전화로 동지들을 맞았다.

이어 구미지역 노래패, 전교조 조합원 노래패, 금속노조 KEC지회 몸짓패, 가수 지민주, 박성환의 공연과 10월문학회 동인의 시낭송이 문화제에 수를 놓았다.

차광호 대표를 제외한 10명의 스타해복투 조합원들은 문화제 참가자들에게 연대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차광호의 마음으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제는 무르익었고, 참가자들은 서로 어깨를 걸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노래에 맞춰 기차놀이를 하면서 ‘동행’을 다짐했다. 동행의 다짐이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를, 송전탑에 내팽개쳐진 삼평리 주민을, 국가가 외면한 세월호 유족을 다시 제 삶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어깨 걸고 함께 노래부르는 참가자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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