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수익’에 눈 먼 정부, 건강보험 비적용 ‘영리병원’ 확산되나

전면 의료영리화 규제완화 논란, “주변 병원 역차별 주장하면 영리병원 확산”

지난 12일, 정부가 전면 의료영리화 정책으로 귀결되는 ‘유망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내 설립되는 영리병원이 내국인의 의료비 폭등을 주도할 것이며, 향후 무분별한 영리병원 설립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고가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영리병원을 설립해 의료수익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해당 영리병원은 내국인 진료에 대한 규제가 없어, 사실상 내국인들을 상대로 한 의료비 폭등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건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지난 13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투자개방형 외국 의료기관 설립 관련) 외국의사 비율이라든지 투자자들이 예전부터 문제를 제기한 요인들을 조금 더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완화를 해 나간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훈 사무관은 이후 국내 유망한 의사가 외국자본을 유치해 경제자유구역에서 고가의 진료비를 받고 일을 하고 싶다면 병원설립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제를 완화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이유는 의료수익의 확대를 꾀하기 위해서다. 김 사무관은 “지난 5년간 (외국에서) 약 63만 명의 환자가 실 환자 기준으로 들어왔다. 순수하게 진료수입만 보면 1조 원 규모다. 이 정도면 소형 자동차 약 10만 대를 수출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영리병원 설립이 ‘의료민영화’와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사무관은 “투자개방형 병원이 설립돼도 국민들이 이용하는 기존의 병, 의원들 약 6만 5000개 정도는 그대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각에서 주장하는 의료민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의료계의 주장은 다르다. 경제자유구역 내 설립된 영리병원이 추후 일반 병, 의원들까지 확대 돼 전면적인 의료민영화로 확산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008년에 세 군데 밖에 없었던 경제자유구역이 지금은 여덟 곳이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안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니 괜찮다고 하지만, 영리병원 1호가 여덟 군데에 한 두 개 씩 만들어져도 수 십 개가 된다”고 설명했다.

명칭은 ‘투자개방형 외국 의료기관’이지만, 내국인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규제가 모두 완화된 것도 문제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영리병원이 확대 될수록 내국인들의 의료비 폭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지현 위원장은 “주변에 있는 병원들은 역차별을 주장할 것이다. 이미 병원협회에서도 역차별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 경제자유구역 외의 병원들도 똑같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원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영리병원에 갈 수밖에 없고 병원비는 올라가고, 의료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편 정부는 12일 투자활성화계획을 통해 그간 논란이 됐던 영리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 등과 관련해서도 전면 규제완화 방침을 내놨다. ‘병원 내 비보험 병실’인 메디텔 설립 규제 완화와, 부대사업을 ‘건강기능식품, 음료 연구개발’까지 확대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유지현 위원장은 “지난 6월 복지부가 부대사업 범위 대폭 확대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제출할 당시, 건강기능식품은 환자들에게 진료와 연계한 강매위험이 있기 때문에 제외했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에 연구개발까지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현재도 의사가 영양제 같은 것만 권해도 이를 치료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병원과 구별되지 않는 자회사가 병원 입구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팔고 있으며, 어떻게 될지 너무 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건훈 사무관은 “안에서 강매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태그

의료영리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