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 교섭 급진전? 아직 ‘첩첩산중’

재발방지대책 등 이견 여전, “대화 시작일 뿐”...‘보상’ 쟁점 교섭단 의견 엇갈려

지난 13일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의 6차 교섭 이후, 대다수의 언론은 ‘논의가 급진전 됐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삼성과 반올림이 보상 문제와 재발방지대책 일부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요구안을 살펴보면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쟁점이나 아직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문제가 대다수다. 반올림 측에서도 ‘아직 급진전됐다고 볼 만한 내용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출처: 반올림]

쟁점 중 하나인 보상 문제와 관련해 그간 삼성은 ‘교섭에 참여하는 8명에 대한 선 보상 후 다른 관련자로 확대’하는 방식을 주장했고, 반올림은 ‘산재신청자 전원 보상’안을 요구해 왔다.

이 날 교섭에서는 피해자 가족 8명 중 5명이 ‘8명 우선보상 논의를 수용해 반올림 교섭단과 별도로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반올림 교섭단 내부 의견의 온도차가 있음을 드러냈다. 교섭단 단장을 맡고 있는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를 비롯해 피해자 3명은 여전히 ‘산재신청자 전원 보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올림 측은, 삼성이 ‘8명 선 보상’을 수용하지 않으면 논의를 할 수 없다며 피해자들을 압박해 이견이 발생한 것이라 보고 있다. 반올림 교섭단 관계자는 “삼성은 처음부터 ‘피해자 8명에 대한 보상논의를 우선적으로 하겠다’, ‘한 달 내에 끝내고 싶다’, ‘8명 선 보상안을 받지 않으면 보상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해왔고 피해자들이 압박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교섭에서 삼성은 ‘8명 선 보상 합의 후 보상기준을 마련한다’는 종래의 주장에서 한 발 물러나 소속회사, 질병종류, 재직기간, 재직 중 담당업무, 퇴직시기, 발병시기 등 6개 항을 보상 기준으로 제시했다. 반올림은 삼성 측에 산업재해 신청자 33명 명단을 전달했다. 반올림 교섭단 관계자는 “향후 삼성이 제출한 6개 보상기준과 관련해 이야기 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쟁점인 ‘재발방지대책’을 둘러싸고도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6차 교섭에서 삼성은 반올림의 요구안인 ‘종합진단 실시’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이미 지난 5월 권오현 대표가 언급한 내용이다. 특히 종합 진단 기구 구성과 관련해서는 양 측의 의견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밖의 재발방지대책인 △화학물질 등 정보공개 △화학물질 안전보건 위원회 및 외부감사 설치 및 참여권 보장 △노동조합 설립 및 활동 방해 금지 등은 삼성 측이 거부하거나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의 ‘사과’문제를 둘러싸고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이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삼성은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사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섭단 관계자는 “사과나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 별로 진척된 논의가 없었다. 종합진단이 실시되기 위해서는 영업비밀이나 화학물질 등이 공개되어야 하는데 삼성은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나머지 요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힌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사실상 협상 진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삼성이 ‘8명 선 보상부터 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에, 이후 (보상기준, 재발방지대책 등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반올림 교섭단은 14일, 6차 교섭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앞으로도 ‘내용있는’ 사과와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이 이뤄지도록 더욱 단결하여 교섭에 임할 것”이라며 “또한 교섭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마땅히 사과 받고 보상 받아야 하는 피해자들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교섭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올림은 오는 18일 오전 11시,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교섭에 참가하지 않는 피해자 가족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측에 ‘피해자 전원 보상’ 요구를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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